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4. 12. 8. 16:05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을 봤습니다.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느낌들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느낌이라고 미리 밝혀야 할 거 같네요.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왠지 커피나 음식 사진이 여기저기 장소가 섞여있는 것 같지만 넘어가고 함께 영화봐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보셨다고는 했지만 정말 재밌으셨는지 아니면 분위기상 덕담해주신 건지는 잘 구분이 안가네요. 그만큼 이 영화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고, 재밌었다는 평가보다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평가를 들은 게 대부분이어서 영화 보기전에 좀 걱정을 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왜 사람들이 지루해하고 재미없게 봤을까 하고 이해 못할 만큼 재밌게 봤습니다. 아니, 정말로요. 혹시 제가 영화에 대해 혹평하던 글에 대한 반감때문에 억지를 쓰는 건 아닐가 깊이 고찰해봤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더군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최고의 영화로 꼽는 '킹 아서(2004)'라던가, 이런 스타일 영화로는 처음 보고 꽤 충격받았던 '트로이(2004)'같은 영화의 경우, 공통점이 있죠. 분명 신화와 초자연적인 현상, 마법이나 기적, 인간보다도 더 높은 그 어떤 존재의 힘과 권능이 주제가 되는 이야기임에도 영화는 과감하게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부분을 무시해버리고 되도록 고증과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그 시절,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현실을 재구성하여 오로지 인간들만의 고뇌와 슬픔과 현실, 그리고 좌절과 절망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한 발 내딛어 앞으로 걸어나가는 나약하고 약한 인간이 영웅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그려냈다는 점이죠...

 

결론은, 두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순간도 지루해하지 않고 몰입해서 순식간에 봐버린 저로서는 이 영화가 저랑 참 잘 맞았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더군요. 그와 동시에 제 취향은 보통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별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모세의 이집트 탈출기(출애굽기)의 전체 이야기를 모르는 분은 없을테니 스토리를 그냥 끝까지 이야기해도 상관없지 않나 싶습니다. 제 느낌에는 영화는 1시간은 모세가 자신의 진짜 출생의 진실을 알고 몰락하여 새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로, 다음 1시간은 계시를 받고 이집트로 돌아온 모세가 히브리 인들의 처참한 생활을 보고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마지막 30분은 탈출인 거 같더군요.

 

 

혹평의 대부분은 길고 긴 상영시간이었죠. 한시간도 사실 제대로 집중하기가 어려운 시간인데 150분이라니... 하지만 제가 보기엔 도저히 감독도 잘라낼 수가 없었나 봅니다. 제 생각에도 잘라낼 부분이 안 보였어요. 오히려 이야기가 지나치게 팍팍 급전개된다고 느꼈으니까요. 잘못이라면 저 길고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 한편에 우겨넣으려 한 감독이 잘못했다고 할까... 킬빌이나 삼국지처럼 2편으로 나누었으면 알맞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랬다면 더 욕먹었겠지만...

 

사실 헐리우드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와 사랑 이야기, 휴머니즘 이야기는 좀 질질 끈 감이 있긴 했어요...

 

 

어쨌든 이집트의 훌륭한 장군이었던 모세는, 제사장의 영 웃기지도 않는 예언으로 앞날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예언을 그저 무시할 수가 없는 인간들에 의해 점점 경계를 받고 추방까지 당하고, 목숨마저 위협받습니다. 물론 본인은 전혀 믿지도 않았고, 람세스에게 네가 왕이 되면 저 제사장부터 죽여버리라고 할 정도로 현실적인 인물이지요. 글이 길어질 거 같아 줄이자면, 미신이나 신을 믿지 않고 철저히 현실과 인간의 힘을 믿고 있던 그가 결국 오르지 말라는 산에 올라 낙석에 머리를 맞고는 정신이 어느 정도는 나가버린 게 문제죠.

 

 

그리고 람세스... 그동안의 이야기나 성경에서는 그저 나쁜 놈이었죠. 절대악이라고 할 만큼 절대선인 모세와 주님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나쁜 놈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재해석되기는 했더군요. 물론 제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에게 예정된 권력이 혹시 모세에게 빼앗길까 걱정하고, 비열한 수단을 써서 왕위를 차지하고(영화에게 분명하게 묘사되지는 않습니다만) 사치를 일삼고, 혹시 누가 자신을 암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편히 잠들지도 못하죠. 그럼에도 구제불능의 악인으로 묘사되는건 여전해서 10대 재앙을 겪으며 이집트가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식량이 부족하다니까 그럼 나도 굶어야 하냐고 묻고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신하의 말에 물은 있지 않냐며 설마 죽기야 하겠냐고 말하죠...

 

 

그나마 보는 눈이 있던 파라오, 람세스의 아버지 세티 왕은, 내심 자신의 아들인 람세스보다는 모세가 더 지도자의 자질에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혈통이 아닌지라(사실 모세를 맡은 배우가 백인이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까지 염두에 둘 정도였지만, 결국 허망하게 죽고 말죠...

 

 

결국 원하던 최고 권력을 얻었지만, 밤마다 살해당하는 악몽을 꾸고, 두려워하며 일어나 가족의 숨소리를 확인해야만 겨우 안심하는 람세스는... 중간중간 자신의 아들을 끔찍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런 부성애는 복선이기도 했지요.

 

 

결국 어릴때부터 함께 자라 누구보다도 사이가 돈독했고, 성장해서도 서로가 서로를 돕고 구하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썼을 두 친구는, 결국 운명이 갈리고 매 순간 인간의 나약한 힘으로 선택을 하며 그 결과에 울고 웃으며 고통받고 괴로워합니다. 성경에서 보통 알고 있던 순종하는 주님의 말씀이기에 아무런 의심이나 고뇌 없이 따르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던 이야기와는 확실히 다르죠. 오죽하면 모세는 나중에 주님에게 '우리는 서로 잘 안맞는다'는 말까지 합니다.

 

 

사실 두시간 반이라는 긴 상영시간동안 정작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효과는 처음과 끝에 약간 뿐, 나머지 대부분은 그냥저냥 시시한 인간들의 이야기일거라고 각오하고 봤습니다만, 생각보다는 특수효과가 비중이 컸습니다. 특히나 10대 재앙이 내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화려한 특수효과의 향연이더군요.

 

그리고 화려하던 시절의 이집트를 원없이 볼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아래 수많은 노예들의 피가 뿌려졌지만...

 

간만에 참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현대 신화나 판타지는, 가족영화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로 초현실적인 내용을 마치 실제처럼 영상화하는 영화와, 성인영화로는 비과학적인 건 다들 받아들이지 않을게 뻔하니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과감히 빼버리고 치밀한 역사와 과학과 고증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현실적인 영화로 나뉘어 지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영상도 좋지만 후자의 영화가 더 맘에 와닿네요.

 

사실, 삼국지의 관우와 장비의 무기 묘사부터가 학자들은 거짓이거나 과장되었다고 인정하는 사실이죠. 삼국지의 그 어마어마하고 장엄한 대 전투도 만약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그 당시 그곳으로 가보게 되면 '에게...?' 할 정도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전투였을 확률이 높은거죠. 이야기와 기록은 그것을 남기는 자에 의해 과장되거나, 부풀려지게 되는거죠. 혹은 재미를 위해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흥미요소를 넣거나, 그 시절 과학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 신의 뜻이라는 말로 때워버리는 경우도 많았겠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 속의 영웅이 보다 인간다워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우리와 함께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절망하며 울부짖게 될 지 모르겠네요. 그런 모습을 반기며 보고 싶은 마음 반, 그리고 좋아했던 영웅의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마음 반이네요...

 

이미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아픔을 보았고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세종대왕이 화가 나서 욕해대고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하던 모습도 봤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정감갑니다...

 

예전에... 삼국지의 관우를 인간적으로 그려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해요.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성인군자의 자격이 넘치는 관우가 사실은 소심해서 나서서 말도 잘 못하고 남들과 어울리는 것도 잘 못해서 매번 혼자 구석에서 책이나 꺼내 읽으며 자기 위안을 삼던 소인배인데다 형주로 지방 발령을 받자 그게 제갈량 탓이라고 여기고 속으로 앙심을 품고 갖은 악담을 유비에게 퍼붓는 관우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망가뜨렸을 때 느끼는 감정의 수십배는 되는 반감이 전 중국인들에게서 쏟아질거라는 말에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 아래는 그냥 잡담입니다...

 

하나... 역시 선크림은 필수다.

초반에 말끔하던 모세의 얼굴은 뜨거운 태양 아래 고생을 하니 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게 변합니다. 그 까지고 상한 얼굴을 보고 제가 견딜 수 없이 공감하는게 저역시 피부가 약해 강한 태양을 받으면 붉어지고 가려워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발작적으로 선크림을 발라대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죠...

 

음... 그렇게 상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제 옆에 앉으신 분께서는 크리스천 베일이 너무 맘에 들어서 연신 좋아~ 좋아~를 되뇌이고 계시고, 전 주위에 앉은 커플들에게 혹시 들릴라 노심초사 하며 긴장하고 말이죠...

 

둘... 초반에 모세와 람세스가 집결하는 곳에 스핑크스가 서있네요. 그런데 코가 깨져있습니다. 스핑크스의 코는 여러 설이 있지요. 나폴레옹의 군대가 대포로 파괴했다는 설, 풍화작용이라는 설, 기독교의 파괴행위라는 설... 그런데 이 설들이 사실이라고 쳐도 영화속 시간대에는 온전해야 맞는 거 아니었을까요?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잡담입니다.

 

 

 

 

 

 

 

 

 

 

 

 

 

 

 

 

 

셋... 주님께서 아이의 모습으로 현신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좀 더 위엄있는 모습으로 모세를 닥달해서 찍소리 못하고 따르게 할 줄 알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님이 모세와 티격태격합니다. 모세에게 이집트로 가서 그들의 처지를 보라고 하더니, 이집트에서는 모세의 방법이 시간이 너무 걸릴 거라고 나에게 맡기라고 하더니 바로 재앙 선물세트를 안기시고, 사람들의 고통을 보다못한 모세가 반항하며 왜 자신이 가족을 버리게 만들었냐고 하니 난 강요한 적 없다며 회피도 하고... 급기야 모세는 신이 아니고 대리인라고 소리치고, 나중에는 우리 둘은 진짜 안 맞는다고까지 하죠. 다만 영화에서는 그 모습이 정말 주님인지, 아니면 미카엘 같은 천사가 대리로 현신한 건지, 아니면 그냥 머리에 한 방 맞고 구사일생 살아난 모세가 정신이 나가버린 것인지 불분명하게 표현되죠. 실제 모세는 주님의 모습을 보지만 몰래 따라다니는 여호수아는 모세가 혼자 있지도 않은 누군가와 대화하며 생쑈하는 걸로만 보일 뿐이죠.

 

넷... 람세스가 정말 자기 아버지를 죽였을까요? 영화에서는 확실하게 나오진 않지만 뱀 독을 모아두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세티가 치료받고 있던 거머리가 피를 빠는 치료법은 뱀 독으로 인한 단백질 응고에 쓰이던 치료법이기도 하다고 하더군요.

 

다섯... 람세스가 악인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그래도 모세를 생각해 준 건 맞나 봅니다. 검을 몰래 챙겨서 보내주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끝까지 버티다가 아들이 죽자 그제서야 고집을 꺾는데, 너무 늦었죠...

 

여섯...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주님으로부터 최후의 재앙을 듣고, 제발 현실화되지 않기를 빌며 성벽에 올라가 있던 모세가, 어둠 속에서 여기저기 비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허탈해하는 모습, 그와 동시에 아기의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람세스의 모습이었죠. 바로 그 시점에서 두 사람은 심적으로 꽤 변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일곱... 히브리인들은 참 대단하네요... 하루에 몇 가족씩 교수형으로 죽어가는데도 아무도 모세를 발설하지 않습니다...

 

여덟... 결국 모세가 람세스에게 말했던 대로 여 제사장은 처형됩니다. 솔직히 하나도 하는 건 없으면서 늘 그런건 알 수 없고 대신 이건 확실하다 하는 식으로 피해갔죠. 그런데 그보다도 더 불쌍한 건 재앙들을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학자입니다. 악어들이 갑자기 먹이가 부조해져서 사람들을 습격했고, 그 난동으로 강바닥의 진흙이 뒤집혀져 수질이 나빠졌고, 물고기들도 죽어가고 농사도 흉년이 들었으며, 개구리들이 물과 먹을 것을 찾아 땅으로 올라오고, 대로변에서 죽으니 그 시체에 파리와 구더기와 각다귀가 꼬이고, 그럼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병이 도는 거라고 나름 잘 설명했는데 처형당했죠.

 

사실, 신의 섭리라기보다는 진짜 운이 더럽게 없어서 저런 자연재해가 겹치고 겹쳐 발생했던 것일수도 있는건데 말이죠.

 

아홉... 감독도 모세가 바다를 가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모세가 이끈 곳이 정확히 홍해라고 나오지는 않고(사실 원문에도 갈대 바다라고만 써 있죠. 갈대 바다를 홍해로 여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정말 홍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하네요) 게다가 바다를 가른 게 아니라 그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하늘을 우연히 가로지른 혜성 때문에 순간적인 장력으로 인해 바다 수위가 낮아졌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팡이를 드니 바다가 좌우로 쫙 갈라져 길이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설명이 되죠. 결국 마지막의 그 명장면은 꽤나 현실적으로 타협한 장면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 성서에 나온 모세의 십계명은 신에게서 받은 게 아니라, 모세가 사람들이 나라를 세울만큼 많아서 다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주님의 조언을 듣고 만드는 것으로 표현되더군요. 모세의 고민에 대해 이 계명이 있으면 지도자가 죽어도 계율은 영원히 남을 거라면서... 그리고 석판을 한번 깨뜨리는 이야기는 삭제하고, 십계명이 들어있는 궤를 어루만지며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많이 늙어버린 모세의 마차 옆으로 주님의 모습이 잠깐 보이고 미소짓는 주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마지막에 폴 스콧에게 바친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감독의 가족인 듯 한데 구글에 검색해봤지만 딱히 뭐 나오지는 않아서 궁금하긴 합니다...

 

...

 

필사적으로 죽이고 또 줄였는데도 글이 길어졌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