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18:41

[펌] 발시오네 필살기 크로스맷셔~

건담 외에는 프라모델을 거의 사지않던 저에게 나오자마자 바로 지갑을 열게 만든 로봇... 발시오네입니다...
오래오래전 플레이스테이션 슈퍼로봇대전 알파에 첫 등장한 이래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이 된 발시오네...


누가 이걸 로봇으로 보겠습니까... 사랑하는 딸내미가 아무리 로봇이 맘에 안든다고 땡깡을 부렸다고 해서 로봇의 얼굴을 초절정 미소녀로 만들어버린 비안 졸다크 박사...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무엇보다 실제 전장에서 저 발시오네가 저런 표정으로 바라본다면...

공.격.불.가.

싸움의 의지를 모두 잃은 저에게 발시오네가 다가옵니다.


샤방샤방 웃으며 총구를 저에게 겨눕니다.

맞.아.줘.야.해.

저도 결국 굴복하고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해서 만들었고 지금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솔직히 발시오네의 전투장면은 원월살법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되지만, 예전 플레이스테이션때 게임이라 그런지 영상이 잘 없고... 우연히 꽤 괜찮은 동영상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어라라 좀 찾아보니 원월살법 필살기도 있네요. 플레이스테이션1의 화면이라 상당히 화질은 안 좋지만 저 필살기로 수많은 적 메카들을 비명에 가게 만들었던 게 새록새록 생각이 나네요.



후우... 조만간 발시오네 R도 나올텐데... 그러면 별수없이 바로 또 지르게 될 게 뻔하네요...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11:33

상념0131 - 간만에 늦잠 실컷 잔 일요일...


늘 좋아하는 콜라를 사 와서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뚜껑이 안 열려요...
제 완력이 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콜라 뚜껑 여는데는 문제는 없었는데...
혹시 제가 하루새 폭삭 늙어버린 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늙어서 그런건 아니네요... 니퍼까지 동원해서 결국 뚜껑을 잘라냈어요...
이런 된장찌개... 뚜껑이랑 PET병이 눌어붙어 있어요... 왜 이런 거에 한시간을 낑낑댔던 걸까요...

그도 그렇지만... 왜 이 콜라는 이렇게도 저에게 먹히는(?) 걸 거부했던 걸까요...
먹고 죽지는 않겠죠...?


제 일본어 공부 대상인 친구 쥰이예요. 일본어 공부라고 했지만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는 게 문제군요... 하아...


얘들 말만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면 바랄 게 없는데 말이죠... 그나마 오십음도는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기에 '아스라이'라는 제 이름은 제대로 말해준 거 같습니다...


너 마녀의 아이였구나... 데뷔 성공하길 빌어줄께...


그러고는 인사하고 떠나고... 텅 빈 방만이 남게되요... 그나마 얘 전에 있던 토로는 가는 것도 못봤는데, 쥰은 가는 모습이라도 보니 다행이네요.


인간의 말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제가 일본어를 모르는 관계로 가르쳐 주지 못했고, 그나마 몇개 가르쳐준 단어는 몽땅 영어였으니... 아직 갈 길이 멀겠네요. 일본어... 후...


어제 본 하모니의 극장 풍경이예요. 그나마 제 뒤로는 관객들이 있었지만, 반쯤은 저렇게 휑...
아바타가 여전히 강세여서인가... 시간이 나자마자 한국영화를 덥썩 두개 고른 이유가 있긴 했지요. 전우치 외에는 줄줄이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더군요... 빠르게...


안타깝게도 외국 영화는 볼만하고 기대되는 것이 많건만 국내 영화는...? 그러고보니 전 세계적으로 화려한 특수효과와 많은 돈을 들인 그래픽 영화가 유행이건만 언제나 제작비에 허덕여서인지 우리 영화는 계속 정직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영화들이네요. 강풀이 시나리오를 쓰고 봉준호 감독이 제작할 청계천 괴수영화 '괴물 2'는 언제 나오는 거야...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0년 제가 세운 목표는 '2년 뒤의 세계멸망을 주제로 협박해서 꼭 얼굴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후회를 덜기'입니다. 1월이 이제 다 끝났는데... 반은 성공한 거 같고 반은 실패로군요.

정신 못차릴 정도로 술을 마시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더군요. 물론 뒷감당은 책임 못집니다만... 그나마 주말을 헛웃음이나마 웃으며 보냈으니 1월은 대충 마무리가 되네요. 2월부터는 더 열심히 옆구리를 찔러보겠습니다.

우선은 우리 브리타니아인들. 베가본드님, 호준님, NSM53님, 야바타님, 여행자님... 자신도 엄연히 브리타니아 여행자이건만 빼먹었다 생각되시는 분은 제 블로그에 호된 질책을 남겨주시면 제가 막상 만났을때 무료로 타로봉사라도 해드리죠.

모두 1월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덧. 베가본드님... 바쁘다면서 영화볼 시간 있냐고 삐지시면... 이러심 곤란... 최근 영화라도 보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고 이해해주세요.

덧덧. 혼자 외로이 살고 있는데 걸핏하면 애인을 위한 사람의 음식을 만들며 고스란히 생생하게 사진으로 올리셔서 오밤중에 속이 무지하게 쓰리게 만드시는 최강의 염장커플분... 영화 좋아하시던데 제가 가는 영화모임이 있으니 한번 끌고 가고 싶네요. 그 모임도 커플 많습니다. 정작 속내는 온라인으로는 샘내봐야 소용없으니 직접 두사람 얼굴보면서 시샘하기 위해서...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03:18

하모니 - 잘 만들어진 한편의 뮤직비디오


- 이하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와 공식 홈페이지 공개 이미지입니다. 특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



하모니를 보았습니다. '세븐 데이즈'때 김윤진의 모습에 꽤나 감명받은 터라 그녀의 영화에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영화 '집행자'의 여성판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집행자'는 보지 못했던 터라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찍는 영화마다 우울해지는 조재현, 봉태규, 이나영에 안타까운 마음만... 그나마 차인표씨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어 다행일까요...)



영화 내용은 알기 쉽습니다. 아니 뭐랄까... 너무나도 담백하고 알기쉽고, 이해가 쉬워서 영화가 끝나고도 영화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안그래도 블로그에서는 오만가지 떠들어대도 막상 오프에서는 말수가 적은 저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막상 제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뒤끝없이 모든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설명해주니 뭐... 끝나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울었다는 것 밖에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까지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김윤진표 뮤직비디오라고만 생각되었지만, 김윤진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부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반 이후부터는 다른 에피소드도 차례로 나와서 볼만하더군요. 확실히 슬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기뻐서 울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그 곳. 교도소. 보통 여성분들은 보면서 체감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저는 저 분위기가 기억이 납니다. 교도소는 아니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군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비슷하지요. 자유가 억압당하고,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 물론 그저 비슷할 뿐. 같은 건 아니지만...

한가지 더 드는 생각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기만 할지... 누구나 세상을 살다가 한 발 실수로 잘못 디디면 가게 되는곳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제 주위에도 몇 사람 다녀온 사람이 있지요. 특히 군대에서는 영창 간 사람이 왜 그리도 제 곁에 많던지... 제가 직접 유치장에 식사를 전해주기도 했고 말이죠...

알면서도 저지르는 죄라면 정말 나쁜 거지만, 영화라서인지 그녀들의 죄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 역시 '죄'는 '죄'이기에 스스로 죗값을 치루어야만 하지만, 그녀들을 마치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얼굴 찌푸리며 외면하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 아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군요. 상당히 우울한 영화인데 아기때문에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돌잔치때 덥썩 수갑을 집어든모습에는 정말...


2. 김윤진의 연기는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저 연기는 정말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잘 부르는 노래를 억지로 음치인척 노래하는 거 같아서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아기는 어떻게 노래할 때마다 타이밍 좋게 우는 걸까요...?


3. 여성 교도소의 여성 제소자들이 나오는 영화니 영화 내내 남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교도소장 정도...? 대신 여성 연기자들은 각기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열연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 경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공 경위 단독으로 나온 스틸샷조차 없더군요... 이런... 꽤 오래 찾았는데 말이죠.


결국 영화 하모니 공식 페이지의 공개 스틸샷에서 부분캡쳐...
하긴 공 경위가 이정도니 그녀의 직속상관인 경감은 오죽할까요...

공 경위는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제소자인 그녀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편의를 힘껏 봐주고 성심성의껏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상관과 의견충돌이 있죠. 물론 대립할 정도의 성격이 아니어서 반대는 하지만 차마 거역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상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확실히 이 세상의 모든 삶의 무게 중 가장 무겁고 감당하기 끔찍한 기억과 상처들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들을 모두 공유하다간 결국 공 경위 스스로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 말걸요. 그녀의 상관은 아마 그 때문에 그녀들과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소자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라... 아마 제가 저 위치라면... 저는 공 경위와 그 상관... 어느쪽의 길을 걷게 될지...
하긴 답은 제게는 벌써 나와있습니다. 모두가 공 경위의 모습을 칭찬하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내겠지만, 막상 저 상황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실제 교도소는, 영화속의 화목하고 기껏해야 머리 끄댕이만 잡고 투닥거리는 제소자들이 아닌, 사람도 죽여본, 수틀리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눈빛 살벌한 제소자들을 매일매일 감당해 내야 할텐데 말이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제 경우, 타로 카드를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보니 가끔 주변 사람들의 점을 봐주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볍게 장난하듯이 점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너무 가벼운 장난은 곤란해서 조금은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율적인 복채를 받고 있긴 하지만요...), 그 중에는 정말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무거움에 동화된다면, 저 역시 객관적으로 카드를 읽기가 좀 어려워 거리를 좀 두려 하죠. 그래서 저는 공 경위보다는 그녀의 상관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전부 감당해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공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으면 숨을 참아보면 될까요...
앞을 보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눈을 감고 걸어본 적이 있어요.
소리가 들리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귀를 막고 거리에 나가본 적도 있죠.

영화를 보고 나니 평범한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제가 얼마나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겠더군요.


내일은 이대 쪽에 나가보려 합니다. 처음에 상수 역에서 좌절, 두번째 합정 역에서 좌절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대에 또 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신 분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문가든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식객 : 김치전쟁을 보았습니다. 예전 식객을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도 꽤나 기대가 되었지요. 다만, 영화에서도 나오는 대사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치이건만, 너무나 늘상 당연하게 우리의 밥상에 있던 터라, 항상 주연이 되지 못하고 조연으로 밀려나 있는 김치"가 주제라는 것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식객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씨의 인기 만화입니다. 저역시 참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영화에 심각한 이야기나, 권선징악 같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예상하고 보았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스토리에 그다지 기대를 안 했다고 할까요. 지금은 연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 참 재미있게 보았던 김 에피소드나, 고등어 구이 에피소드를 보면, 은근히 음식을 소재로 서로 자존심 건 대결구도이긴 했지만, 승패가 명확히 갈려 악이 무너지는 스토리 같은 것은 식객 원작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원작의 그런 결말에 불만스러워 하는 독자들이 많았지만, 저도 상당히 공감했던 글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대표 음식만화인 '미스터 초밥왕'이 재밌다곤 해도, 주인공의 음식을 먹고 온갖 황홀한 표정들을 지어대며, 환상 속에서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며 천국의 세계를 눈앞에 보면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거나 눈썹이 곤두서고 하는 것은 솔직히 오버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은 상당히 공감이 가지요. 흑백이면서도 세심하게 묘사된 그림 하며, 특히나 '김' 에피소드의 마지막, 성찬이 구한 김을 몰래 구입해서 먹어보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김치전쟁의 마지막에 대해선 드릴 이야기가 없지만, 예전 식객 1편의 마지막은 그런 점에서 조금 충격적이더군요. 


결국 제 경우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바로, 김치전쟁이라는 부제 답게 온갖 김치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었고 이 영화에서는 정말 넘칠 정도로 생생한 김치들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대회에 나가는 김치라고 한다면 꼭 등장하는...


태극기 김치...
예고편에서 저걸 보고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만드는 장면이라던가... 먹어보는 장면이라던가... 설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다만 정작 영화에서는 그냥 슥 스쳐가더군요. 역시 저건 겉멋만 든 김치인건가...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자세히 보면 흰 부분은 무우채 같고... 건곤감리인 하늘, 땅, 물, 불은 재료가 가지일까요... 태극은 김치일테고... 그런데 저 하회탈과 각시탈은 재료가 뭘까요? 계란 노른자는 김치와는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생강은 저렇게 크지 않을 거 같은데...



영화 대결 장면의 주인공인 성찬과 장은 외에 참가자들도 분명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일류 요리사들일 텐데... 영화 상영시간의 제한 때문인지 그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작품이 순식간에 스쳐가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멋진 김치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저 태극기 김치를 포함해서.


영화 시작하자마자 일본 총리(총리였던가 뭐였던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누군가가)가 우리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야키니쿠(불고기)와 기무치는 우리 일본의 전통 음식입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 일본인이 진지하게 저런 소리를 하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짓고 말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보이는 반응이 언제나 그렇듯이) 저 소리를 그대로 믿고 있는 국가가 하나둘이 아니라죠. 그 나라의 세계지도에는 동해 East Sea라는 지명 대신 일본해 Japan Sea라고 적혀있고 말이죠.


예전에 누군가가 제게 해준 이야기가 같이 떠오르더군요. 피자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만약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정말 그 나라 고유의 전통 피자를 먹어보면 늘상 먹던 피자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고요. 늘 먹던 맛이 아닌거라죠... 결국 정작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뜨린 피자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의 요식업체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제공한 것이랍니다. 아마 피자를 유럽이 아닌 미국의 음식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지도 모릅니다. 자장면이 중국 전통 음식인줄 아는 것처럼...

결국 세계에서 김치를 먹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의 전통 김치를 먹게 되면 자신들이 늘상 먹던 김치와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이 즐기던 음식은 김치가 아닌 '기무치'였지요. 예전에야 우리처럼 땅 속에서 긴 시간 발효시키지 않고 강산 용액 등으로 짧은 시간 숙성시켜 만든 백김치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깊은 맛을 내는 김치와 비교되었지만 지금의 일본산 기무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우리의 김치가 더욱 발전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무치에게 무릎을 꿇고 말겠지요.

반면, 전 세계에서 즐기는 초밥인 스시는 누구나 일본을 인정하고 있고, 누구나 일본의 음식임을 알고 있습니다. 초밥의 세계화에 일본이 들인 노력이란 대단한 것이었고, 그만큼 결실을 맺었지요.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것은 그 대단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의 초밥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초밥을 산산히 격퇴한 주인공이 우리의 김밥이라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죠. 초밥이 이 땅에 뿌리는 내리기에는 소풍이나 기쁜 날이면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싸주신 김밥에 대한 우리의 추억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초밥보다는 김밥이 익숙하고 더 맛있더군요.

쓰다보니 영화 얘기가 많이 다른 데로 샜네요.

1. 영화 시작하고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아 정말 오프닝 스텝롤 대박이예요. 꼭 보시길.


2. 지금껏 식객은 영화가 둘, 드라마가 하나였습니다. 김강우의 1편, 김래원의 드라마, 이번 진구의 2편이네요. 그런데 원작의 성찬은 좀 통통한 체구가 아니었던가요? 세명 다 호리호리한 체구라 제게는 항상 왠지 성찬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김치전쟁에서는 성찬의 성격이 저리 우유부단했나 싶기도... 원작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과감해보였는데, 김치전쟁에서는 대체로 등 떠밀려다니는 느낌이 들더군요.



3. 김정은은 제가 '재밌는 영화'를 하도 재밌게 봐서인지... 코믹한 모습이 제게는 깊게 각인되어 있어요. 가문의 영광도 그렇고... 그런데 진지한 모습도 참 좋더군요. 그러고보니 1편에서는 임원희도 진지하게 나왔네요. 역시 '재밌는 영화'에서 온갖 오버액션을 펼쳤는데 말이죠.


4. 영화를 보고 '김치축제'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군요. 정말로 축제답게 영화속에 참 정겹게 묘사되더군요.


5. 1편에서 숯에 대응될 만한 비밀병기가 김치전쟁에서도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그 비밀병기를 위해 온몸 바쳐 고생하는 것은 장은이네요? 왠지 김치전쟁에서 성찬은 별로 고생을 안 하는 것 같았어요. 기껏해야 폭풍우 속에 배 몰고 나간 거... 정도? 이래저래 영화가 많이 압축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6. 결국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김치이기 때문에 정작 사람이 김치에게 밀려나 조연이 되었다는 느낌도 드는데(음식영화가 대부분 거의 그럴테지만), 영화에서 은근히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이 성찬의 엄마에 대한 비밀이었습니다. 원작에도 언급된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만, 성찬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기대가 되었거든요. 실제, 상당히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7.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버티던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 결국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저 사진처럼... 모두 함께 모여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8. 그나마 웃을 곳이 별로 없는 영화에서(코미디 영화는 확실히 아닙니다만), 모두에게 웃음을 주던 세번째 심사위원이 압권이었습니다. 다만... 전 영화 내내 저 심사위원의 혀를 믿을 수가 없네요. 우습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경우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이라고 하면 '미스터 초밥왕'의 그 심사위원처럼... 주인공을 마땅찮아하고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만, 막상 음식을 입에 넣으면 혀만은 정직하기 그지없는 그 심사위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있어 문제로군요...


9. 우리는 늘 김치를 먹기 때문에 김치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제목에도 썼듯이 고추장 없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어찌될지... 차승원씨가 나오던 순창고추장의 '매운 맛이 사무칠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독일인가... 에서 도저히 못먹겠는거 꾸욱 참고 치즈 잔뜩 바른 소시지 한입 입에 대보다가 진저리치며 도망가는 건데 찾기 어렵더군요.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우리 곁에 늘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기에 정작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김치이지만, 현재 김치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안도감도 듭니다. 외국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과,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음식, 그리고 지나친 냄새가 문제라고 하던데... 그 모든 단점을 보완한 김치도 이미 개발되었다고 하니 이미 알려진 세계적인 건강식품이라는 명예에 더해서 간편하고 먹기쉬운 음식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영화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길. 특히 일본에서.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26. 07:58

상념0126 - 나의 PSP의 용도는 대체...?


오늘도 PSP로 인터넷을 하는 도중... PSP의 사용 목적이 이게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상 사용하는 것은 블로그와 트위터... 저렇게나 왕창 질러버린 소프트가 울고 있겠어요...

가장 좋아하고 애착을 가지는 것은 몬스터헌터...인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했는데 요즘은 잘 어려운 이유가... 노가다가 힘들어서도, 시간이 없어서도, 게임이 안풀려서도 아닙니다. 바로 엄지손가락이 아파서죠...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좀 하다보면 정말 엄지손가락이 아픕니다... 하아...



오래전 플레이스테이션 1편으로 나왔을 때 정말 관심이 갔지만, 구매는 못했는데, PSP로 다시 나와준 '어디라도 함께'(맞나...?)입니다. 물론 전 일본어는 정말 못하고... 이 게임으로 조금이나마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게임하고 있습니다.


첫 친구였던 고양이 토로는 한동안 지내다가 떠났고...
제 두번째 친구인 토끼 쥰 양입니다.



물론 전 일본어는 못하므로 쥰 양의 대답에 거의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텍스트도 정지가 안되고 그냥 넘어가버리는 터라 차분하게 읽어볼 기회도 없지요. 게다가 제가 가르쳐주는 단어는 전부다 영어 단어... 그러다보니 화면에 제가 가르친 영어 단어가...
TV에... REO에... TV야 가전제품이라고 했지만, REO는 제 친구중 한사람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저런 풍선에...? 그나저나 TV회사라니... 묘하게 어울리면서도 촌스러운 이 기분은 대체...


찻집입니다. 제가 제 이름이기도 한 ESTEL을 뭐라고 설명해줬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COLA야 중독일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으니 메뉴판에 있는거군요... 그나저나 손수 만든 콜라가 500엔... 즉 한 5000원이라면 저 콜라는 대체 어떤 콜라가 되는 거지? 콜라 815나 콤비 콜라가 떠오르는...

아 그러고보니 쥰 양은 오늘 26일이 떠나는 날이랩니다. 제가 시간을 제대로 맞춘건지 제가 켜줄 때까지 기다린건지...(왠지 가슴아픈...) 자신의 진짜 정체가 마법사의 일족이며, 드디어 자신이 가야 할 때가 내일이라고 어제... 말하더군요. 그러니까 오늘 PSP를 켜면 쥰 양은 이별을 말할겁니다. 그나마 전의 토로는 가는 것도 못보고 보내버렸는데 쥰 양은 가는 모습은 보겠군요. 그나저나 내 일본어 실력은 언제 늘려나...?


무엇보다 가장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은... PSP용 EXULT입니다...


정겨운 음악과 함께 날아오는 나비... 오래오래전 제 컴퓨터에서 처음 저 화면이 나왔을때 환호했던 기억이 나요...


게임도 그럭저럭 동작되어서 이제 해석하고 여기서 확인해 볼수 있다!!!! 라고 환호했으나... 바로 절망...


한글은 표현이 안되더군요... 폰트가 없어서인가... PSP EXULT를 공개한 페이지를 가봐도 다른 나라 언어가 있을리가 없고... 뭐 하긴 이정도라도 되는 게 감지덕지지요. 그럭저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다 좋은데... 마우스 컨트롤을  PSP의 아날로스 스틱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PSP의 아날로그 스틱의 감도라는 게 솔직히 처참합니다... 민감한 조작이 필요한 곳에서 아날로그로 조정하려면... 무지 고생하지요. 제 PSP가 가장 처음에 나온 구식버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PSP가 터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망상을 해 봅니다. 아 물론 PDA로도 EXULT는 나와 있습니다. 거기선 터치가 가능하니 마우스 컨트롤은 기가막히게 되죠. 다만...? 화면 작은 건 참겠지만 툭하면 다운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기나긴 로딩이 있는 것은... 하긴 완벽한 건 없겠죠? 그래서 에뮬이니까요...

그나저나 아이폰용으로 파이널 판타지 1, 2가 나온다고 하죠... 트위터의 많은 분들이 울티마도 나와주길 바라시더군요... 하지만 EA의 삽질을 생각하면... 가망성이 너무 낮아 보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25. 09:01

상념0125 - 종각에서...


종각역 4번출구 바로 옆의 풍경입니다... 2010년에 다짐했던 일들 중 하나였는데... 오랫만에 와보니 어디가 어딘지 거의 모르겠더군요... 어디선가 종 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어디인지 두리번 거리고 있었네요.


항상 눈에 띄던 건물입니다. 종로 거리에 있으면 어디서나 저 건물이 보였지요.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전 지금도 저 건물의 맨 위층 부분이 상하 아래위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고 굳게 믿습니다.


점심때라 낮술을 마시자는 위태로운 의견들 속에 찾아 들어간 베트남 음식점입니다. 포타이...? 생각보다 베트남 음식 체인점이 여럿 생긴 듯 하네요?


맛있어 보입니다만 제가 아는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와 딤섬이 전부입니다...


메뉴판에도 익숙한 이름이라곤 쌀국수 뿐이라... 차돌박이 쌀국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예전에 먹었을 때 국물이 너무 매워서 고생한 기억이 있는데, 여기는 그다지 맵지 않더군요... 소스를 안 부어서 그런가...?


솔직히 파스쿠치가 뭘 말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엔젤 인 어스나 스타벅스만큼 유명한 곳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이곳도 마치 민들레영토처럼 넓은 공간이더군요. 4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쪽을 우리들이 온통 차지하고 앉아 떠들썩했지요. 전경이 다 보이는 제 자리에서는 우리들을 흘끔거리는 다른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확실히 넷북이 대세... 이때야 사람들이 없을 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아졌는데, 제가 본 것만 넷북이 다섯이었습니다. 무선인터넷이 확실히 활성화가 되었더군요. 우리나라는 이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까워 온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영화 틀어놓고 주무시던 분은 대체...


'수제품 한정판' 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이런저런 타로를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특히나 앙증맞은 고양이가 각 타로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0번 the fool의 이미지 같네요.


오른쪽 설명서에 한정판 2000개 중 1388번이라고 적혀있네요. 다만... 저 숫자에 대해 현장에서 대단히 재밌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참 웃었습니다.


전에 안내 화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카드를 손에 쥐어보니 충격이더군요...


클림트였나... 금장 카드입니다. 타로 이미지도 색다르지만, 반짝이는 금빛이 대단히 인상적이더군요. 스프레드 할때마다 손이 떨릴거 같습니다... 강이님 표현대로 '가출'이라던가 '분신자살'이라도 하면...?

...

생각하지 말기로 하죠...


그리고 또 하나... 꼭 보고싶던 카드를 보았습니다. New Vision... 단어 뜻대로라면 새로운 시점...
말 그대로 일반적으로 타로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반대편... 그러니까 뒤에서 보면 앞이 어떻게 보일까 해서 그려진 타로입니다... 사진의 맨 오른쪽 일반적으로 알려진 웨이트 카드 이미지인데... 이 이미지를 180도 돌려서 그려진 게 바로 가운데의 New Vision버전... 왼쪽 케이스에는 the fool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하나하나 살펴보니 재밌는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황제 카드처럼 크나큰 의자에 앉아있는 인물은... 막상 뒷모습을 그리면 온통 의자의 뒷모습만 남게 되죠. 그래서인지 앞모습을 부조로 표현했더군요...

그리고... Justice 카드... 뒤편에 바구니에 담긴 어린 아기를 양쪽에서 움켜쥐고 있는 두 여인이 나오던데... 아무리 봐도 솔로몬의 이야기 중... 아이가 서로 자기의 아이라 주장하던 두 여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쵸코레뜨님과 이든님도 그렇게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대학시절... 한 누나로부터 전수받은 타로를 시작으로... 10년이 넘은 긴 시간 타로와 함께 해 왔지만... 그 긴 시간동안 왠지 제 주위에서는 타로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의도적으로 이런 모임을 어색해 했던 것일까요...
하지만... 강이님의 열성적인 가르침을 필두로, 엘렌님, 마구스님, 라자님, 순리대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긴 시간 꽉 막혀 더이상 움직이지 않던... 혼자 찾아보며, 공부하며 굳어져버린 관념들이 다시 스르르 풀어져 활발히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공부 많이 해야겠네요.

그리고 하하샘님, 화란님, 행운삽니다님, 연필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22. 06:10

상념0122 - 밤샘하고 피씨방에서...

결국 날이 새버렸어요... 차도끊겨 집에도 못 돌아갈때는 PC방에서 죽쳐버리느 경우가 요즘 많아졌네요...
한번두번 가다보니 어느새 제 자리가 정해지고... 종업원이 반겨주고... VIP가 되어있더라는... 어라라...

컴퓨터에 제가 찍은 스크린샷도 고스란히 있더군요... 그 중 몇 장만 트위터에 올려봤습니다...


아아... 정신 좀 차려야 하는데...
오늘 무시무시하게 춥다죠? 모두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래요~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21. 07:55

상념0121 - 바이오 쇼크 2 드디어 등장!


추운 날씨... 그것도 밤에 어디 나다니는 것을 정말 질색하는 저였지만, 이 영화는 왠지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결국 발길을 돌리게 만들더군요. 물론 영화모임 분들과 함께 조촐히 본거였지만... 그나마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이 영화 자체가 그렇게 호응이 좀 부족해서인지 한 1/3은 텅 비어있는 좌석들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하긴 해외영화인데 뭐... 아바타보다는 전우치가 더욱 선전해주길 은근히 바래봅니다.

- 이하 영화 스크린샷은 구글 이미지 검색이며, 폴아웃은 제 컴퓨터, 이하 특별한 스포일러 없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계속해서 회색"...
뭐 어떤 이유로 멸망해버린 세계에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며 남으로 남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영화입니다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이 가득합니다...
하긴 거의 모든 세기말 영화, 정확히 말하면 대 참사 후의 모습은 모두 하나같이 음울한 회색빛이었죠.
마치 영화 촬영 내내 회색빛 필터를 통해 촬영한 것처럼... 그리고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 온통 구름으로 흐려진 하늘 아래 소용돌이치는 먼지들... 태양광선을 구름이 막고 있어선지 툭하면 차디찬 빗줄기가 떨어지는 아래, 추위에 진저리치며 작은 모닥불을 의지해 서로 끌어안고 떨고있는 모습들...


두번째는 역시 데쟈뷰입니다...
요즘 은근히 세기말 영화들이 많이 나오네요. 특히나 지구 멸망 영화말입니다. 그정도로 멸망의 전조가 널리 퍼진걸까요, 아니면 어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더이상의 이야기거리가 없는 걸까요...
나는 전설이다, 펜도럼, 아바타(지구 이야기는 안나오긴 해도 엔딩장면에 '죽어가는 지구'라고 나옵니다), 2012... 조금 지난 영화들까지 넣는다면 꽤나 많지요... 보다보면 정말 금방이라도 세계가 끝나버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광경은 조금 다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어떤 장면이 계속해서 겹쳐 보여서 못견딜 정도였거든요.


더 로드 영화 중 한 장면이고요(사실 한 장면이라 해도 영화 전반에 이런 풍경... 정말 많이 나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이네요.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밝은 편이죠. 제가 말하고자 한 건


바로... 폴아웃입니다...

'전쟁... 전쟁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라는 나레이션으로 항상 시작하는 폴아웃 FallOut(방사능 낙진)의 세계를 저는 대단히 오랫동안 헤메고 있기 때문이겠죠... 온통 회색의 폐허 속... 먹을 것이 부족해 길을 지나는 거의 모든 방사능에 변이되버린 괴물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고, 살기 위해 오염된 변기 물을 마셔야 하며, 먹을 것과 무기를 빼앗기 위해 서슴없이 황야의 강도단을 죽입니다.


이미 폐허가 되버린 집과 건물들을 헤메며 쓸만한 게 있을까 서랍이나 장을 뒤져봐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을 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개 DogMeat와 함께 오늘도 방사능에 오염된 회색빛 거친 황야를 터덜터덜 걸어야 했죠.


뭐 그러다 보니... 더 로드 영화속의 배경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버린 저를 발견하고는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거 왜 익숙해져 있는 걸까요 저...


영화상에도 이런 끔찍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미 저는 너무나도 많이 여행하면서 봐 온 광경이라 전혀 놀랍지도 않더군요. 그냥 무덤덤... 


1.  영화에서 아버지로 나오는 비고 모텐슨...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의 진정한 왕이신 아라곤... 후에 제 아이디의 모토가 된 에스텔 Estel(희망이라는 뜻의 요정어) 이자 엘레사왕 King Elessar이시지요. 다만... 반지의 제왕에서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시고... 안타까운 모습만... 특히나 중반에 목욕하려고 윗옷을 벗으시는데... 정말 앙상하시더군요...

2. 안타까운 아내의 선택... 영화를 보면 멸망의 당시 아내는 임신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멸망한 후에 아들을 낳은 것이겠지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남편과,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어린 아들과 달리 그녀는 점점 삶의 의지를 잃어갑니다... 생각해보면 멸망 후 끔찍한 세계에서, 과연 예전의 따뜻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아니면 따뜻한 옛 기억은 없는, 오로지 지금의 끔찍한 세계만을 전부로 여길 어린 세대가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그녀는 '이건 사는 게 아니야!'라고 절규합니다.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3. 남아있는 것은 단지 두 발의 총탄... 평생 사람 한 번 죽여본 적이 없는 남자가 어린 아들을 보호하며 마주치는 생존자로부터 자신의 목숨과, 어린 아들과, 얼마 안 되는 식량과 의복과 기름을 지켜내기는 너무나 열악한 무기입니다...


스스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스러운 자들을 모두 피하고만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은 사람을 믿고 싶어하고, 또한 아빠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들의 앞에서 아버지는 매순간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4. 영화상에서는 세계가 멸망한 이유가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거대한 불이 모든 곳을 휩쓸었다는 것과, 더이상 햇빛이 내리쬐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두텁게 덮인 회색빛 하늘과,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차디찬 비, 그리고 수시로 일어나는 지진과 대지의 갈라짐을 보여 줄 뿐... 아마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나마 영화 도중 만나는 한 노인이 '자연의 대 재앙'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면 역시 자연 재해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5. 세계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 살아나간다는 것은... 역시 그저 희망일 뿐일까요. 아니면 그나마도 식량이 충분할 때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먹을 것이 부족한 현실 앞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가 적일 뿐입니다. 당연히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광경도 나오지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3대 욕구... 그 중에 수면욕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욕구는 어쩔 수 없이 투쟁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인간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의 문명 사회는... 물자와 법으로, 겨우 그 투쟁을 억누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6. 영화 도중 간간히 따스했던 시절의 꿈을 꿉니다. 지금의 끔찍한 현실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그리운 그 기억. 그저 소박하고 평범하며 지금의 시간을 사는 제게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소비해버리는 반복적인 오늘의 일상을... 그는 너무나도 그리워 사무쳐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나를 절망의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 기도 - NoDance


공기가 없어져봐야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처럼...
저역시 영화를 보면서야 나는 지금 행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하루 세끼 어렵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말이죠... 그리고 원하면 언제든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따뜻한 집에서 쉬며 잠을 자고, 죽임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나설 수 있으니까요...


특히나 영화 도중, 콜라 한 캔을 발견하고는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버지는 콜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아들은 처음으로 맛본 것이겠지요.


7. 두 사람이 왜 저렇게 고생해가며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걸까 하고 궁금해 했는데, 영화 중반쯤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희망이라... 부디 결실을 맺기 바라며...

8. 강풀 원작의 웹툰 '바보',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불치병에 괴로워하던 '풀빵 엄마'... 그리고 이 영화...
험한 세상에 어린 아들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전해주려 애씁니다. 스스로 죽어가면서도 말이죠...


스스로를 지키는 법... 필요한 것을 구하는 법... 그리고 불씨를 전해주지요. 그러면서도 자결하는 방법까지도 아들에게 알려줍니다...


아들을 지킬 수 없다면 자신의 손으로...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간절한 소망을 담고 아이가 부디 살아남기를 바라고,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시간, 아이를 보듬어 안고 입을 맞추며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려 애씁니다...


영화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도 참 오랫만인듯 합니다.

9. 영화는 제 경우에 중반까지는 꽤나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계속해서 똑같은 배경에(특히나 제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 힘겨운 사투, 식량을 찾고, 겨우 위기를 벗어나고... 약간은 영화라기보다 오지에서의 다큐멘터리 같았다고나 할까요(영화 내용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화 내용보다도 더 처참한 곳이 하나둘이 아니지요)...


그러한 영화의 호흡은 마지막까지 급박하지 않게 조용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닥 클라이막스가 없었다고 할까요... 영화를 보며 긴장감이나 스릴, 액션을 느끼기보단 역시 인간에 대한 생각을 조용하게 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보고나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10. 성서의 재해석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거 같은데... 어딜 말하는 걸까요? 좀 뜬금없기는 해도 영화상 기도를 하는 장면이 둘 나오는데, 모두 '여러분'으로 맺습니다. 아버지의 이름도, 아멘도 없지요. 이미 신을 버린 걸까요? 기도는 변해버린 걸까요? 성경 문구는 나오는 걸 봤는데 말이죠.


11.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영화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묘사가 있겠지요.

12. 영화를 보면서... 대체 어디서 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폐허의 규모는 꽤 큰데요. 컴퓨터 그래픽일지... 어딘가 대규모 세트를 지었을지... 분위기는 항상 똑같고 스쳐가는 그 모습이 그 모습이지만, 세세히 보면 꽤 여러 장소거든요.



덧,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기다리면서 오락실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요즘 동전오락실이 귀해서 반가웠는데... 역시나... 예전같은 다양한 게임을 볼 수는 없더군요. 그저 흔한 게임들, 아니면 최신 격투게임, 혹은 인형뽑기...
한 게임당 500원이 비싼 게임이지만 해볼만한 건 그저 비행기 슈팅게임... 첫판에 전멸해버리고 나서는 역시 제 실력도 다 죽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어제 잠결에 옆집 형이 난입해 같이 게임하자고 보챘던 기억이 나네요. 꿈이었나 했는데 정말 다녀갔더군요. 그 좋아하는 게임을 마다한 걸 보니 제가 어제 무지하게 피로하긴 피로했나봅니다. 요즘 계속 피로하네요... 쩝... 역시 겨울은 힘듭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13. 07:27

상념0113 - 모니터가 가버렸네요.


급기야 오른쪽 CRT모니터가 삐~ 삐~ 소리를 낸지 오래입니다... 오래 썼지요... 솔직히 아직 버텨준것만해도 대단하긴 해요. 아직 쓰려면야 더 쓸 수 있지만, 높은 이명음같은 삐 소리는 곤란하더군요.


그래서 현재 TV로 쓰고있는 모니터로 교체해버렸습니다. TV가 다시 구닥다리가 되겠지만, 어짜피 TV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으니까요. 나름 괜찮군요.


이것은 교체하기 전의 TV 모니터와... 지금은 안 쓰고 묵혀두던 사은품 TV...(화면 크다는 이유로 골랐는데... 뒷면 입력 단자가 딸랑 RF랑 비디오, 오디오 딱 세개... 하긴 사은품에 뭘 바랄까마는...)


결국 사은품 TV를 다시 연결해서 TV를 보고 있습니다. 화질이 슬프군요. CRT모니터는 좀 생각해보고 처분해야겠습니다.


덧, 인천 내려갔을때 엄마의 장식장을 보고 한 컷. 취미시라고 하네요.


저와 같이 술을 잘 못드시는 분이지만 미니 술병에는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생각보다 예쁜 병들이 많아 놀랬습니다.

꼐속 날씨가 춥고, 바쁘군요... 구정은 아직 멀었고 말이죠.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나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