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검색입니다. 스포일러는 딱히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비의 '닌자 어세신'을 보았습니다. 실상 비의 출연작이었던 전 영화인 '스피드 레이서'도 아직 안 봤을 정도로 비에 관해 별다른 감흥도,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없지만, 이 영화에 특별히 기대를 했던 것은 제가 우마 서먼 주연의 '킬빌'을 워낙에 재미있게 보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어 개봉해야 할 정도로 상영시간이 길어졌으나 액션과 스토리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느낌이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하다가 드디어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그럼 이 영화는 제게 어땠을까요...


1.  예상은 했지만, 정말 잔혹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영화 배경이 거의 암흑 속이라 자세한 내용물(?)까지는 안 보인다 해도 영화 전체에 피바다 투성이일 정도입니다. 그것때문에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아무리 끔찍한 장면들이 나와도 덤덤한 걸 보니

"끔찍하다고? 이봐,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장실 물이라도 퍼마셔야 하는게 우리네 이 세상이야."

아무래도 이런 사지절단 게임에 익숙해져서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 영화는 '소우'처럼 밝은 빛 아래에서 고어의 극을 달리는 '내용물 소개(?)'같은 장면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뭔가 잘린 사람은 바로 쓰러져 퇴장하니까 말이죠.

2. 가장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게 비의 무술 액션과 더불어 몸매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액션신은 자동차에 던져지는 것 같은 위험한 장면 외에는 거의 다 스스로 소화해 냈고, 그의 근육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단련했더군요.

다만... 저도 저런 몸매를 가진다면 어떨까 생각은 해봣지만 비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저런 몸을 만들기 위해 몇년간 순수 영양식품(조미료나 첨가물이나 몸매에 도움 안되는 요리 재료가 안 들어간 음식)만 먹고 소스나 양념도 절대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세상에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보디빌더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음식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제명에 못살 텐데 말이죠.

그나마 세끼 꼭 챙겨먹고 식사량 줄이고 탄산수 줄인 것만 해도 지금 많이 노력하는 중이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3. 아무래도 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았나 합니다. 매트릭스를 만들었기도 하고 10년간 준비해왔다는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지요. 그냥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납득할 수준이었는지 몰라도 너무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갔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매트릭스를 만든 그 감독이 맞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이야기가 참으로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가 여주인공에게 나타나 한두차례 전투를 벌이니 벌써 클라이막스더군요. 하긴 뭐 질질 끄는 것도 문제지만 후다다닥~ 싸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보스더라...

몰입해서라는 느낌보다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너무 길었어요. 주인공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위해서 과거사를 그린 것은 당연하지만, 영화 전체 중 지난 과거사가 절반을 차지한다면 그것도 좀...


게다가 과거의 비의 모습을 연기한 저 배우... 영화의 1/3이상 출연한 능히 조연감인데 이 영화, 저 친구든 여주인공이든 존재감 없어요... '비 멋지더라~' 말은 많은데 그밖에 다른 출연자는 '그사람 누구?'하는 정도.

5. 안타깝기로 따지자면 이 처자도 그야말로 안습...


후에 비랑 뭔가라도 되어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6. 뭐 이런저런 아쉬움 다 제치고, 감독이 원하는 대로 시원하고 박력있고 호쾌한 액션을 감상해보자면, 최고입니다. 쉴새없이 휘둘러지는 검광과 총알처럼 쏟아지는 수리검 세례, 그리고 어둠 속에 녹아드는 닌자들의 액션까지...


거기다 사슬낫은 보기 드물었고 다루기도 쉽지 않은 무기인데 참 멋지게 표현되었더군요. 거기다 주인공이 실력이 워낙 뛰어납니다. 분명 같은 수련을 받았을텐데(중간에 시력 박탈수련을 혼자 받는 게 나오긴 하지만), 동급 닌자 수십명이 달려들어도 한사람을 못 당해내내요. 개인적으로 살인기계로 키워진 주인공이 인간성을 되찾는 장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7. 킬빌에서는 마지막 보스가 조금은 허탈했지요. 매트릭스에서는 제대로 승부를 펼쳤습니다.


닌자 어세신에서의 마지막 보스는 정말로 보스답습니다! 이 영화는 서양인들이 보는 닌자의 대한 황당무계한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느낌이 보이는데요. 분신술, 연막술, 변신술, 은신술 같은 황당한 인술 같은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원래 일본의 닌자란게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싸고 어둠속에 숨어들어 족을 암살하는 몸집 작은 암살자였으니 여기서의 닌자에 대한 묘사가 더욱 그럴듯해 보입니다. 주인공이 속한 가문에 전해지는, 그래서 주인공이 전수받은 인술 하나를 제외하곤 말이죠.

특히나, 영화 보실분들은 마지막 대결에서 비가 펼치는 초필살기(?)를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정말 말그대로 핀치 상태에서 일발역전을 위한 초필살기로군요...

8. 근래들어 이상하게도 한국인이 연기하는 닌자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셋이나 되는군요.


우리나라에도 일지매나 전우치, 홍길동 같은 영웅들이 있지만 칼을 들고 스피디하게 싸우면 그게 외국인들의 눈에는 전부 닌자로 보일 정도로 인지도가 없으니 좀 안타깝네요.

생각해보니 닌자에 버금갈만한 국내 영웅이란 게 전무한 실정입니다(하긴 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대놓고 암살조직을 키워낼 만큼 삭막한 곳이 아니었지요)

9. 아 그리고 전 이 영화에서 유머가 삽입 된 곳 단 한곳 찾았습니다. 더 많이 찾으신 분 계신가요? 진지해도 너무 진지해... 어떻게 유머가 딱 하나냐...

10. 비의 연기력 논란이 말이 많습니다만, 솔직히 비가 연기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 싶습니다. 거의 다 액션신이고... 그나마 진지한 연기는 어린시절 배우가 다 하더군요...

11. 이 포스팅 제목에도 썼지만 닌자와 싸운다면 일단 불이 필수입니다.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겁니다.

12. 이런 영화가 대체로 그렇지만 액션과 스토리의 둘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 화려한 액션이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