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28. 02:39

러블리 본즈 - 이미지와 상징의 보물상자


14살, 나는 살해당했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두 감독의 이름부터가 절대 범상치 않지요. 그래서인지 두 이름으로 더더욱 홍보가 되었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입니다.

-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행복한 가정에서 밝게 자라나던 14살 소녀 수지는 어느 날 꿈속에도 그리던 남자친구의 데이트를 앞두고 기분이 들뜹니다. 그녀는 다정하신 부모님과 정겨운 동생들, 조금 괴팍하지만 이해심 많은 할머니가 있고, 생일선물로 카메라도 받을 정도로 특별히 불행이란 것을 모르고 자라났지요


거기다 그렇게도 혼자 애태우던 잘생긴 남자친구로부터의 데이트라니! 남자친구가 써준 시까지 받아서 수지의 기쁨은 더욱 커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날 하교길에 한 남자에게 살해되고 맙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순간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 수지를 잃은 가족들은 크나큰 슬픔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영화는 가족들이 슬퍼하는 현실속의 세계와, 수지가 차마 떠나지 못하고 가족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현실과 천국의 중간 세계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처음에 저는 소녀의 억울한 영혼과 아버지가 힘을 합하여 범인을 잡고 소녀의 원한을 푸는... 오늘 뒷풀이에서 한 분이 말하신 대로 '사랑과 영혼 2'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쯤을 지나면서... 영화의 의도는 범인을 잡아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제가 늦지않게 영화가 의도하는 방향을 잡아서인지 그때부터는 영화의 진행이 납득이 되더군요. 

다만... 영화 마지막이 조금 이상했는데, 혹시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좀 의견충돌을 빚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결말에 입김을 넣는 경우는 AI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몇 된다고 하죠.

오래 전, 그러니까 1997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가요... 제게는 꽤나 친분이 깊던 대학 선배가 있었는데, 여느 날처럼 밤에 통화를 했지만 그 다음날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요...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밤에 그 선배가 그렇게 바라던 약속을 해주었는데, 전화를 끊고 바로 반나절 만에 교통사고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더군요... 이튿날 선배의 영정사진 앞에 절을 할 때는 정말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이었죠... 그날 이후, 주위 사람들을 내일도, 모레도 당연히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많이 고쳐졌습니다. 이별이나 죽음을 매일매일 대비하며 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하루하루 후회없이 보내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요. 

매년 기일이 되면 강원도에 가서 선배가 잠든 곳을 찾아보고, 그 선배의 집에 가서 인사드리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연례행사였는데, 영화에서처럼 차마 하나뿐인 아들이 쓰던 방을 없애지 못하고 그대로 두시던 부모님이셨는데, 처음 한두 해는 그 방에서 잠드는 것이 그렇게도 무서웠는데...

몇년 전, 무덤은 그대로였지만 두 분은 어디론가 이사를 가셨더군요. 저에겐 아무것도 알리지 않으시고 이사를 가셨다는 점에서, 섭섭함보다는 두 분이 마음을 정하셨다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지가 있는 중간 세계는 온갖 환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해와 달, 그리고 물 등 수많은 이미지와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긴 시간 타로를 했던 저로서는, 이 영화를 꼭 보려고 했던 이유가, 상징과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였기도 합니다. 

강이님 말씀대로, 이미지라는 것은 시대나 그 사람들의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학이나 거북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장수의 상징이지만 중국이나 북유럽에서는 불길하게 여긴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좋은 이미지인 까마귀가 우리 나라에서는 불길한 이미지인 것처럼), 올바른 이미지와 상징의 해석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의미이자, 그 이미지를 표현한 시대나 시점 또한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영화에서는 많은 상징과 이미지가 나오지만, 영화의 비중 자체가 죽은 뒤의 세계보다는 현실 세계에 비중을 둔 만큼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에 배치된 그 수많은 환상적인 장면들은, 저 혼자서 무슨 듯일까 온갖 상상을 다 해보게 만들었지요. 물론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진짜 해답은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앉혀놓고 직접 듣지 않는 이상은 그저 추측에 불과하겠지요.

감독은 영화의 이 부분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기를 바라며 이 이미지를 만들었을까요...

영화 속 이미지를 보며 그 위에 한번 제 나름대로 느낌이 통할 거 같은 타로카드를 놓아 봤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초반에는 수지가 가족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며,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한없는 증오심을 품는 것을 보며... 저역시 범인은 자신의 죄값으로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어린애들만 골라서 죽였던 연쇄살인마라면 더욱이.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원혼의 복수 이야기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수지가 누군가를 한없이 증오하기에는 너무 어린 소녀여서였을까요, 범인에게 살해당한 다른 아이들도... 증오심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렇게도 사후세계를 밝고 따스하게 그린 영화는 정말 처음 보는 거 같았습니다. 더욱이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살해된 영혼이 말이지요.

만약 저였다면 어땠을까... 제가 저 세계에 있었다면... 그곳은 극도로 춥고, 어두우며,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 속에 모든 원망과 저주와 증오와 분노를 살인자에게 집중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속에서처럼 저런 따스한 세계는 나올 수가 없겠죠.

때때로 수지의 세계는 어두워지고, 말라서 부서지고, 흐려서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수지는 자신이 있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수지와 그녀의 친구 홀리는 천국에 가지 못한 그 사후세계에서도 나날이 따스한 빛을 만들고 싱그러운 초록의 대지 위에서 즐거워하며 밝게 지냅니다.

현실세계와 사후세계... 사후세계의 존재는 현실세계의 그리운 사람들이 못내 안타까워 이야기를 전하려 하고, 현실세계의 존재는 사후세계의 존재를 느꼈을 때만 간간히 그 느낌을 받을 뿐이겠지요. 

수지는 가족들이 그리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아버지와 어린 동생은 수지를 그리워하다 때때로 수지를 느낍니다. 그리고는 더욱 그리워하며 슬퍼하지요. 그런 가족들을 보며 수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말을 걸면 걸수록, 가족들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더욱 슬퍼한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가게 됩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수지는 가족들에게 점점 목소리를 전하기보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인데...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되뇌이는 말처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 영화의 감독 역시 죽은 사람이 안타까워도, 언제까지나 죽은 사람을 곁에 두고 슬퍼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이 영화의 주요한 이미지와 상징인 등대, 팔각정, 배, 그리고 물...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두 분위기가 교차되는 것은, 예전에 참 인상깊게 보았던 게임 원작 영화인 사일런트 힐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사일런트 힐도, 밝은 색채의 현실세계와 회색빛 음영의 사후세계, 그리고 악마가 활동하는 붉은 세계가 교차되며 나왔었지요.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아무래도 두 거장이 만든 만큼 기대치를 너무 높인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죠...) 한 분이 댓글 달아주신 것처럼 이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나마 감독의 구성으로, 슬픔과, 몽환적인 느낌과, 범인과의 심리적인 추격전을 느낄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간만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네요. 이제 다음주면 팀버튼 감독에 조니 뎁 주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하겠네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울티마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1. 13. 15:12

울티마 9 - 승천 여행기 - 유령선을 만나다.


이 음악을 듣고 어느 곡인지 바로 아신다면 당신은 울티마의 팬임이 틀림없습니다.
음악 자체가 좋기도 하고 왠지 '사일런트힐'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 이 글과 잘 어울려서 같이 올려 봤습니다.
- 출처 - 울티마9 OST NSM53님(
http://nsm53p.tistory.com/) 편곡 -


여느 때처럼 브리타니아를 걷고 있자니...


한밤중에 브리타인의 항구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배...


유령선입니다.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저도 두번째로군요.
첫번째야 먼발치서 지나가는 것만 봐서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눈앞에 웅장한 모습으로 멈춰선 모습은...
조금은 공포스럽습니다.


과연, 아바타! 용기내어 유령선에 접근합니다. 솔직히 배와의 거리가 꽤나 멀어서 올라타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가볍게 올라탑니다. 유령선의 갑판 위... 아무것도 없는 을씨년스러운 공간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사건을 짐작하지도 못한 채, 선실안의 구멍을 통해 갑판 아래로 내려온 아바타...
혹 시체나 뭔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없군요.


한동안 아래에서 돌아다니니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 원혼의 소리인가...?
내가 뭔가 원한을 풀어줄 일이라도 한걸까 궁금해 했지만... 메아리처럼 같은 소리만 반복하더군요...

그리고 이어진 공포...
나갈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구멍을 뛰어들었던 터라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건만... 바보 아바타!)...
사방은 막힌 터라 유일한 출구는 역시 뛰어들었던 구멍 뿐이군요...
유일한 방법이라봐야 마법 중에 '부유Levitate'마법 뿐인데... 거의 게임 막바지에나 배우는 강력 그 자체인 마법인데다, 아직은 가고일의 도시 암브로시아 외에는 공중을 떠다닌다는 것은 꿈도 못꾸죠..

결국...

유령선은 아바타를 삼킨 채 떠나갔고... 아바타는 오늘도 유령선에 갇힌 채 브리타니아 전역을 떠돈다...(결국 방법을 찾지 못하고 다시 로드했는데... 또다시 찾아오는 유령선... 아래 세이브 파일의 2번이 그 세이브입니다. 바로 브리타니아 항구로 가보면 유령선이 나타납니다.)
왠지 공포스럽습니다.




P.S. 그러고보니 한글화 하신 NSM53님(http://nsm53p.tistory.com/) 글 중에서 번역하다가 유령선의 지문을 번역하고선 유령선을 찾아보다가 못하셨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듯한데 지금 그생각이 나서 블로그로 가보았지만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나더군요. 확실한가도 모르겠고... 세이브파일을 올려둔 건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임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9. 11. 00:21

쓰르라미 울적에 - 첫 진행은 암울함 그 자체.

드디어 1회차 플레이를 마쳤습니다. 아 역시 중반 넘어가니 공포스럽네요. 특히나 여자애들이 눈빛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공포스럽다니...

어쩐지 선택지 하나 없이 외길 진행이다 했더니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고 두번째부터 해답을 찾아가나 보군요. 덕분에 첫 플레이는 참으로 암울했습니다.

이 게임에는 공포를 이끌어내는 두가지 정도의 반전이 있습니다.

일단 첫째는 평범하고 온화하고 안전한 인물의 급작스런 변화.
옛부터 스릴러나 공포영화에 많이 나오던 방식으로 그 변화의 이유는 착한 사람인 척 연기했던 거라던가, 다중인격, 혹은 기억상실 등이 있지요. 오래전 플레이스테이션 1에서 유행하던 '아루도라(일본어 신조어였는데 즐기는 드라마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라는 장르를 개척했던 몇가지 게임들이 시나리오 막판 대반전 용으로 하도 기억상실 히로인의 설정을 남발하는 바람에 욕을 먹었던 시절도 있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막판에 뒤집히는 충격을 주기 제일 좋은 소재이기도 하지요.

아직 이 게임에서는 밝혀진 건 없는 듯 합니다. 저도 아직 실마리 하나도 못찾고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네요.

다만 역시 갑자기 저렇게 변해버리니 저런 유아틱한 그림체인데도 공포스럽습니다.(특히나 이 공포스런 분위기는 음악과 효과음도 한 몫하네요.)

그리고 또하나의 반전은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의 장소가 갑자기 어느 순간 공포와 위험의 장소로 변화되어 버리는 것.

이 게임을 하면서 전 제 경우 가장 공포를 느꼈던 게임인 사일런트 힐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리즈 중 4편인 부제 'the ROOM'의 경우,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끔찍한 설정이 있습니다.

'평온하던 나의 방이 어느날 아침 끔찍한 공포와 절망과 저주의 공간으로 바뀌고, 나는 그곳에서 탈출할 수 없다.'

가장 안전하고 평온해야 할 안식처인 나의 집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 버리고 악마와 유령들이 출몰하며 나의 목숨을 노린다면? 게임하면서, 그것도 밤중에 혼자 게임하면서 정말 두려워하며 플레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서도 어제까지 평범하기 그지없던 평화로운 소도시의 생활이 어느날을 기점으로 끔찍한 곳이 되버리네요. 친구들은 물론이요, 전혀 남모르는 어른들까지도 기이한 행동으로 공포속에 도망쳐야 하는...

어이, 그렇다고 첫 플레이에 이렇게 보내버리냐.


뭐 좋습니다. 그런데 캐릭터들 작화... 이거 영 적응 안되네요. 손가락 4개... 뭐 스토리가 좋다면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어도... 문제는 이 게임을 하면서 엉덩이가 너무 아파오더군요. 와우같은 롤플레잉 게임은 몇시간을 앉아있어도 피로를 모르지만 이게임은 한 30분만 해도 엉덩이가 들썩이는게... 역시 소설은 책으로 읽어야 하는건지도... 아무리 그래픽이랑 음악이 나온다고 해도 컴퓨터에 앉아서 소설읽는 것은 좀 안맞는지도 모르겠네요.


- 출처 - 모든 스크린샷은 구글 이미지검색 -


예전에 귀신이나 유령영화 등에서 무서움을 느끼던 때, 순간순간 무서운 것이 튀어나오기 직전에 극한 두려움과, 막상 끔찍한 것이 튀어나왔을때의 공포... 그것과는 달리... 시종일관 지속되는 공포를 느낀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사일런트 힐Silent Hill'을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그전에도 바이오 해저드라는 유명한 공포의 좀비게임이 있었지만... 허브만 먹으면 죽기직전이라도 설아나는 데다, 총알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몰려오는 좀비를 안면 하나 안바꾸고 학살해대는 무적의 슈퍼맨같은 주인공이었던 터라... 중간에 놀래기는 해도 무섭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게임만은 달랐지요. 꿈에서라도 보기 싫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크리쳐들 하며... 마음만 먹으면 접근전 무기로 싸워나갈수는 있지만 보통 두려워하며 도망치게 되는 상황이었죠. 무엇보다... 온통 피인지 녹슨 쇳물인지 알길없는 흑갈색의 끔찍한 배경으로 변해버리는 주변이라던지... 그것보다 더 끔찍스러운것은 이 게임의 음악을 누가 담당했는지... 시종일관 뭔가 긁히고 울리고 쾡쾡거리며 울리는 거슬리는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기분나쁜 공포'를 게임하는 내내 유지시켜 줍니다. 지금까지도... 이게임은 밤에 불끄고 하는것은 커녕... 혼자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와중에 이게임을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영화를 세번이나 보게 되었네요. 세번이나 보게 된 것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녀석의 취향탓도 있지만, 한두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 난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죠. 영화의 짧은 상영시간 동안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기본 스토리야 여기저기 다 있을테니,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내 몇가지 이해하기 힘든 것들에 대한 설명이 되겠네요. 영화내에서 주인공인 로즈가 잃어버린 딸 샤론을 찾아 여경관인 베넷과 함께 사일런트 힐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사진의 저런 크리쳐들을 비롯한 괴기한 현상들에서 도망다니게 되는데요. 이미 여기서 로즈와 베넷은 이미 다른 세계인 듯 합니다. 영화 중반에 로즈와 딸을 찾으러 온 남편과 경관이 사일런트 힐에 오는데요, 분명 한 장소에서 남편과 경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고, 로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망쳐가지만... 둘은 한 장소에 있는데도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남편이 있는 살아있는 세계(따스한 빛의 배경), 로즈가 도망쳐다니는 죽음의 세계(침침한 회색빛 배경)으로 나뉜 채... 그저 남편은 '아내의 냄새를 맡았어...'라며 미약한 아내의 존재를 겨우 느낍니다.

결국 남편과 경관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자신들이 속한 빛의 세계로 돌아가고... 로즈는 두렵고 회색에 세계에서, 더 무시무시한 끔찍한 악마의 세계를 보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서 차원이라고 할지... 세계가 셋으로 나뉘는군요. 살아있는 빛의 세계(따스한 빛나는 배경), 죽음에 이미 발 디딘 어둠의 세계(차가운 회색의 세계), 그리고 끔찍한 크리쳐와 악마들이 활개치는 피빛 세계(무시무시한 검붉은 배경). 마지막 세계에서는 윗 사진과 같은 크리쳐들이 로즈를 습격해옵니다. 저 크리쳐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비밀인 '알레사'를 욕보였던 존재로... 저주를 받아 저렇게 '척추가 접혀져' 다니게 되죠. 게임에서도 등장했던 반가운 놈이었습니다.(실제로 마주치게 되면 하나도 안 반갑긴 하죠 ㅎㅎㅎ)


악마의 세계에서 등장하는 피라밋 머리... 혹은 삼각두라고 불리는 크리쳐입니다... 게임 사일런트 힐2에서의 인기인이었습니다. 죽일 수가 없는 놈이었던 지라 도망다니느라 생고생하게 만든 녀석이었습니다. 게임에서도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합니다. 자신의 몸보다도 더 큰 참마도를 질질 끌고 다니며 철문을 종잇장 자르듯 갈라버리고, 총알 몇방으로는 벌에 쏘인 정도로 여기고 덤벼듭니다. 게다가
취미는 사람의 옷 벗기기(...), 살거죽 벗겨내기...


로즈는 단지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사일런트 힐의 무시무시한 세계를 헤메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존재에게 다가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끔찍한 참사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입양한 딸 샤론이 누구인지도...

결말은... 신이냐 악마의 논란보다도... 결국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롭던 소도시에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렀던 광신교도들과 그들의 교주... 그리고 고통과 증오가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커지고 무거워져 견딜수 없어 누군가의 힘을 빌려버린 그녀 역시...

세번째 본 지금은 어느 정도 이제 알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정말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에서 진짜 싫었던 어둠의 세계에서 갑자기 변해버리는 피빛 배경으로의 효과라던가 특히나 게임에서 참 인상적이었던 '쭉방 가슴 간호사 누님'.... 특히...

흥행했는지는 잘 알수 없지만, 속편이 또 나오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은 게임 이야기입니다. 사일런트 힐은 최근 오리진은 못해보고 4편까지 해봤습니다만... 1, 2, 3은 어느정도 연관있는 이야기라서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4편은 전혀 다릅니다. 배경도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포스런 도시가 아닌 바로 자신의 방입니다. 상상해보세요.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날부터 자신의 집과 현관문을 경계로 바깥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분리되 버립니다. 현관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고, 방범구멍이나 창문으로 밖은 볼수 있어도 절대로 소리도 전달되지 않고 깨뜨리거나 열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시시각각 집안에서 괴이한 이상현상과 유령들이 나타납니다.

게임 사일런트 힐4에서는 그런 상태에서 주인공이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개인적으로 게임하다가 어느 순간 현관문의 방범창을 들여다보니, 주인공 자신의 끔찍한 죽어버린 얼굴이 흔들거리며 문밖에 서있는 모습에 기겁했던 생각이 나네요. 진짜 공포란게 뭔지 잘 알고있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입니다.


더운 날씨네요. 더울때는 공포영화가 최고입니다만, 원체 무서움을 잘 타는지라 공포영화는 꼭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보는 겁많은 자취생의 비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