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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5 눈먼 자들의 도시 6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7. 15. 23:58

눈먼 자들의 도시


 

-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 영화정보의 공개용 스틸컷입니다. -

오래전부터 보고는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볼 기회가 없다가 오늘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TV의 특혜라고나 할까요.

왠지 공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역시 공포영화는 아니었군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내 좀 불편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간략한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어느날 한 남자가 눈이 안보이는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되는데,
그 눈이 안보이는 증상이 급격히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눈먼 사람들을 격리 수용하기로 한 정부 정책에 따라,
눈먼 사람들이 끌려가는데, 걱정이 된 주인공은
눈이 멀지 않았음에도 남편을 따라 수용소에 갑니다.


눈이 멀지 않았지만 눈이 보인다는 것이 탄로나면 곤란하기에
눈먼 사람 행세를 하던 주인공은 격리된 수용소 시설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존재로...
그곳의 참상과 진면목을 두 눈 뜨로 지켜보면서, 아무런 내색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을 통제하려는 병사들의 압력...
어느순간,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던 존재들이 사라지면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총을 가진 압제자의 등장...
그리고 견디다 못해 결단을 내리는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주인공...

여기까지가 주요 스토리입니다.

음 제가 원작은 읽어보질 못해서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어쩌면 영화 자체를 현실과 대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는 합니다.
어떤 집단에서든 누군가가 강대한 힘을 가지면...
그 힘을 손에 넣고 다른 사람들을 압박해대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갇혀 지내는 수용소 생활 도중...
어느 순간부터인가 외부에서 그들을 통제하던 사람들조차 사라지고서,
눈먼 자들 중 총을 가진 존재가 나타납니다.

그는 그 힘을 사용해서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지요.
금품, 식량, 그리고 욕정을 풀 여자.

간혹 현실이 상당히 불만스럽고 힘겨워서 다 떨쳐버리고
옛날 홍길동이 율도국을 세웠다던가...

아니면 조용한 전원마을 같은 곳에서 서로 조용하게 살아가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똑같이 살수는 없을 듯합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평등한 나라는 실패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누르려고 하고 누군가는 타인에게서 뺏으려고 하죠.
필요로 하는 행복과 남아도는 행복이 같은 양이라면 모르지만,
보통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에게서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상 모든 조건이 똑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손에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어떤 '힘'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려는지?


하긴 그런 주제는 미국의 히어로물에 언제나 무겁게 다루어지던 내용이지요.
'공격'을 위해 사용하던지 '보호와 수호'를 위해 사용하던지...

또한, 식량이 부족한데다, 얼마 안되는 식량까지 총든놈에게 통제당하자,
결국 힘없는 사람들은 압제자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식량을 얻기로 결정합니다.

금품들을 모아서 건네주고...
결국엔 여자들까지 그들에게 걸어갑니다.
남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이 남자에게 비참한 꼴을 당하는 것이야
항상 여러 영화에서,

(혹은 지금 이순간도 여기저기의 지구상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역시 불편한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함께 의지하던 여자들을 보내고선
그 여성들이 대가로 얻어온 식량들을 받아들이는 남성들의 모습 역시...

저역시 남자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에게 강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에게 약한 남자의 두가지 모습은...
역시 불편하더군요.



그러나 악당은 언제나처럼 타인을 지나치게 괴롭힌 나머지...
'지나치게 막다른 곳에 몰리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약자'에게 대가를 치루지요.

결국 눈이 보이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영화 초반부부터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그녀는...
중반부에서 어떤 계기로 인해 굳은 마음을 먹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경우에는 보통의 다른 선구자들과는 다른 차이점이 있었지요.
다른 선구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힘과 방향'을 후천적으로 알게 되는 반면...
그녀는 처음부터 '힘과 방향'이 있었지요.

눈먼자들 사이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그녀는
수용소내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지요.
다만, 초반에는 그녀는 정부와 국가적인 통제를 따르고 순응하다가,
후반부부터 스스로 일어나 결단을 내립니다.
그때부터 그녀에게는 '방향'이 생겨납니다.

부당하게 힘과 권략을 휘두르며 고통을 주고 식량을 통제하는 불한당에게서
생필품을 획득하는 것.
수용소가 불타버린 후에 수용소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자,
그녀가 선택한 사람들을 이끌어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

 

그렇게 선택된 사람들을 이끌고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는 그녀에게
다른 존재가 겹쳐 보이는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뭐 그런 거야 영화를 보며 나름대로 해석을 내리는 사람들의 자유이므로
정확한 의미는 영화를 찍은 감독 외에는 알 방법은 없겠지요.

 

다만, 여러가지 석연치 않는 점들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원작이 궁금해지기도 하죠.
원작에는 혹시 더 설명된 부분이 있을까 하면서...

하나. 눈이 멀어버리는 병은 왜 생겼으며, 정부와 국가는 알고 있었는가.
         한때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증상을 유포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돌기도 했었지요.
         결국 특별한 설명 없이 영화는 마무리 되어버립니다.
         한사람 외에는 나중에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지요.

둘. 수용소를 감시하던 경비와 군인들은 어찌되었는지.
     총든놈이 설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수용소를 감시하던 군인도,
     식량을 배급하던 정부도,
모든 외부인이 사라져 버립니다.
     하긴, 영화 도중에 분노한 한 눈먼자에 의해 군인 중 한명이
     죽이기 직전 접촉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때문에 외부로 퍼져나간건지 어떤지는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하긴 전염되는 것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꼭 그 원인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셋. 엔딩은 참 알쏭달쏭한 마무리였습니다.
     원작은 어떤 엔딩인지 궁금하네요.

그러나 역시 예상했던 대로...
비록 고난과 불행과 슬픔이지만,
이겨낸 사람들에겐 깨달음이 있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감정,
전에는 몰랐던 행복,
전에는 몰랐던 사랑,
전에는 몰랐던 사람...


제가 간절히 찾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불행과 슬픔을 겪지 않고서도 깨달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테지만...
역시 저도 인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