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4. 11. 14. 10:46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보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얼마 후면 호빗 트릴로지의 대망의 마지막편인 다섯 군대의 전투가 개봉하지요. 그런데 정작 호빗 2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호빗 1도 같이 볼 사람을 찾지 못해서 극장에서는 시기를 놓쳤고 나중에 겨우겨우 감상실에서 봤는데, 

 

 

2편 스마우그의 폐허도 똑같습니다. 같이 볼 사람을 찾지 못해서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죠. 그래도 3편 개봉하기전에 2편은 봐둬야겠다며 조급해 하다가, 겨우 친구와 감상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1편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은 그럭저럭 원작을 잘 영상화 했다는 감상 정도였는데 이번 2편을 보고는 아직까지도 분노로 몸이 떨릴 지경입니다... 이해하자, 참자... 생각은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단 영화를 보고 글을 쓸 때는 항상 간략한 스토리라도 적던 저이지만 이 영화에는 쓸 스토리조차 없습니다. 걱정했던 대로 책 한권짜리 어린 손자들을 위한 동화책을 영화 3편 분량의 스펙타클 판타지 액션영화로 만들다 보니, 책에서의 중요 하일라이트 몇 가지를 그저 있는대로 늘리고늘리고 또 늘려서 2시간 분량의 액션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 2편에서 중요 부분을 다 보여줬다간 3편에서 보여줄게 없을테니, 최대한 3편으로 중요 부분을 미루는 모습도 보였고 말이죠...

 

반지의 제왕이야 애초에 책이 3권짜리이기도 하고 내용도 정말 진중하고 무거운 스토리라 3편 영화로 만들어도 분량이 모자랐던 데다 원작 내용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큼 영상화 해주었지만... 이 영화는 보면서도 '왜?', '왜!', '왜...'라는 생각만 자꾸 들더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걸 일일이 풀었다가는 밤새 걸려도 모자랄 거고 언제가 되었든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와 대면하게 된다면 밤새 서로 토론이라도 해보게 될 그날을 기원하겠습니다.

 

 

어쨌든 고생길이 여전히 훤한 난쟁이들... 정말 아무리 어릴 때부터 에레보르에 대한 옛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과 동경을 품고 자라왔다는 죄 하나만으로 온갖 고생을 다 하죠. 게다가 포로로 잡히는 데 오관왕까지 달성합니다. 트롤에게 잡혀, 오크에게 잡혀, 거미에게 잡혀, 요정에게 잡혀, 인간에게 잡혀... 무기 없이 맨손으로도 오크 두셋 쯤은 문제없이 제압하는 난쟁이들인데, 잡힐때는 정말 맥없이 잡히더군요. 역시 파티에는 전사들 뿐 아니라 마법사와 도적, 힐러가 필수라는 생각이 가면 갈수록 들었습니다. 마법사 간달프는(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을 감히 이끌고 갈 수 없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지만) 툭하면 혼자 볼일 보러 사라지고, 힐러는 없으니 난장이들이 잡혀간 공주님처럼 구출만 하염없이 기다릴때, 용감한 왕자님이 되는 것은 항상 도적, 호빗 빌보더군요...

 

 

이 모험가 파티는 그래요, 도적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뽑았습니다. 애초에 동화책의 주인공이었으니 당연하겠습니다만, 난장이들이 일을 그르치면 항상 빌보가 딱 나타나서 해결한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니까 말이죠... 

 

 

어쨌든 트릴로지 중 가운데 2편이 언제나 그렇듯 스토리는 놀랄 만큼이나 간단해서 결국 간달프가 빠진 난장이와 호빗은 갖은 고생을 하며 드디어 외로운산에 도착합니다. 문제는 그곳에서 예상은 했지만 부디 만나지 않았으면 했던 용 스마우그와 마주친다는 것입니다만... 2편에서 하이라이트를 다 써버리면 3편에서 묘사할 게 없을 게 뻔해서, 2편에서는 정말 보여줄 수 있는 부분까지만 묘사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인지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결론 나는 게 없습니다. 결국 3편을 봐야하겠죠...? 그나마 해리포터나 헝거게임처럼 마지막 3편을 또 둘로 나누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네요.

 

 

문제는 반지의 제왕을 먼저 개봉하고 그 뒤에 시간상으로는 훨씬 전인 이 호빗을 만들다보니,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를 이 호빗에 억지로 넣은게 보여서 여러모로 아쉬웠어요... 반지의 제왕에서 혼자 무쌍난무와 아크로바틱 액션을 펼치며 '톨킨 경이 봤다면 무덤에서 통탄했을 것'이라고 했던 올랜도 블룸은 여기서도 (분량을 뽑기 위해) 꽤 긴 시간의 액션을 펼칩니다...

 

그래도 레골라스야 스란두일의 아들이고, 설정 상으로 이 숲에 살았을 인물이겠지만... 난데없이 튀어나온 저 엘프 여인 타우리엘은...? 원래 반지의 제왕에서도 남성의 비중이 대다수이고 여성은 에오윈이나 갈라드리엔, 아르웬 빼면 비중도 극히 희박하고 이름도 몇 안되긴 하지만 호빗은 더 심했죠. 그래도 아무리 여성이 없다고 해도 원작에도 없는 캐릭을 넣어 분량을 늘린 건... 게다가 러브라인이라니... 더구나 그 상대가 난장이라니... 게다가 레골라스와 삼각관계라니... 이 이야기 역시 하다보면 흥분해버릴 거 같고 한도끝도 없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될대로 되라 식의 자포자기한 심정까지 되서 빨리 완결이나 되라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상화 하면서 감독의 창작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반지의 제왕때는 원작을 참 잘 반영했기에 기대했는데 호빗에 와서는 원작을 마구 파괴하여 부수고 아작내고 박살내서 가루로 만들고 새로 빚어내고 있으니 걱정스러울 뿐인거죠... 비교가 될 지 모르지만, 사극을 제작하며 역사를 마구 왜곡하고 비틀고 바꿔서 아무리 재밌는 사극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결국 실제 역사와 그 사극은 서로 다른 길로 갈라지게 되죠(요즘은 사극을 보며 역사 공부하는 학생들도 꽤 있어 더더욱 걱정스럽습니다만...). 반지의 제왕에서는 원작과 영화가 적절히 잘 섞여들어갔는데 호빗은 원작과 전혀 별개의 노선으로 걸어가겠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원작을 모르는 누군가가 영화만 보고 미소년 난장이 킬리와 요정 타우리엘의 사랑을 철썩같이 믿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이미 팬픽은 만들어지고 있다죠?)

 

 

글로서만 존재하는 원작은 읽고있는 독자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미지가 만들어지죠. 같은 책 속의 등장인물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으 머리속엔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 중에는 저런 모습도 과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제 경우는 레골라스가 글로인의 가족 그림을 보며 "이 잡종은 뭐냐?"라고 말했던 게 가장 공감갔거든요...

 

 

그래도 스마우그의 묘사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보면서 역시 전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데스윙이 생각나더군요(물론 스마우그가 데스윙의 모티브가 되었으면 모를까 그 반대일리는 절대 없지만).

 

 

영국 드라마 셜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두 배우의 캐미는 정말 좋아합니다.(마틴 프리먼이 언행만 좀 조심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어쨌던 아쉬움이 무지 남긴 해도 3편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