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애니메이션중 그 첫번째... 인상적인 포스트가 있어 가져왔습니다.
2009/01/26 16:42 http://blog.naver.com/janushe/110041397219 |
- 맨처음 10분. 고도의 탄생과 오르가와의 만남.
테즈카 오사무 원작으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 불새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사랑이 그리고 인간의 의지가 지구를 구한다는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일단 배경부터가 먼 미래로 지구의 자연은 황폐해져 있고 우주인들과 교류하여 함께 살고 있는데, 고도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인간의 탄생조차도 자연스럽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조절되어 상품처럼 키워지며, 보육 또한 인간이 아닌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고도의 성장과정에 대한 생각>
주인공은 남성으로 고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보여지는 것만 봐서는 격리된 공간에서 키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면 맨 처음 세상밖으로 나갔을 때의 충격같은 게 있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는 이 부분이 좀 부자연스럽게 전개 되었거나, 아니면 바깥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뺀 축약한 과정만 보여준 것이거나 또는 영상 및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직접 접촉하지 않은 채로 자연스럽게 세상을 익힌 것 같다. 로봇에 의해 키워지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지만 어떤 능력이 좋고 어떤 것에 적성이 맞는가를 어릴때부터 고도로 분석하여 발달시켜 주는 것은 매우 좋은 것 같다. 자연스러운 성장이나 인간적인 면에 반한다는 면에서 반대할 사람도 많겠지만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간과 인생을 허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현실을 볼 때 자기자신을 일찍 파악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잡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물론 인간의 능력은 각자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으므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자에 속한다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지만,그건 어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이 있고 그 역할들은 다 누군가는 해야할 것들이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그런 차이조차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그리고 다소 인위적이긴 하지만 애니에서와 같이 국가가 개입하여 능력을 분석 키워주는 것이 더 평등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 배경이 과학의 발달로 인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다르긴 하지만 고도는 부모도 없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태어나지만, 우주파일럿으로서 적합한 인재로 판단되어 양질의 발달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레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와 권력을 가진 부모를 가진 인간은 또 그 나름대로 그 지위를 세습하여 살아간다. 이렇게 자신이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모든 계층에게 주어진다는 면에서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이런 설정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싶다. 혹시 정말 먼 미래에 현실이 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애니에서의 미래세계는 시험관 아기를 따로 생산하지만, 이것은 설정이므로 별도로 하고, 평범한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아이에게도 이런 비슷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기술적으로 어렵긴 하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가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 뒤는 자신의 노력에 달렸지만 인생의 후반기에 가서 후회하는 일은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도는 우주파일럿에 맞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여 견습생으로서 훈련원에 들어간다. 항상 오르가와 함께 자란 고도는 당연히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려 하지만 오르가를 기계덩어리로만 여기는 교관에게 제재를 당하고 결국 휴대용 짐과 같은 형태로 변신시킨 채 동반하여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들어간 훈련. 고도는 사격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다른 행성에서 잡아온 우주인들을 사격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
테즈카 오사무의 세계관이 많이 엿보이는 이 작품에서는 이미 오르가의 존재. 그리고 후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인간과 그 밖에 생명체, 그리고 그 구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릴때 부터 오랫동안 함께한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면에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오르가를 결국에는 로봇이므로 말하자면, 휴대용 라디오와 같은 것으로 순식간에 전락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까? 무자비한 인간이 아닌 보통의 인간이라면 쉽게 용남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오르가가 인간이 아니기에 그렇게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이 하기엔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게 한다. 게다가 오르가는 도고를 어릴때부터 보살펴온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 더욱 그런 점이 부각되게 한다.
그리고 도고는 사격명령을 받았을 때 "저들은 인간이다." 라고 항변하지만 교관은 "저들은 다른 혹성에서 온 괴물들이다." 라고 대답하며 무자비하게 학살해 버린다. 그런데 나도 도고가 '인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을 때 위화감같은 것을 느꼈다. 저들에게 '인간'이라는 호칭이 과연 적당한가 하고. 교관은 말한다. "저들이 인간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괴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새삼, 인간이란 뜻은 무얼까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과는 다른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물. 그렇다면 외형은 달라도 우리와 같은 문화와 지능을 가진 우주인은 인간인가? 우리 '인간'으로서는 다른게 아무리 같아도 외형이 다른 생물을 같은 의미의 '인간'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결국 '지구인'을 뜻하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지구인과 인간의 의미 역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외형이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해서 말을 못하고 듣지 못하고 정상적인 지능을 소유하지 못했더라도 외모가 우리와 같으면 그는 인간이고, 같은 언어, 생활습관, 문화등 모든 것이 같더라도 외형이 다르면 그는 선뜻 인간이라 말하기 어려워한다. 너무나 쉽게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사실은 이렇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런것들은 우주인을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 같다. 만약 만화처럼 우주인과 자연스레 일상생활에서 숱하게 접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는 어느새 그들을 '인간'으로 당연히 받아 들일 수도 있게 될 것 같다. 물론 여기에서처럼 차별은 존재 할 것 같다. 지금도 인종차별이란 것이 존재하듯이 사람에게 절대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종류의 편견이라고 한다. 지금도 출신국가에 따라 눈에 안보이는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먼 미래에 우주 시대가 와도 그때는 또 어느별 종족이냐에 따라이런 차별성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또 덧붙이자면 악인과 선인의 존재이다. 고도같이 다른 행성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것을 보고 밤에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 놓고 오히려 유쾌해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는 항상 악인이 있다. 난 이 점에 대해 꽤 할말이 많은데, 우리 사회가 악의 존재에 대한 인식적으로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토픽을 정해서 써야겠다. 'ㅅ' 일단 그런 존재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해야한다.
고도 사랑에 빠지다.
드디어 고도는 레나라는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레나역시 고도를 처음 본 순간 주시하게 된다. 80년 당시의 굉장한 미인 그림체의 캐릭터. 하지만 공교롭게도 레나는 아버지가 고위정치인인 지체높은 신분의 아가씨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레나가 신분이 낮은 파일럿에게 눈길을 주는 것조차 이상하게 생각한다.
한편, 고도는 최고의 엘리트인 과학성 장관에게 불려가게 되는데 거기서 임무를 받게 된다. 임무는 코스모존 2772라는 괴물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먼저 우주탐사에 나갔던 우주선들의 사진을 보면 고열에 의해 녹은 흔적들이 보인다. 그리고 어렵게 촬영한 마지막 사진에 새와 같은 모양이 찍혀 있는 것이다. 고도의 임무는 바로 그 새를 생포하여 잡아 오는 것이다. 로크는 여기에서 안경을 벗고 비슷한 외모의 자신과 고도가 형제라고 말한다. 둘 다 시험관 아기로서 다른 능력에 따라 다른 운명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꽃을 구경하기도 어렵게 된 시대. 고도는 꽃을 보러 원로원 클럽하우스에 들어가게 되고 우연히 레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
레나는 고도와 재회한 뒤로 사랑에 빠져 고민하게 되고 고도 역시 레나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진다. 그걸 눈치 챈 오르가는 로크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리 없다고 생각하는 로크에게 핀잔만 듣는다. 감정이 없는 로봇인데도 동요된 모습을 보이는 오르가. 레나와 고도는 곧 연인되어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그걸 바라보는 오르가는 슬픈 모습을 보인다. 실연과 질투를 느끼는 듯한 모습.
하지만 결국 이 둘의 관계는 레나의 정략결혼 상대인 로크에게 발각되어 레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로크는 노동캠프로 보내진다. 노동캠프에 있던 사루타 박사는 고도를 파트너로 해서 우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캠프에 재해가 발생해 고도에게 위기가 닥친 순간 오르가가 나타나 그를 구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노동 캠프의 책임자가 바로 유명한 블랙잭이다. 이것은 바로 카메오? 하여튼 블랙잭님은 고도에게 자신을 이기면 우주선을 타고 떠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아 보이던 그는 결국 쓰러지고 고도일행은 우주로 떠난다. 하지만 쓰러져 있던 블랙잭님은 기분이 좋은지 슬쩍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
일행은 사루타 박사의 친구가 있는 행성으로 가서 불새로 생각되는 새를 잡기도 하지만, 허사였음이 밝혀지고 코스모존 2772라는 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북스와 크라크를 일행으로 얻게 된다.
핀쵸에게서 레나와 로크의 결혼 소식을 들은 고도는 심하게 괴로와 하고 오르가는 그를 위로해 보려 한다.
레나의 꿈을 꾸다 깨어난 고도.
레나가 있었어. 날 부르고 있었어.
레나, 벌써 결혼했어.
고도, 오르가가 할수 있는 일 없어?
고마워.그치만 로보트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는거야.
네가 이해할수 있을리 없어. 난 친구를 원해.
마음 속에서부터 서로를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해.
오르가, 고도가 좋아. 고도를 위한거라면 뭐든지 할거야.
언제든지 고도 옆에 있을거야. 그래도 안돼?
내가 원하는건 인간 여자아이야!
이번엔 오르가를 위로하려는 핀쵸.
그럴땐 실컷 우는거야.
눈물로 슬픔을 씻겨내는거야. 알았지?
오르가 눈물 안나와. 우는 장치가 없어.
자, 그럼..안약이라도 넣어보면 어때? 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구.
로봇이기에 그대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없지만 안약을 넣고 눈물을 흘리는 오르가.
핀쵸, 북스 그리고 크라크의 연주.
슬플 땐 음악을 듣는거야.
그럼 마음도 맑아지고 희망도 생기는거야.
드디어 불새를 발견하게 된 고도. 순백으로 빛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불새는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무서운 모습으로 고도일행의 우주선을 공격하여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적으로 맞서 싸워야만 하는 강한 힘의 불새.
불새가 뿌린 산을 중화하기 위해서 우주선 밖에 나가서 중화제를 뿌리는 위험한 작업을 하고 돌아온 오르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 산은..
무서웠어
무서웠다구?..무섭다고 했어?
응... 다리가 떨렸어.
그치만..그치만 넌 로보트야. 무섭다는 감정은 없을텐데..
물론 오르가 태어날때부터 무서움,기쁨,미움 등 아무런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르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인간의 마음...
당신에게 미움받지 않도록..
믿을수 없어..있을수 없는 일이야.
오르가, 인간 여자아이랑 똑같아
그 중에서도 계속되는 불새의 공격. 오르가는 고도를 지키기 위해 비행기로 변신해서 불새와 직접 맞서 싸우다가 그 열에 의해 타버리고 만다.
오르가!! 어떻게 이런일이...
오르가..오르가..오르가
난 네가 필요해,오르가. 널 사랑해
그런..난 널 사랑하고 있어.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
난 오르가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오르가, 지금 고쳐줄께
당신에겐 도저히 못 이기겠군요.
당신 마음 속엔 저의 어떤 힘 보다도강한 무기가 있어 당신을 지키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싶어 오랫동안 찾고 있던 것입니다.
저의 패배입니다. 당신의 바램,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저에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것을 아주 조금만 나누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무기는 우주의 그 어떤 파괴력 보다도 강합니다.
나는 이 여자를 되살려놓지 않으면 안돼. 이 내 손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의미가 없어.
안돼. 도저히 고칠수가 없어. 뭘 해도 되살아나질 않아.
오르가를 되살려내 봐. 그러면 내 목숨이든 무기든 주겠어.
전 수리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생명을 불어넣을수는 있습니다
해 드리면 제가 원하는걸 주시는거죠?
고도의 우주선을 완전히 정복파괴 할 수 있는 순간, 불새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우주선에 접근을 못하게 되고 결국 크고 공격적인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가냘픈 새의 모습으로...그리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우주선을 공격하던 모습이 아닌 아담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고도의 뒤에 나타난 불새는 자신의 패배를 인장한다.
여기서 불새는 결국 고귀한 존재로서 신과 같은 존재 그리고 우주의 섭리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대항하며 정복의 마음을 가지고 대드는 존재들은 오히려 절대 불새를 이길 수가 없으며, 그러한 그들의 마음은 반대로 불새의 공격동력으로 사용되어 더 크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불새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고도가 오르가로 인해 파괴가 아닌 그 반대의 사랑과 생명에 대한 갈구로 에너지의 방향을 돌렸을 때, 그것은 우주의 힘이 되어 불새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공격동력을 잃은 불새는 힘을 뺏기며 점점 작아져 마침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오르가.난 너 없이는 살수 없어.
네가 키워줄 때부터 네가 좋았어.
지금까지 다른 여자나 쓸데없는 일로 시간만 허비하고..난 바보였어.
전 로보트예요. 당신은 인간이고 주인이예요.
로보트건 인간이건 그게 무슨상관이야.
사랑해. 전 우주에서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너를 사랑해.
마침내 불새에게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오르가는 부활하고 불새는 그들을 자연과 과실이 풍부한 아름다운 별로 데려간다. 이 별 역시 이곳에 살던 인간들의 전쟁으로 인하여 파괴되었으나 불새에 의해 부활 된 곳이다. 그리고 그 부활은 다른 작은 생명과의 교환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별은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불새의 설명. 작가의 우주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말이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고 그것을 지탱해주는 것이 지구인데 수만년동안 지구상의 생명에너지를 받아온 지구가 생명을 가지고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으로만 따져도 에너지의 흐름이란 것이 존재하고 그 에너지가 이루는 경이적인 것들을 체험했으므로.
고도는 모든 것을 가진 아름다운 별에서 풍요로움을 누리며 오르가와 행복한 날을 지낼 수 있게 되지만, 다시 지구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지구는 고도가 태어난 고향별. 그는 오르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구하러 돌아가고 싶어한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 살고 있는 사람의 향수병을 생각해 보아도 지구를 그리워 하고 구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십분 이해된다. 우주시대에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지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픽션작품들이 많은데, 정말로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 있다면 얼마나 지구가 그리울까...
한편, 지구에서는 황폐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고 노동캠프의 개발지역에서도 재해가 잇따른다. 로크의 아내가 된 레나는 언제 고도를 사랑했냐는 듯 고위정치인의 아내로서의 지위를 누리며 이기적으로 변해 있다. 야채와 씨앗을 가득 싯고 돌아온 고도는 로크에 의해 체포되지만, 지구의 황폐화 진행은 절정에 이르러 자구파멸의 순간을 맞이한다.
악역으로 나오는 로크는 나름 자신의 방법으로 지구를 다시 부활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과학과 기술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최고의 엘리트로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맹신했다. 그래서 자신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곧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재는 많이 쓰였지만, 여기서 또 인간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과 오만에 대한 비판도 같이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자연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구를..생물들을..인간을..구하고 싶어!
대신에 내가 죽어도 좋아.
오르가는 지구가 멸망해도 고도는 불새의 피를 마시고 불로불사의 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도는 자신의 생명과 바꾸어서라도 지구를 부활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고도가 지구로 돌아오기 전 살았던 아름다운 별이 하나의 작은 생명에 의해 부활했듯이 고도의 한 생명으로 지구가 부활하길 바란 것이다. 그렇게 고도는 자신의 바램을 확인하고 조용히 쓰러진다.
내 목숨으로 지구 부활의 바램을 이루어줘
이 작품의 마지막은 고도의 희생으로 인해 지구가 부활하고, 그 후 오르가도 진짜 인간의 여자로 부활하며 고도 역시 다시 어린아이로 부활하며 끝난다. 이것은 흡사 기독교의 부활신화와 비슷한데, 인간의 잘못으로 인하여 파괴된 지구를, 마치 예수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간의 죄를 사한 것 같이. 고도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부활시킨다. 그리고 자신은 죽는다. 그리고 어린 아이로 다시 탄생하며 인간의 여자가 되어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르가의 모습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를 연상시킨다. 오르가는 본래 파괴된 후 다시 살아난 듯이 보였지만, 그건 오르가의 몸에 불새가 들어갔기 때문이므로 그녀가 진정 인간으로서 생명을 얻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오르가의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인간의 감정을 가지게 된 로봇. 인간을 사랑한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특히 나는 A.I. 를 너무나 슬프게 펑펑 울면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들에 비하면 오르가는 감성을 자극하기보다 항상 조용히 고도의 곁에서 그를 위해 헌신적인 로봇으로 나온다. 어머니이자 친구, 연인의 역할을 하였고 마침내 정말 인간의 여인이 되어 아기인 고도를 거두어 들인다. 인간의 선한의지와 작지만 귀중한 생명의 무게가 다시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적을 보여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 작품 이후에도 위에 언급한 영화들처럼 비슷한 소재를 다룬 것이 많지만, 이 애니는 80년 이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효과가 더 클 것이다. 80년 당시에 내가 이 작품을 봤다면 느꼈을 감상이나 생각은 또 미묘하게 다를 수 있고 일단, 더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도 인상적이지만 거의 30년 전의 시대에 받았을 인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불새는 이 이야기속에서만 아니라 불사조 즉, 영원한 생명을 의미한다. 작가는 인간의 삶과 생명이라는 것을 불새라는 존재로 형상화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불새가 이 작품 안에서 무섭고 추한 모습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듯이 인간의 삶도 그렇게 자신의 생명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추할수도 혹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을 숭고하게 사용한 고도와 같은 한 인간의 예에서 감동을 느끼고 작은 생명이 주는 큰 의미와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부활의 기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되어 생명과 탄생 그 경이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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