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 주연의 영화라면 '가위손' 이후로 쭉 팬이 되어있는 편입니다.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문제는 참... 기껏 왕십리 역에 갔지만 지하철 역 어디에도 영화관 표시가 없더군요. 지하철 주변 지도를 봐도 CGV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결국 밖에 나와서 찾아보려는데 나오니 이건 더 헷갈리는 겁니다. 애초에 제가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왕십리 CGV는 초행길이 아니라는 거... 분명 한번은 와본 거 같건만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이거 심각해요... 하아...


결국 트위터에 하소연... 다행히 한 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겨우 허겁지겁 도착했네요. 다행히 꼴찌는 아니었다는 게 위안이었어요.

3D 입체영화는 아바타 이후로 두번째였지요. 부푼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내용은 단순한 편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더스틴 호프만과 로빈 윌리엄스의 후크Hook가 연상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동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15년 후, 앨리스가 19세가 된 때의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앨리스가 우연히 다시 조끼를 입고 시계를 가진 토끼를 다시 만나, 쫒아가다가 나무 구멍속으로 떨어지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서게 되지요. 


그곳에서 앨리스는 그 사이 붉은 여왕이 이상한 나라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토끼와 쌍동이, 도도새, 파란 애벌래, 웃는 고양이, 주머니쥐, 모자장수를 만나 하얀 여왕을 도와 이상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조니 뎁이었지요. 영화 홍보 포스터나 영상들도 거의 그를 앞에 내세우기도 했고, 조니 뎁 자신도 미친 모자장수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나 녹색 콘택트 렌즈, 짙은 화장으로 연기했지요. 역시 조니 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조니뎁은 캐릭터가 완전히 굳어져버리는 듯 하기도 하네요... 혹시 최근 진지한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에서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나, 찰리의 초컬릿 공장에서의 공장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미친 모자장수까지... 조니 뎁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귀엽게 미쳐버린 환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뭣보다 제 생각엔 저 세 존재 다 행동거지가 비슷하기도 해요. 횡설수설, 정신없는 손동작. 아무래도 현실에서 보기는 조금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죠.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붉은 여왕이었습니다. 처음 볼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계속 웃음이 터지게 되는 여왕은, 그 위엄있는 모습과 잔인한 모습, 표독스런 표정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머리 때문에 웃음이 터지게 되더군요.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조니 뎁과 더불어 또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가 하얀 여왕으로 나옵니다. 붉은 여왕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악으로 묘사되는(실제는 악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붉은 여왕과 대비되어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선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녀가 영화에 나오는 비중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붉은 여왕이 그 커대한 머리로 웃음을 준다면, 하얀 여왕은 그 손동작에 계속 웃음이 터지더군요. 아니, 잭 스패로우의 손동작에 물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주인공이 나오지만, 제 경우 솔직히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인물에는 감정이입하기가 좀 어렵더군요. 그저 '앨리스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들' 정도가 다가 아닐까 합니다. 하긴 원작에서도 그렇겠지요. 영화 슈렉속의 동키나 고양이 정도 되면 모를까, 토끼나 쌍동이, 체셔 고양이나 푸른 애벌레 엡솔룸도, 앨리스와 함께 모험을 떠나지는 않고, 중간중간 등장해 도와주는 존재더군요.


특히나 조금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던 게, 원작 동화도 이상한 나라에서는 도무지 현실 세계의 상식을 적용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만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를 앨리스가 해쳐나갔는데, 이 영화 역시도 일반적인 상식은 상당히 많이 비틀어버린 편이라,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들이 대체 어떻게 진행될 지 알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야 상식에 지배받지 않는 감수성 예민한 순수한 시절이라, 형실적이지 못한 이상하기 그지없는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전진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점점 어릴때의 환상계와 멀어져가는 나이가 되면 영화를 보면서 대체 왜 저 상황에 저런 결과가 되는지 이해하기 좀 어려워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19세인 앨리스도 그래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팀 버튼 감독은 영화를 너무 어렵게 만들지 않고 많이 친절했던 편이라 생각하긴 합니다만...

역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카엘 엔데의 '네버엔딩 스토리'와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것. 네버엔딩 스토리의 진정한 의미가 그렇듯이, 자신이 만들어낸 소망이 아닌, 자신의 진정한 소망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가볍게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영화기에 블랙 코미디나 깊이있는 스토리와 비비꼬인 설정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만, 자세히 보니 이거 디즈니 영화로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즈니랜드 영화에 심각한 영화는 어렵겠지요? 제 생각에는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내용으로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를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 했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러블리 본즈에서 늦지않게 깨달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조니 뎁의 모자장수는 앨리스를 이끌어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모자장수 역시 처음에는 무력한 존재로 나옵니다. 결국 그 역시 앨리스와 함께 차츰 깨달아가는 존재라는 거죠. 
모자장수가 앨리스와 더불어 성장해가는 모습 또한 볼거리라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 원작동화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이제 저는 동화의 내용이 거의 떠오르지 않지만, 커졌다 작아지는 물과 케이크라던가, 하트 카드 병사들, 사라지는 고양이 체이셔 등등 원작을 읽어봤던 사람들을 위해 멋진 그래픽으로 묘사된 재연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감독의 선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느낀 점 몇가지...

1. 번역자가 고생 많이 했을 거 같네요. 좋마운 날(아마 좋은 + 고마운 날이 합쳐진 거겠죠?), 날뜩한 검(날카로운 + 섬뜩한 검?), 거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표지판들은 뒤죽박죽, 모자장수가 횡설수설...

무엇보다도, 영어였다면 영어 싯귀의 운율에 딱딱 들어맞았을 대사들이, 한글로 그대로 바꾸니 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수없는 말들이 난무하더군요. 만약 영어 잘하는 분이라면 많은 것을 느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푸른 애벌레의 이름인 '엡솔룸'은 아마 absolute의 의미겠지요.

2.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붉은 여왕도 제 생각에는 피해자일 수 있겠네요. 단순히 머리가 크다는 이유로, 그녀의 곁에는 아부하는 아첨꾼과, 속으로 딴 생각을 품은 충복, 그리고 그 힘에 두려워 굴복하는 자들만이 남아버렸죠...

'사랑받지 못하고, 외면당할 바에야 미움받는 것이 낫지.'

상당히 가슴이 시리도록 박혀오는 여왕의 말은, 제게는 무척이나 공감되는 말이었지요. 미움보다 더 두려운게 무관심이라고, 애정이 증오가 되버린 경우는 저도 많이 보았지요. 결국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영화 내내 머리가 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만 나오는 여왕이지만, 찾아보니 정상적인 모습도 있군요. 왠지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3. 만약 3D영화가 이 영화로 처음이라면 감탄했겠지만, 이미 '아바타'를 본 뒤라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저절로 비교하게 되더군요. 좀 아쉽긴 합니다. 이 영화도 나름 멋진 화면을 보여주지만,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행성의 자연경관, 그리고 동식물들은 환상적인 3D효과를 내기에 참 어울리고,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의 배경효과는... 아바타만큼은 감탄하기 어렵더군요.

다만... 영화상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뭔가 날아올때, 눈앞까지 날아오는 것 같아 저절로 움찔 피하게 된다는 것 정도?

4. 애석하게도, 아바타에서는 자막이 거의 완벽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꽤나 번져보이는 자막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중앙에서 좀 위쪽으로 나온느 자막은 번지지 않지만, 맨 아래 위치에 나오는 자막은 3D의 효과가 덜했는지 번져버리더군요. 혹시나 해서 안경을 벗어보니 그제서야 또렷이 보입니다... 많이 아쉬웠어요.

5. 앞으로도 이런 3D 영화가 대세가 될 거 같더군요.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만, 영화비가 배나 뛰어오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겠네요.


그래도 꽤나 재밌게 보고 만족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뒷풀이... 전등과 전등의 빛과 그림자가 그려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라서 찍어봤습니다.


술을 먹지 않으려고 버텨봤지만 무시무시한 게임 벌칙때문에 결국 마시게 되었네요. 거의 치사량...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술기운이 남아서 좀 횡설수설이고요. 아직도 술냄새가 나는 거 같아요. 양치질을 해도 소용없네요.

보드게임카페에 가서도 술냄새 풍길게 확실하네요... 
하아... 모두 절 술꾼으로 볼게 확실...


며칠전에 오늘을 위해 받은 TRPG D&D 4th 룰북입니다. 
아아... 역시 던전 앤 드래곤즈의 룰북 일러스트는 예술이네요. 보기만 해도 제가 저 속에 있는 듯 합니다.

TRPG 이야기에 부럽다고 하시는 분들 많으시지만, 정작 기회가 되니 오시라고 하면 모두들 시간을 핑계대시기만 하시고 말이죠. 결국 취미를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한 건가 봅니다.

솔직히 저도 걱정되기는 하네요. 그렇다고 스카웃된 걸 거절하기도 뭐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운명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볼 수 밖에...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25. 07:09

몽상가들 - 행복을 위해 현실을 거부한 존재


최근도 영화는 보았지만 왠지... 뭐랄까... 도무지 영화를 본 글을 쓰기가 어렵더군요... '의형제'는 두번쯤 시도하다 포기했고,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몇줄 쓰다 바로 포기해 버렸어요.
영화 탓이 아니고 제 탓이네요, '의형제'는 완벽할 정도로 명쾌하고 의문점 없이 확실한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 이거 뭐 딱히 쓸 말이 몇줄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지는 것은 단 두세줄. 그나마도 그걸 썼다간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되도록 영화에 대한 글 남기면서 부정적인 글은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좀 험한 말 나올 거 같더군요. 그래도 역시 영화 탓은 아니군요. 십대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볼 영화인줄 모르고 해리포터 이상의 깊이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하고 간 제 탓이네요. 애들이나 데리고 가서 보여줄걸...

그러다 끔찍한 현실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스토리온 방송에서 딱 맞춰 하고있는 영화.



오 이런 행운이!!!

그렇게나 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쳤던 영화를 하고 있네요. 몽상가들... 평가가 양 극단으로 갈려 두 의견이 심하게 대립하는 특이한 영화. 하지만 일단은 그냥 제 느낌을 써 보죠.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 특별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영화는 한참 혁명의 불길이 거세던 1968년 프랑스 파리의 어느 한 집을 배경으로 합니다.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는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신 기간에 영화관에서 만난 미국청년 매튜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세사람의 공통관심사는 영화였고 영화 이야기와 영화 장면 재현, 그리고 영화 맞추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죠.


그러다 매튜는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가 보통의 남매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애정표현이나 전라로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 등, 심지어 테오는 매튜에게 자신과 이자벨은 정신이 연결되어 버린 샴 쌍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독특한 두사람에게 점점 익숙해지고 이자벨에게 사랑까지 느끼는 매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사람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둘만의 환상 속, 꿈을 꾸듯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 안된다면 이자벨이라도 현실로 데리고 나와 보통의 젊은이들이 하듯이 데이트를 즐기고, 평범한 생활을 경험시켜 주려 합니다만... 상황은 매튜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주지 않습니다.

이건 뭘 표현한 건지 대부분 아시겠죠?

1. 영화 속에서, 세 젊은이는 여러 옛 영화들을 토론하고 재현하는 게임을 합니다만, 저는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프랑스 영화여서일지, 아니면 거의 다 흑백일 정도로 오래된 고전영화여서일지...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만들었던 '재밌는 영화'에 나오는 패러디들은 거의 다 알아볼 정도였다는 게 위안이었어요.


2. 이 영화는 예전에 봤던 '숏버스'만큼이나 나신과 성에 대해 전혀 숨김없이 다 드러냅니다. 오히려 전혀 가리질 않으니 옷 입은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보이더군요. 황당하게도 케이블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모자이크를 하니 더 야해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가정용 방송에서 심야라고 해도 무삭제 노모로 방송할 수야 없는거겠지만...

오히려 다 드러내니 외설스럽지 않다라... 제가 그런 기분이라는 것에 뭔가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까지 주긴 하더군요, 학생시절엔 나체 뒷모습마저도 가슴이 떨릴 정도였는데...

3. 반면에 국내에서 영화 상영을 할때 영화 포스터는 외설스러움을 많이 자제한 듯 하지만 노골적이다라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었던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도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원하던 영상들을 보았겠지만 '마지막 황제'를 만들기도 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그 부분에만 중점을 두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이 영화가 외설적인 영화다라는 의견과 현실과 망상에 대해 다룬 깊이있는 영화다라는 의견이 있나 봅니다.

4.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는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들은 우연한 감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그래서 자신들과 잘 맞고 또 자신들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매튜를 초대하여 그들만의 꿈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지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들과 함께 즐거운 꿈을 꾸던 매튜는 어느 순간, 오히려 현실과 상식 속으로 오누이를 데리고 나오려 합니다. 그것이 이자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자신이 오누이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 매튜를 보며 테오는, 특히 이자벨은 매튜가 자신들이 지금껏 안주해왔던 꿈결같은 행복이 깨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저처럼 취미생활을 할 때나 어떤 세계에 공감하는 타인과 대화할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며, 누군가는 산을 오르며, 누군가는 사랑을 하며, 누군가는 봉사를 하며 행복을 느끼겠지요. 그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상식적으로 용납되고 사회 조직에 해롭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고, 사회적으로나 상식적, 혹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일 경우에는... 


특히나 이 영화에서 여과없이 그려지고 있는 근친상간이나 스리섬threesum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오누이임에도 서로 너무나 사랑해서 행복했지만, 매튜가 만약의 경우 그 사실을 부모님이 아신다면 어떻게 할거냐고 계속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마지못해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이자벨의 모습에서, 행복은 이제 우울함으로 바뀌어 버릴 거라는 느낌이 들고 맙니다.


5. 역시나 전 결국 글을 쓰지 못했던 두 영화처럼 간결하고 명쾌한 영화보다는 좀 고민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매튜와 함께 있던 이자벨이 테오의 무슨 소리에 그렇게 괴로워하고 슬퍼했는지와, 오누이의 아버지가 수표에 쓴 것이 그저 금액일 뿐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글이 있었는지가 아직도 궁금해지더군요.


6. 반지의 제왕과 함께 제겐 가장 사랑하는 책이 하나 더 있는데, 미카엘 엔데 作 '끝없는 이야기Neverending Story'입니다. 소설은 몰라도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영화는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전반부를 영화화 한 1편은 지금 봐도 대단히 명작입니다만, 책의 후반부를 영화로 옮기려고 무모한 시도를 했던 2편은 그냥 네버윈터 스토리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싶게 만들 정도였긴 하지요...

어쨌든 '끝없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우연히 한 서점에서 한 책을 얻게 되고 그 책을 읽다가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소년 영웅 '아트레이유'와 행운의 용 '팔코'와 환상계의 상징적인 존재 '어린 달님'을 향해 온갖 모험을 하지요. 줄거리만 보면 완전 애들 동화같지만 성인이 읽어도 책에 담겨진 환상과 현실의 존재 의미, 자신이 정해버린 소망과 억제하려 해도 뚜렷해지는 세 가지 진실한 소망, 그리고 꾸며진 자기 자신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가치 등을 이해하긴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저역시 몇십번을 읽었으니, 삼국지보다도 더 많이 읽었군요.

이 영화 '몽상가들'을 보며 이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행복하지 않고 괴로운 현실과, 아무도 이해 못하는 꿈 속의 행복 중에서...

이들은 결국 환상과 현실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영원히 선택을 미룰수는 없겠지요,

7. 누구나 하나쯤은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 힘든 세계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남들 앞에서 까발려질 경우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심각한 것도 있기에 전전긍긍하며 남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기도 하죠. 그 반면에 우연히라도 그 세계를 공감하는 사람이 손을 잡아준다면? 어쩌면 은연중에 우리 모두는 그런 사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말이죠...

8.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립니다. 벌써 눈구경하긴 어렵고, 봄비가 내리고 있네요.

덧, 잠을 이루지 못했던 끔찍한 현실이란 바로 

'왱~'

하는 소리였습니다. 전신의 신경이 곤두서고 잠이 확 달아나고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는 저는 잠을 못 잡니다. 바로 불을 켜고 온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눈에 보이질 않았기에, 저는 그럴리 없어... 이건 환청이야... 환청이야...를 반복해서 되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이 지구의 최강생명체는 역시 모기와 바퀴라는 사실을 재확인 했을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2월달에 모기가 있는 겁니까!!!!

그나마 위안은... 퇴근 후 와우할 만한 싼 곳 발견! 새로 생겼나 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