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영화였습니다. 예전 에반게리온 - 서 -를 보고서 맨 끝에 이 파에 관한 예고편이 있었고 그 예고편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하게 만들만한 이미지들이 있었지요. 혹시나 잔뜩 굴려놓기만 했던 궁금증이 풀리려나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섬뜩군이 같이 볼 사람을 모집하자 마자 예약을 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극장전경 이미지 외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심각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전편인 에반게리온 - 서 - 의 경우 극장판이라기 보다는 TV판의 재상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TV판과 다를 게 없었거든요. 물론 모든 원화는 새로이 그려졌고, 마지막의 사도 라미엘과의 전투는 TV판과 다르게 진행되지만, 극장판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정하고 대부분의 상영시간이 TV판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진행에 조금은 상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4각(脚) 에반게리온의 등장!!! 아머드 코어닷!

하지만 이번 에반게리온 - 파 -는 다릅니다!!!
이전 에반게리온 - 서 -가 TV판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달라지는 진행으로 앞으로 이어지는 극장판은 TV판과 달라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이군요. 제가 보기로 TV판의 진행을 거의 따라가긴 해도 80%이상이 전혀 달라진 진행을 보여줍니다. 정말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TV판을 모두 알고계시는 분들도,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 전작에는 사도 라미엘까지 진행되었지요. 이번에는 사도 제르엘까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아니 벌써?


TV판으로 따지자면 전체 26화의 분량 중에 23화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거군요. 전체 4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결말이 극장판 2화 분량이라면 확실히 이야기는 달라져 버리는 듯 합니다.

3. 그러다보니 전작과 같이 생략되버리는 사도가 생겨버리는군요.  하긴 극장판의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모든 사도를 다 선보이는 것은 무리죠. 그래도 한가지 재밌는 것은 이번 파에 등장하는 사도들이 조금씩은 여러 사도들의 이미지를 함축해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사도들의 생김새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도가 등장하면 이 사도는 이거인 것도 같고, 저거인 것도 같고... 하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지요. TV판에서도 각각의 사도가 특징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습격이라던가, 바이러스 수준의 초 미세한 군체의 공격이라던가, 코어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던가... 그런데 그런 세세한 특징들을 이번 사도에게서 모두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 노린 거라고 밖에는... 때문에 사도의 이미지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되겠더군요. 사도를 보다 보면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부분도 나옵니다.

4. TV판과 달리 주인공들이 강력합니다!!!


사도 하나하나에 정말 고전하고 위험해지며, 겨우겨우 승리를 뽑아내던 TV판과 달리, 익숙하다는 듯이 한순간에 아작나는 사도에게 그저 안타까움이... 이번 극장판의 테마는 아마 주인공 소년 소녀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왠지 사도는 들러리가 되버린 거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5. 달라진 건 내용뿐 아니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저번 극장판에서 안타깝게 나오지 못하고 이번 극장판에서 새로이 등장했던 아스카의 경우, '소류 아스카 랑그레'가 아닌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로서 새로이 성이 바뀌어 나온만큼, 상당한 박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에반게리온 2호기는 디자인마저 새롭게 바뀌었지요. 그 '뿔'이란...


게다가 가장 엄청난 변화를 겪는 이번 영화의 주된 두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스카와 에반게리온 2호기... 꼭 감상해야 될 부분입니다.


6. 무엇보다도 '아야나미 레이'의 변화가 가장 와닿습니다. 원작의 무표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이는 그녀는... 드디어 눈을 뜬 듯 합니다. 신지와 겐도우 사령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손에 온통 상처를 입을 만큼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기도 하고, '신지가 더이상 에바에 안타도 되도록 만들거야!'라며 처절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한차원 그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7. 정작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소위 말하는 찌질남의 대표를 달리던 그 역시, 이번엔 다르네요. 스스로의 의지가 한차원 강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뭐랄까, TV판의 답답스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좀 해보란 말이야 신지!'라는 염원에 보답을 하고있달까... 그래서인지 마지막의 반전은 조금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8. 그럼 우리의 '마리'양은? 에반게리온 - 서 -에서 스텝롤 후의 차회 예고편에서의 단 한 컷 등장만으로 수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녀...


들리는 이야기로는 원래는 그냥 '지나가는 선택받은 아이' 수준의 비중에서, 갑자기 너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게 되자 부랴부랴 비중을 확 늘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긴 TV판에서 단 한 에피소드에서만 나왔던 '나기사 카오루'같은 경우, 그 짧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단숨의 주역의 위치까지 올라간 경우가 있으니 굳이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역시나 궁금증만을 잔뜩 불러일으키기만 하네요.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역시 다음 극장판을 기다려야 할거 같았습니다.

콘솔 게임이던 에반게리온 - 강철의 걸프렌드 - 에서의 영향이 다분해보이는 안경 미소녀

9. 정작 나올 타이밍도 아닌데 에반게리온 - 서 -부터 얼굴을 비추며 잔뜩 설레발치게 만든 '나기사 카오루'군은? 


당신들!!! 사기쳤어!!!
(여러 의미로 말야)
플러그 슈트를 입고 엔트리 플러그에서 조종하는 카오루군이라니 인정할수 없다구!!!
역시 카오루 정도면 얼굴 위에서 둥둥 떠서 다녀야...

10.  결국 세명의 소녀들에 비중이 높아진 탓에 글격히 엑스트라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진 (사도보다도 비중 못 받는) 네르프 중심요원들의 슬픔... 미사토와 켄지도, 겐도우와 리츠코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가 없더군요...


11. 그래도 상당히 맘에 들었던 것은 TV판에서 거의 출동한 에반게리온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네르프 안에서는 통신으로 지령만 내려가며 서포트하던, 일단 그전에 씨알도 안 먹힐 군사무기 몽땅 쏟아부어 가며 처절하게 박살나던 사령부가...


이번엔 정말로 서포트를 합니다.

확실히 에반게리온의 모든 것을 돕는다는 느낌... 그리고 사도와 함께 싸우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신지가 달려갈 때 도와주기 위해 급커브 코스나 발 디딜 발판을 만들어 주는 데서는 감동적일 정도입니다.


12. 음악은 이번에도 정말 장관이더군요. 정말 OST를 반드시 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점이 극장에서 볼 때의 상당한 장점이 되죠.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다만... 심각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해맑은 분위기의 동요는... 여러 의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더군요.

13. 전작에서 온천펭귄 펜펜과 신지의 첫 대면 장면... 이번에도 그 장면을 활용한 멋진 신이 있다고 들어서 '흐음.. 그래?'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반드시 보시길 추천합니다(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14. 솔직히 가기 전에는 초글러들의 횡포(?)가 두려워 시간대를 맨 첫시간이나 맨 마지막으로 하려 했지만, 다행히 1시 상영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거의가 남자들...(하긴 이런 영화 보러올 여자가 누가 있을까마는...)

그런데 영화 시작하고 조금 후 저희 앞자리에 올망졸망 앉는 귀여운 소년들(망했다!!!) 다행히 녀석들... 그나마 얌전히 봤습니다(넌 이거 보면서 졸수 있단 말이냐... 대단한넘...) 그나저나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게 충격입니다... 사지절단에 피가 난무하고 알몸이 예사로 보이는 영화인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렇게 흥분하며 봤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입니다. 영화본 후의 이 리뷰에도 제가 흥분한 게 구석구석 보일 정도로... 다음 극장판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입니다. 후우...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극장판도 연작시리즈가 유행이 되버린 나머지, 대체로 한번에 완결되어주길 바라는 저로서는 몇년간에 걸친 이야기는 기다리기 고통스럽단 말입니다(반지의 제왕이 가장 큰 원흉일지도).

P.S 노고를 무릅쓰고 이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섬뜩군에게 감사를...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에 안습...


강변 CGV 하늘공원의 전경입니다. 눈도 날리던 날씨였던 지라 대단히 추웠어요. 담배피는 사람들은 힘들겠더군요. 흡연가능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그때마다 제가 담배를 못피운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철권6에 빠져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는 군과 프라모델이 개틀링 건을 들고 있으면 환장해버리는 군은 추위에 덜덜 떨었다는 후문이...


섬뜩군의 가방에 매달려 있는 앙증맞은 노이에질... 허... 저렇게 매달고 다닐 용기가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튼튼하게 만들어진 완구가 아니거늘... 프라모델이란... 결국 하나 둘 부품이 떨어지더니 막판엔 치마가 벗겨져버린... (어쩔거야)


철권6에 빠져버린 섬뜩군... 집에서 매일 맹연습을 하는 실력 답게 상당한 실력이더군요. 저도 한번 붙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3:0의 퍼펙트로 참패해버린...

그러나 오락실에는 인간도 아닌 고수들이 넘쳐나는 법. 결국 섬뜩군도 물러나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던 여자분이 기억에 남더군요(스틱과 버튼 다루는 솜씨... 엄청난 내공이었습니다!)

그나저나... 한판에 500원이나 하는데... 얼마나 쏟아부었을지...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나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