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아침부터 무적자를 보았습니다. 아침잠이 워낙에 많아 조조영화 본지는 무지하게 오래되어 좀 뜬금없지만, 시간도 적당했고 오래전부터 꼭 보고 싶던 영화라 녀석의 꾀임에 넘어가서 보게 되었습니다.


비오는 아침의 건대 롯데시네마. 많이 한산하더군요. 하긴 사람들은 다 고향에 내려갔을려나요?


극장 내부도 꽤나 한산했어요. 게다가, 자기가 전화로 깨워주겠다는 녀석이 영화 시작할 때쯤 허겁지겁 뛰어오더라는... 다음부터 조조영화 보자고 하면 좀 생각좀 해봐야겠군요.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인 만큼 어느정도 영웅본색의 스토리를 따라가는가 봅니다. 정작 저는 영웅본색을 보지 못했지요. 글쎄, 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오히려 제가 영웅본색을 보지 못했기에 더 재밌게 봤을 거라고 하더군요. 예상을 못하니까요.




혁이와 철이 형제는 북한을 탈출하다 그만 헤어져 생사를 모른채 떨어져 버렸습니다. 남한에서 조직의 일원이 된 혁이는 같은 조직의 영춘과 조직일을 하면서 탈북자들을 수소문해가며 사력을 다해 동생 철이를 찾는데, 결국 꿈에 그리던 동생을 찾았지만 동생은 혁이를 혼자 도망쳐 어머니를 죽게 만든 원수라며 원수처럼 대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조직 보스의 조카인 태민이 혁이를 배신하여 혁은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고, 영춘은 혁의 복수를 하러 갔다가 다리에 큰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혁은 형기를 마쳐 감옥에서 나오고, 철이는 경찰이 되며, 영춘은 세차장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태민은 조직의 일인자가 됩니다. 이 네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흘러갑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역시 주윤발의 이미지를 맡은 송승헌입니다. 그러고보니 전에 깡패역할 맡은 적은 없었지요? 주진모야 한번 있었고, 조한선은 제 기억으로는 깡패 한번, 경찰 한번이었던 거 같더군요.

영웅본색을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주윤발의 이미지는 많이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에, 차마 성냥개비 물수는 없고 대신 사탕으로 대신하긴 했지만요. 그런데 왜이리 조금 어색해보일까요. 바바리 코트는 많이 더워보이고... 선글라스는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그만 벗는 게 어때 총각...' 이런 생각까지 들었으니...



거기다 나름 무지하게 터프해지려고 노력하는 거 같습니다만 저 얼굴을 보면 아무리 봐도 말 잘들을거 같은 커다란 눈의 착한 동생이란 말이죠... 혼자 아무리 욕을 하고 거들먹 거려도 주진모 옆에 서니
 
'이런 귀여운 것...'


아무리 눈 부라려도 악당들이 코웃음만 칠거 같은... 역시 송승헌은 깡패 역할 맡기에는 유약한 이미지가 있어보입니다.





거기다 조한선이 맡은 역할이 더 중요했건만, 송승헌 뒤를 따라다니며 송승헌이 폼 잡을때 뒤에서 '형님 멋져요~'할때가 정말 좋았는데...


나중에 분위기를 아무리 바꾸고 눈을 부릅떠 봐야, 조직 우두머리 느낌이 안나요.., 자네가 인상 구겨봐야 그 선해보이는 얼굴이 어디 가겠나... 나름 그래서인지 왼쪽눈에 찢어진 상처까지 냈더군요. 그 찢어진 눈으로 째려보면 날카로워 보이긴 하더만 말이죠.

아 그래도 영화를 보면 볼수록 조한선이 확실히 때려죽일 놈이 되어가긴 하더군요. 갈수록 '나 얄밉지? 덤벼~ 덤벼~'하는 모습이 보인달까요...




오히려 가장 빛났던 배우가 주진모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영화에 주축이 되어있기도 하고, 겨우 찾은 동생의 차디찬 시선에 괴로워하고, 부하의 배신에, 어떻게든 손을 씻고 평범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헤어나올수 없는 조직의 늪... 그리고 영춘에 대한 속죄까지...


결국 영웅본색을 못 봤기 때문에 결말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비교해볼 수도 없었지요.  그래도 늘 드는 생각은, 영화를 보면서 저 세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쫒는 자도, 쫒기는 자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셋이 평온한 생활을 하는 것을 꿈꾸는 것일 뿐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 깡패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결말이 행복했던 영화가 거의 없었지요...

1. 이렇게 여성 주연이 없는 영화도 드물지 싶습니다. 오죽하면 녀석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식당 할머니라고 했겠습니까...


2. 스텝롤을 다 훝어봤는데도, 이렇게 오랫만에 영화에 출연한 이경영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급에라도 이름이 나올줄 알았는데... 제가 못보고 지나친걸까요 아니면 아직 여론이 안좋은 걸까요...

3. 배경이 한국이라서 그런지, 왠지 저런 대규모 총격전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분위기로는 조직의 싸움은 아직 각목과 야구배트, 쇠파이프 난전이 아닐지... 친구는 총격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저정도 총격전 나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질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 M203(M16이었는지는 확실히 못봤습니다만...) 유탄발사기의 사정거리가 그렇게 긴줄은 몰랐습니다. 뭘믿고 그 원거리에서 쏜걸까요? 바닥도 마구마구 흔들렸을텐데.

5. 송승헌이 짜증내다가 유턴하는 장면이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류승범이 짜증내다가 신민아 뒤쫒아가는 모습과 묘하게 겹쳐지더군요.

6. 간만에 홍콩 느와르 영화를 제대로 본 거 같습니다... 다만 김강우... 식객에서 참 인상깊게 봤는데... 비중이 왠지 참... 원작에서 장국영도 이정도였을까요?

그래도 간만에 참 재밌게 봤습니다. 비가 많이도 오네요. 집에 내려가야하는데 걱정되네요... 모두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