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보았습니다.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2편에서 더할 나위 없는 완성도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었지만, 무리해서 3편, 4편을 만들어 1, 2편의 명성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지라, 이번 제니시스도 상당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려온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무엇보다 2편에서 거의 절망적인 적이었던 터미네이터 Y-1000에 이병헌이 나와서 더욱 더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하면 무엇보다도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외피를 기본으로 하는 T-800이 상징이 되어있죠. 그래서인지 이 영화도 T-800에게 헌정하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이 영화 전체에 T-800의 추억이 가득 서려 있습니다.



물론 실제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그 긴 시간 꽤나 나이가 들었으므로, 영화 속에서 젊을 때의 모습은 그래픽 처리가 되어있고, 진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연기는 '터미네이터의 생체 외피는 세월이 흐를 수록 노화된다.'라는 설정으로 설염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2편에서 절대적이고 극강을 자랑했던 이병헌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는... 새로운 최종보스가 나와버린 관계로 중간보스로 전락해버리고 말았군요. 게다가 다들 미래를 알고 있고 대비책까지 마련해두었으니... 거기에 맥없이 걸려버리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위의 사진은 합성인 것 같네요.  



위키에서의 말을 빌리자면,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라고 말하던 이병헌이 정말로 나노메탈 터미네이터가 되었다고도 말하죠. 다만... 후속작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요? 이 세계관을 계속 잇는다면, T-1000의 모델은 앞으로도 이병헌일 것 같네요.



그리고 사라 코너... 린다 헤밀턴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해서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아직은 어려서인지 이미 전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좀 약해보이네요. 그래도 최대한 린다 헤밀턴의 이미지를 살리려고 노력한 듯 보입니다. 사실상 2편에서의 존 코너의 이미지를 이 패러랠 월드의 사라 코너가 다 가져가버린 탓에, 정작 2편의 사라 코너의 이미지는 카일 리스가 맡게 되었죠. 그럼에도 카일 리스의 이미지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 이 미약한 존재감...



그리고 결국 최종보스였던 존 코너... 2편에서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터미네이터 4편의 파기된 각본을 좀 유용한 듯 보입니다만 그 각본은 이정도까진 아닌 꽤 맘에 드는 각본이었는데, 터미네이터의 일련번호가 점점 높아지는 파워 인플레의 상징이 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1, 2편을 집대성하며 최대한 원작의 오마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명대사들이 많더군요. I'll be back도 유명하죠. Get out!도 유명하고...



그나저나 2편에서는 존 코너가 알려주던 미소짓는 법을 사라 코너가 대체 어떻게 알려줬길래...


2편의 그 말끔한 영화의 내용을 그냥 다른 시간대로 밀어버리고 새롭게 복잡한 시간대를 찾아 이야기를 진행시켰네요. 역시 평행세계는 만능열쇠인 걸까요. 평행세계라고 설명하면 모든 말이 안되는게 다 되어버리는... 앞으로 어떻게 시리즈를 이어나갈지, 여전히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