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03:18

하모니 - 잘 만들어진 한편의 뮤직비디오


- 이하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와 공식 홈페이지 공개 이미지입니다. 특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



하모니를 보았습니다. '세븐 데이즈'때 김윤진의 모습에 꽤나 감명받은 터라 그녀의 영화에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영화 '집행자'의 여성판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집행자'는 보지 못했던 터라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찍는 영화마다 우울해지는 조재현, 봉태규, 이나영에 안타까운 마음만... 그나마 차인표씨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어 다행일까요...)



영화 내용은 알기 쉽습니다. 아니 뭐랄까... 너무나도 담백하고 알기쉽고, 이해가 쉬워서 영화가 끝나고도 영화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안그래도 블로그에서는 오만가지 떠들어대도 막상 오프에서는 말수가 적은 저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막상 제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뒤끝없이 모든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설명해주니 뭐... 끝나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울었다는 것 밖에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까지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김윤진표 뮤직비디오라고만 생각되었지만, 김윤진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부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반 이후부터는 다른 에피소드도 차례로 나와서 볼만하더군요. 확실히 슬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기뻐서 울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그 곳. 교도소. 보통 여성분들은 보면서 체감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저는 저 분위기가 기억이 납니다. 교도소는 아니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군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비슷하지요. 자유가 억압당하고,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 물론 그저 비슷할 뿐. 같은 건 아니지만...

한가지 더 드는 생각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기만 할지... 누구나 세상을 살다가 한 발 실수로 잘못 디디면 가게 되는곳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제 주위에도 몇 사람 다녀온 사람이 있지요. 특히 군대에서는 영창 간 사람이 왜 그리도 제 곁에 많던지... 제가 직접 유치장에 식사를 전해주기도 했고 말이죠...

알면서도 저지르는 죄라면 정말 나쁜 거지만, 영화라서인지 그녀들의 죄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 역시 '죄'는 '죄'이기에 스스로 죗값을 치루어야만 하지만, 그녀들을 마치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얼굴 찌푸리며 외면하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 아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군요. 상당히 우울한 영화인데 아기때문에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돌잔치때 덥썩 수갑을 집어든모습에는 정말...


2. 김윤진의 연기는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저 연기는 정말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잘 부르는 노래를 억지로 음치인척 노래하는 거 같아서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아기는 어떻게 노래할 때마다 타이밍 좋게 우는 걸까요...?


3. 여성 교도소의 여성 제소자들이 나오는 영화니 영화 내내 남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교도소장 정도...? 대신 여성 연기자들은 각기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열연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 경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공 경위 단독으로 나온 스틸샷조차 없더군요... 이런... 꽤 오래 찾았는데 말이죠.


결국 영화 하모니 공식 페이지의 공개 스틸샷에서 부분캡쳐...
하긴 공 경위가 이정도니 그녀의 직속상관인 경감은 오죽할까요...

공 경위는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제소자인 그녀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편의를 힘껏 봐주고 성심성의껏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상관과 의견충돌이 있죠. 물론 대립할 정도의 성격이 아니어서 반대는 하지만 차마 거역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상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확실히 이 세상의 모든 삶의 무게 중 가장 무겁고 감당하기 끔찍한 기억과 상처들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들을 모두 공유하다간 결국 공 경위 스스로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 말걸요. 그녀의 상관은 아마 그 때문에 그녀들과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소자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라... 아마 제가 저 위치라면... 저는 공 경위와 그 상관... 어느쪽의 길을 걷게 될지...
하긴 답은 제게는 벌써 나와있습니다. 모두가 공 경위의 모습을 칭찬하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내겠지만, 막상 저 상황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실제 교도소는, 영화속의 화목하고 기껏해야 머리 끄댕이만 잡고 투닥거리는 제소자들이 아닌, 사람도 죽여본, 수틀리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눈빛 살벌한 제소자들을 매일매일 감당해 내야 할텐데 말이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제 경우, 타로 카드를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보니 가끔 주변 사람들의 점을 봐주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볍게 장난하듯이 점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너무 가벼운 장난은 곤란해서 조금은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율적인 복채를 받고 있긴 하지만요...), 그 중에는 정말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무거움에 동화된다면, 저 역시 객관적으로 카드를 읽기가 좀 어려워 거리를 좀 두려 하죠. 그래서 저는 공 경위보다는 그녀의 상관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전부 감당해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공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으면 숨을 참아보면 될까요...
앞을 보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눈을 감고 걸어본 적이 있어요.
소리가 들리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귀를 막고 거리에 나가본 적도 있죠.

영화를 보고 나니 평범한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제가 얼마나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겠더군요.


내일은 이대 쪽에 나가보려 합니다. 처음에 상수 역에서 좌절, 두번째 합정 역에서 좌절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대에 또 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신 분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문가든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