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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5 2012 - 종말이 닥쳐왔을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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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2012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대로 '재난영화' 전문가라는 감독의 명성대로, 확실하게 박살을 내어줍니다. 다만, 조금 긴 듯한 러닝타임 두시간 반은 조금 버겁긴 했네요.


스토리는 단순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어느날 인도의 한 젊은 지질학자가 태양과 지구의 이상현상을 발견하고 관측해옵니다. 점점 심해지는 이상현상에 에드리안 햄슬리(치웨텔 에지오포 배우)라는 흑인 지질학자를 불러 알리게 되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그는 급히 백악관에 달려가 고위간부인 칼 안휘저(올리버 플랫 배우)에게 알립니다. 결국 미국의 대통령과 전세계 대표들과 모종의 계획을 강구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그 중 중심이 되는 것이 세계 정상 8자회담인데... 일본은 들어가도 우리나라는 끼어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어쨌거나 크나큰 혼란을 염려한 정부 극소수의 정보 통제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재난을 맞이하게 되고 연이어 벌어지는 재난은... 셀 수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끕니다...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를 만들었던 감독이라는 기대답게 상당히 화려하고 강렬한 충격적인 재난들이 펼쳐집니다. 게다가,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 재난이란 게 상당히 다양하다는 데 재미가 있습니다. 지진은 물론이요, 격렬한 화산폭발(활화산이나 휴화산도 아닌 평지에서), 대륙의 이동, 그리고 쓰나미, 화산재로 인한 기온저하, 마그마 분출 등 그야말로 재난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합니다. 다만, 기나긴 영화 상영시간의 반 정도가 부서지고 무너지고 폭발하는 장면이라... 처음에는 감탄하고 재밌었지만 갈수록 지루해지기도 했다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오히려 영화가 촛점을 맞추려는 것은 재난의 장면보다는 멸망의 순간 앞에 사람들이 무엇을 마음먹는 지가 더 궁금했던 저였으나 아비규환 속에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채 몇 되지 않더군요. 대부분은 비명지르며 죽어갑니다...
(그게 현실일지도 모르겠네요.)


그와중에 주인공인 잭슨 커티스( 존 쿠색 배우)가 등장합니다. 모두가 미처 모르는 새 재난을 당해 죽어가는 와중에 우연히 몇가지 사건으로 인해 대 재난의 징조를 알게 되고,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다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들처럼 눈에 확 띄는 영웅적인 인물(직접 전투기를 조종하여 외계인과 싸우는 대통령이라던가, 혼자서 죽음의 극한지역으로 떠나는 아버지라던가...)이라기 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의 톰 크루즈 같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하긴 그 많은 죽음의 위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영웅이기도 합니다.)


역시 중간에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역시 우주전쟁의 그와 많이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다만 역시나 재난의 장면들이 긴 만큼이나 주인공 가족이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장면 역시 여러번 나옵니다. 한두번이야 손에 땀을 쥐며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거 너무 자주 위기랑 마주치니 '또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영화는 종말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두 부류의 인간이 서로 반목하는 장면이 나오게 됩니다.
냉혹한 현실은 인정하지만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과...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고 계산하면서 가능한 방법들만을 모으고,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만한 일들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목표 앞에 냉혹하게 버려버리는 사람들로...

결국 처음에는 서로 협력하던 그들은 점점 갈등이 고조되고 맙니다.

그들은 무엇을 알아내고 무엇을 시도했을까요...
그들은 무엇으로 살아남으려는 시도를 할까요...
과연 인류는... 멸망이라는 대 재앙 속에서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결말은 영화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영화속의 미국 대통령입니다. 예전 영화에도 아주 드물게 흑인대통령이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나 얼마 안 남은 2012년이란 시점을 보면 모델은 누군지 짐작가네요.

역시 미국의 시각대로 그린 영화라서인지 미국의 대통령은 끝내 모두의 귀감이 될만한 인물로 표현되어지는군요. 대통령의 선택을 보면서 전 엉뚱하게도 '저렇게 영화가 나와버렸는데 막상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 살겠다고 달아나 버리면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꼼짝 못하겠구만...'이라는 이상한 잡념이...


영화는 시종일관 내내 비참하고, 슬프고, 절망적인 분위기라서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알수 없는 코믹한 장면이 묻혀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위 사진과 같은 재난방송에 자신의 지난 영화 장면을 끼워넣기도 하고, 찰리가 직접 만든 동영상 같은 장면이 있었습니다만, 그닥 영화관에서 웃음소리는 거의 안터지는 분위기였죠.

제 개인적으로 참 재밌었던 대사는 주인공이 아내에게 빨리 피신하라고 전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아내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제는 안전하다고 했다'고 하자, 주인공이 바로 말합니다.

'걔는 영화배우잖아!!! 대본을 그냥 읽는거라고!!!'
 
아 그래요, 그아저씨 아직 주지사죠? 게다가 그렇게 대본 읽던 주지사가 주인공이 정곡을 찌르자 마자 바로 지진에 휘말려 사망하시더군요
(... 아무리 그래도 터미네이터신데...).



'누가 뒤에 남겨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종말 같은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종말... 물론 언젠가는 오겠지요. 그러나 휴거 사건, Y2K사건을 겪고 나니 언젠가부터 무덤덤해지더군요. '이번엔 2012년이야? 그날 지나고 나면 또 언제가 종말이라고 예언될까' 하는 정도...?

그러고보니 세계 종말의 위기를 세번이나 맞게 되는 저희 세대도 참 박복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마 오래전 프랑스에서 혜성이 충돌한다는 뉴스때문에 모두가 광란의 하루하루를 보냈던 프랑스같은 사태가 안 벌어지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고, 내일 종말을 맞을 것처럼 후회없는 오늘을 보내라.'가 제게는 가장 와닿았습니다.

종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의미로서의 종말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누가 알겠습니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입을 열게 될지... 시간이 앞으로도 많을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미루고 미루고만 있다가 저처럼 결국 말하지 못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버리고는 후회하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용기를 내어 해야 할 말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을테니까요.

2012년 12월 21일... 그날이 멸망하게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날이 오기전에 지금이라도... 미처 용기내지 못해서, 차마 쑥스러워서 아껴두었던 말을 건네어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나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