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4. 11. 2. 12:05

나의 독재자 - 두 배우가 매끄럽게 끌어간 수작

 

 

영화 나의 독재자를 보았습니다. 혼자서도 능히 영화 원톱으로 흥행할 수 있는 배우가 두사람이나 출연하여 부자(父子)간의 연기를 펼친다는 데에 관심이 가던 영화였습니다.

 

 

 

뭐 사실 영화는 박해일을 기대하고 본 것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1974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중요한 배역은 매번 남에게 빼앗기며 비중 없는 단역만 맡던 성근(설경구)은 어느날 리어왕 연극에서 주연배우가 홧김에 때려치고 나가자, 대사를 다 외우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배역을 맡게 되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가족들까지 초청하며 들떠있던 성근은, 결정적인 순간 그렇게나 연습하던 대사를 긴장 때문에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 연극은 실패합니다. 단장에게 욕설을 듣고 가족마저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피하는 모습을 보고 절망에 빠지는데,

 

 

그 순간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며 한 남자가 다가와 오디션을 보라며 명함을 주고 가고, 성근은 최선을 다해 그 오디션을 보고 결국 합격합니다만, 그 때부터 상황은 전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그에 대비하여 북한 주석과의 리허설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현직 대통령과 김일성의 대역과의 사전 모의 회담이 필요하게 된 거죠. 결국 성근은 김일성 대역의 적임자로 발탁되어 가혹한 환경 속에서 김일성의 몰입하지만... 끝내 모의 회담은 무산되고 팀은 해체됩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1994년, 사채업자들에게 빚 상환독촉을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던 상근의 아들 태식(박해일)은 빚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그를 위해서 그동안 요양원에 모셔놓고 애써 무시해온 아버지 상근을 옛 집으로 데려가 독재자 아버지의 정당한 후계자가 되기 위한 작전을 짜고... 그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영화를 보며 조명남 감독의 '간 큰 가족(2005)'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간 큰 가족은 코미디 영화이고 나의 독재자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현실을 감추고 조작해서 자식들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소동을 벌인다는 그 영화가 얼마간은 겹쳐보였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박해일이 등장하는 중반부 약간이었을 뿐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초반 부분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연기문제가 아니고 영화 안에서 상근이 겪는 그 상황이 정말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저보다 더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벌어졌을 거라 생각하니 편하게만 볼 수는 없었지요. 뭐 사실 그렇다고 그런 상식을 벗어나는 어이없는 일은 지금 이 시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쨋든 1974년 시점에서 오계장(윤제문), 하교수(이병준) 등의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박해일이 등장하지 않는 초반에도 지루하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가더군요. 뭘 말하려는지도 확실했고, 전개도 시원시원해서 보기도 좋았습니다.

 

 

중반 박해일이 등장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두 배우가 영화를 자신있게 끌어가더군요. 역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인 듯 합니다. 특히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박해일의 얼굴은 참 볼만하더군요. 평소 눈이 작다고 생각했던 배우가 눈 튀어나올듯이 치켜 뜨던 그 모습은...

 

 

어쨌든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가 부정(父情)을 주제로 하고 있고 온통 남자들 뿐 여자는 단 한사람, 그리 큰 비중 없이 나오는 감동영화라서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실제로 극장안 좌석도 여러 곳 비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나... 박해일 하면 역시 괴물에서의 그 멋진 연기가 생각나는데, 그때의 명대사인 "X까!"가 이 영화에서도 나오네요. 물론 좀 다르긴 합니다만... 그리고 그때 멋지게 휘두르던 화염병... 여기서도 나옵니다... 물론 휘두른 사람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만...

 

 

둘... 영화 마지막에 반전이 있습니다. 복선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아... 하고 알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셋... 초반에 주사파 학생의 연기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하교수와 함께 명 연기를 펼쳤지요. 누구일까 참 궁금했는데 변변한 스틸컷이나 배역설명도 없군요...

 

넷...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은 정말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폭력과 강압에 신음하게 된다면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감독은 그 당시 리허설이 있었다는 풍문을 듣고 창작하여 만든 영화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긴 하지만 공놀이를 하다가 공이 안기부 담 안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그 공 찾으러 갔다가 불구가 되서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던 시대였으니 오죽할까요... 어쩌면 영화 안에서 상근의 의도를 제가 아직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만 딱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혼자 좀 생각해 봐야겠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