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08. 2. 8. 22:58

[펌]아리랑의 의미




《‘아리랑’은 한국 민족의 상징적인 대표적 민요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한국 민족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불려진 노래일 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남북이 분단되어 올림픽 단일팀이 하나의 국가(國歌)를 부르기 어려울 때는 ‘아리랑’을 국가처럼 합창하여 한 민족임을 확인한다. 》
그러면 ‘아리랑’은 무슨 뜻인가? 아무도 모른다. 현재까지 수긍할 만한 해석이 없었다.
한 연구논문을 읽었더니 아리랑의 ‘뜻은 없으며 흥을 돕고 음조를 메워나가는 구실을 하는 말’이라고 쓴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오래 탐색해 왔으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필자의 견해를 밝힌다.
문제의 구절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경기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또는 사투리로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등에 나오는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 ‘아리랑 고개’ 같은 말의 뜻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아리랑’의 ‘아리’의 첫째 뜻은 ‘고운’의 뜻이고, ‘랑’의 뜻은 ‘님’이다. ‘아리’가 고대 한국에서 ‘고운’ ‘곱다’ ‘아름다운’ ‘아름답다’의 뜻으로 쓰인 흔적은 현대 한국어에서 ‘아리따운’(아리+다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몽골어에서 ‘아리’는 아직도 ‘고운’ ‘곱다’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아리랑’의 첫째 뜻은 ‘고운님’이다.
‘아리’의 둘째 뜻은 ‘(사무치게) 그리운’의 뜻을 담고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마음이) ‘아리다’의 동사는 사랑에 빠져 상사병에 걸렸을 때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의 표현이다. 이것이 형용사가 되면 ‘아리’는 상사병이 나도록 ‘사무치게 그리운’의 뜻이 된다. 이때의 ‘아리랑’은 ‘(사무치게) 그리운 님’의 뜻이다.
‘쓰리랑’은 ‘아리랑’의 둘째의 뜻과 동의어 또는 유사어이다. 마음이 ‘쓰리다’는 마음이 ‘아리다’와 유사어이다. 즉 ‘쓰리랑’은 마음이 아리고 ‘쓰리도록 그리운 님’인 것이다. ‘랑’은 한자로서 삼국시대에는 ‘낭(郞)’자를 써서 젊은 남녀를 모두 표현했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시대에는 남녀를 구분하여 남자는 주로 ‘郞’자, 여자는 ‘娘’자로 표시하였다. 발음은 모두 ‘랑’이며, 뜻은 ‘님’이다. 신라 향가(鄕歌)의 죽지랑(竹旨郞), 기파랑(耆婆郞) 등이 좋은 예이다.
‘아라리’는 근 현대에 뜻을 몰라 잃어버린 말인데, 필자는 이를 ‘상사병’의 고대 한국어라고 판단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상사병을 나타내는 ‘가슴아리’(가슴앓이)에서 그 흔적이 어렴풋이 보인다. ‘쓰리다’를 강조할 때 ‘쓰라리다’라고 강조사 ‘라’를 넣는 것처럼 ‘가슴아리’는 ‘가슴아라리’ ‘아라리’와 같다.
‘삼국유사’ 등에는 상사병에 걸린 사랑 이야기가 몇 개 나오는데, 상사병에 해당하는 순수고대 한국어를 한자가 수입된 뒤 언젠가 그만 잃어버린 것이다. 민요 ‘아리랑’에 들어있는 ‘아라리’가 바로 ‘상사병’의 순수 한국어인 것이다.
‘아리랑’ ‘아라리’ 등의 용례로 보아서 필자는 ‘아리랑’은 먼 옛날 삼국시대에 애창된 노래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후 수많은 변천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는 동안에 ‘아리랑’ ‘아라리’의 뜻은 모르게 되었지만, ‘앞소리’ 또는 ‘후렴’으로 지금도 애창되는 것이라고 본다.
‘아리랑’이 뜻도 모른 채 일천수백 년을 내려온 것은 이 고대어 속에 현대어로는 치환할 수 없는 절묘한 뜻과 멋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어는 이미 분화되어서 ‘고운님’과 ‘(사무치게) 그리운 님’을 복합한 1개 단어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면 ‘고운님’과 ‘(사무치게) 그리운 님’은 둘이 아니라 하나로 복합된다. 그러니 ‘아리랑’을 대체할 현대 한국어는 없는 것이다.
그 위에 ‘아리랑’과 ‘아라리’는 뜻과 소리에서 실로 절묘한 운율 대응을 이루어서, 기막히게 멋진 표현인 것이다. 현대 한국어로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의 이 멋있는 절묘한 표현을 도저히 대치할 수 없는 것이다.
구태여 현대 한국어로 리듬을 접어두고 번역하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는 “곱고 그리운님/곱고 그리운님/(상사병이 나도록) 사무치게 그리워라”의 뜻이다. 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는 “곱고 고운님/그립고 그리운님/(사무치게 그리워) 상사병이 났네”의 뜻이다.
노랫말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는 “아리랑(이) 고개를 넘어간다”의 표현을 운율에 맞추어 ‘아리랑’ 다음의 토씨를 생략한 것이다. “곱고 그리운 님이 고개를 넘어간다”는 뜻이다. 한국전통사회에서 마을공동체의 활동범위를 차단하는 것은 ‘고개’였다. ‘고개’를 넘어가는 것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공간으로의 ‘이별’을 의미했다.
“아리랑이 고개를 넘어간다”는 것은 “곱고 그리운 님과의 가슴아픈 이별”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리랑’의 뜻을 모르게 된 이후에는 ‘아리랑’이 고개이름인 줄 알고 ‘아리랑고개’로 생각하여 다수의 가사들이 지어지기도 하였다.

아리랑은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절묘하게 잘 표현한 노래로서 삼국시대 이후 전승되어오는 동안에 모든 고장에서 자유롭게 가사와 곡을 창작하여 붙이게 되었다. 아리랑의 가락(리듬)도 사랑과 이별의 그리움뿐만 아니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모두 표현하게 되었다.≫
예컨대 ‘밀양아리랑’ 계열의 아리랑은 씩씩하고 약동적이며 낙천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아리랑은 모내기, 김매기에서 두레꾼들이 합창하는 중요한 ‘노동요’로도 발전하였다.
아리랑이 천수백년을 다양하게 계승 발전해 오는 동안에 노랫말과 가락은 수천개가 창작, 탄생했지만 변하지 않고 전승되어 오는 것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등의 노랫말이다.
이것이 뜻을 모르게 된채 변함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제는 ‘후렴’이나 ‘앞소리’처럼 되었다.
현재 ‘아리랑’은 임진왜란 무렵 때부터의 것이 채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무렵
할미성 꼭대기 진을 치고
왜병정 오기만 기다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병자호란 무렵
오라배 상투가 왜 그런고
병자년 지내고 안그런가
(아리랑 후렴)
△흥선대원군 집정 무렵
조선 팔도 좋다는 나무는
경복궁 짓느라고 다 들어간다
(아리랑 후렴)
현재 표준적으로 불리는 다음의 아리랑 노랫말은 아리랑 부분 외에는 일제 강점기에 변형 작사된 ‘신 아리랑’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데리고 가시는 님은
백리를 가도 날아서 간다.
여기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다음 절인 ‘나를 데리고 가시는 님은 백리를 가도 날아서 간다’의 대응이다. 밀양 아리랑 계통의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는 ‘곱고 그리운 님이여 고개를 넘어 멀리 떠날 때도 나를 데리고 가소’의 뜻이다.
승려 시인 한용운(韓龍雲)이 일찌기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는 명구를 쓴 바와 같이, ‘아리랑’(곱고 그리운 님)은 남녀의 연정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민족은 ‘곱고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모두 ‘아리랑’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캄캄한 어둠의 시대에는 남녀의 연정보다 민족의 ‘자유’ ‘해방’ ‘독립’이 더 절실한 아리랑이었다. 한국인들은 일제 침략자들을 아리랑으로 풍자, 비판, 저항하고 민족의 ‘자유’ ‘해방’ ‘독립’을 아리랑으로 노래하였다.
인천 제물포 살기는 좋아도
왜놈의 등살에 못살겠네.
(아리랑 후렴)
일본 대판이 얼마나 좋아서
꽃같은 나를 두고 연락선 탔는가.
(아리랑 후렴)
산천초목은 의구(依舊)한데
이 땅의 주인은 어데갔나.
(아리랑 후렴)
풍년 들어도 먹을게 없어
북국의 벌판을 찾아 갔나.
(아리랑 후렴)
논밭은 헐어서 신작로 되고
집은 헐어서 정거장 된다.
(아리랑 후렴)
말깨나 하는놈 감옥소 가고
일깨나 하는놈 북망산 간다.
(아리랑 후렴)
일제를 타도하기 위해 싸우던 독립군 광복군들도 ‘광복군 아리랑’을 불렀다. 그러므로 ‘아리랑’은 한국인들이 사랑하고 소망하는 ‘곱고 그리운 님’ ‘아름답고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모두 ‘아리랑’으로 상징화되었다. 우리시대 한국민족에 가장 곱고 사무치게 그리운 ‘아리랑’은 어떤 ‘아리랑’일까? ‘통일아리랑’이 아닐까?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출처 -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0&articleId=262750 -


흐음~ 아리랑, 쓰리랑의 뜻이 그 뜻이었군요. 고운님, 가슴아픈 나의 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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