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3. 11. 21. 11:11

더 파이브 2차 감상후 - 스포일러 많습니다!

 

 

화요일에 한번... 수요일에 한번... 그렇게 이틀사이 두번이나 보았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 좋아서, 두번세번 봐야 할 정도로 명작이라서... 라기보다는 그 시간대에 다른 영화들이 정말 평가가 영 아니기에... 그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한번 보았던 더 파이브를 보는게 나았기 때문이겠네요(하긴 저는 한번 본 영화였지만 저와 같이 가신 분들은 처음 보는 영화였으니... 두번째 분은 본 영화인데 자기 때문에 한번 더 봤다고 미안해도 하셨고...)

 

어쨌든 한번만 더 보면 이 영화 완전히 꿸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스포일러 최대한 자제했던 영화감상은 어제 썼으므로 오늘은 영화 이미 보신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만땅글!

 

1. 일단 범인 개깪끼... 그저 욕밖에 안 나와요. 일단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재료들을 모으는데, 그 재료가 바로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받는 온라인상의 성매매 채팅방 여성들... 자신의 작품 재료가 뭐냐고 하니 "쓰레기"라고 직접 언급도 하고 더러운 쓰레기를 깨끗한 것으로 만드는 게 자기 작업이라고 하죠. 여자 죽일때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하고... 뭣보다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죽는 순간이라고 하거나 자기 작품의 재료가 아니더라도 자기을 봤거나 자신이 죽인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으면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점에서 이미 싸이코패스 확정입니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죠. 유일하게 범인을 주춤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범인이 만든 작품들...주인공 은아는 그점을 이용하여 겨우 한 사람을 구합니다.

 

그래도 영화 내내 엄청난 연기를 해내서 존재감이 엄청납니다...

 

2. 영화 시작, 은아가 도미노를 촬영하는 장면, 감독인 듯한 엑스트라가 있었는데, 하도 인상이 강렬해서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한번 봤을때는 기억 안났습니다만 두번째에 기억나더군요. 햄버거 옷을 입고 까스활명수 물벼락에 저멀리 날라가던 CF에서 나왔던 배우군요(치아교정기를 낀 여성이 삼각김밥 옷을 입고 역시 물벼락에 날아가는 버전도 있었죠. 오페라 소리가 배경음으로...)

 

그 부분에서 가족이 모두 등장하는데, 주인공 은아는 아마 루브 골드버그 장치(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장치가 서로 절묘하게 맞물려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작업을 하는, 결과는 중요한게 아니고 그 과정으로 인해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를 직업으로 하는 듯 하고, 남편은 조감독인 듯 합니다. 딸은 부모님 일하는 직장에 놀러 온 듯 하고요.

 

이 루브 골드버그 장치가 영화 내에 중요한 복선으로 몇번이나 등장하는데요, 일단 딸의 14번째 생일날 한번 나왔고, 사건 2년후 은아가 그동안 모은 라이터를 도미노 삼아 쓰러뜨리고 결과적으로 칼이 범인의 몽타쥬에 박히는 장치로 한번 더 나오고, 마지막으로 범인의 집에서 범인을 함정으로 유도해서 못 발사하는 함정으로, 그리고 톱날이 날아오는 함정으로 그렇게 사용하죠. 마지막에 엔젤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 안의 날카로운 뼈가 드러나고, 줄 한쪽이 끊겨 범인을 찌르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냥 우연인듯 합니다. 물론 엔젤에 기름을 뿌려둔 것은 맞지만, 거기까지 계산한다는 것은 무리 같아요... 그나저나 그게 그냥 우연이라면... 엔젤을 태운 후 은아는 어떻게 상대하려 했던 걸까요...

 

자신은 꼼짝없이 범인에게 살해당하고, 거기 쓰러져 있던 특수부대원과 정보원도 꼼짝없이 탈북자 기술자처럼 죽었을텐데 말이죠...

 

3. 영화에 대한 정보나 감상이라 리뷰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교회 전도사의 비중도 정말로 큽니다. 복수밖에 모르는 은아 곁에서 구박당하면서도 어떻게든 옆에 있어주고 위로도 하고 서로의 아픔도 나누죠. 은아의 계획을 눈치채고 복수를 말리는 역할이기도 합니다만... 은아 자신이 복수를 빼면 삶의 의미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 죽이면 지옥 간다고 하니까 은아는 "여기가 지옥이야..."라고 하죠... 그리고 은아는 자신의 꽃목걸이를 이 지옥에서 자신을 버티게 해준 유일한 부적이라며 쥐어줍니다...

 

그런데 그 부적이... 범인이 그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게다가 그녀의 겨짓말까지... 하긴 솔직히 그 목걸이를 주지 않았다 해도 범인이 은아의 주소를 추적만 하면 그녀가 걸려들게 될 운명이긴 했어요. 빠르던 늦던, 그녀가 은아의 우편물을 대신 전해주는 그 순간부터 범인의 동선에 있었던 거죠... 그녀는 예전 강풀의 웹툰이자 영화인 '바보'의 주인공처럼... 살인마가 자신의 친구를 죽이려는 그 순간, 자신이 그 친구인 것처럼 속여서 그 살인자가 친구 대신 자신을 죽이도록 합니다... 영화 내내 가장 안타까운 존재였죠. 암 때문에 몇달 못 산다고는 했지만...

 

3. 영화 전개 때문이었겠지만, 경찰이 정말로 무능하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범인이 조금만 능숙하고 치밀해서 흔적이나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일가족이 처참하게 죽었고(한사람은 겨우 불구로나마 살아났지만) 2년이나 지났으며, 그동안도 수많은 희생자가 엔젤의 재료가 되어 죽어갔는데도 경찰은 점심 메뉴나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딸이 죽어가는 와중에 겨우 경찰에게 신고해서 살려달라고 하는데 전화기 너머 들리는 소리는 "엄마 바꿔봐"만 반복합니다. 아빠는 이미 범인에게 죽었고 엄마도 피투성이로 움직일 수도 없는데... 결국 엄마의 눈앞에서 딸마저 살해당하죠.

 

4. 은아가 처음 네 협력자를 모아서 작전을 실행했을 때, 은아는 나름 배려를 해서 네 협력자가 서로 모르도록 했습니다. 만약 잘못되도 피해가 가지 않게요. 즉, 은아와 의사는 다른 세명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세 사람은 철저히 따로 만났죠. 정보원은 IP 주소로 범인의 신상정보를, 탈북자 해커는 집안에서 증거물을(이때 라이터를 회수해옵니다.), 특수부대원은 범인을 잡아오도록 했는데, 이 세사람은 그렇게 독자적으로 움직였지요.

 

여기서 만약 잡아온 범인이 그놈이 맞았다면 좋았을 텐데... 결국 잡아온 놈은 범인 차 주차해 주다가 얼결에 라이터를 줏어서 팔겠다고 은아와 채팅했던 엉뚱한 사람이었죠.

나름 진지한 스릴러 영화에 코미디를 해준 유일한 배역이네요. 특히 마지막에

 

"사... 사모님 하루에 전기충격 두번은 좀..."

 

하지만... 엉뚱한 사람이었는데 잡히기 직전까지 범인하고 모든게 너무 똑같아서 작위적인 느낌이 많이 나긴 했어요. 얼굴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든게 범인과 판박이...(애초에 왜 도망가...?)

 

5. 이 영화 감독이 특이하죠? 정연식. 알아보니 또디와 386씨, 구슬눈으로 유명한 만화가였네요. 코믹한 그림체로 이런 스릴러물을 그려내다니 놀랍기만 해요.(하긴 일쌍다반사의 강풀도 섬뜩한 장면 그릴때는 섬뜩합니다만...) 애초에 영화 시나리오로 쓴 건데 잘 안되서 웹툰으로 그렸다가 인지도가 높아져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 케이스네요. 그래서 영화감독까지 자신이 직접 했네요. 그래서인지 스토리는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문제점도 많지만요. 그나마 웹툰에서 문제가 되거나 개연성 없는 어색한 부분을 영화에서는 수정했다고 하더군요. 좀더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좀 더 말이 되도록...

 

그래도 범인 진짜 죽어라고 안 죽더군요. 젊고 한창때라서인지 특수부대원에게도 맞붙어서 발리고 은아의 함정에도 당하고 그러면서도 경이로운 회복력을 보입니다. 그렇게 맞고 기절하면서도 일어나긴 가장 먼저 일어나요. 범인 일어날때마다 욕 튀어나오더군요(사실 특수부대원이 방심한건 사실이긴 한데... 보통 사람 같으면 정대 못일어날테니까 잠깐 그렇게 방심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영화 속 범인과 악당은... 피니쉬를 먹여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Finish Him!!!)

 

6. 아는 이야기겠지만 영화속 장기에 관한 모든 것은 다 불법입니다. 은아가 초반 복수에 실패한 이후(범죄자들에게 무기를 구입하려다가 돈과 무기 모두 빼앗기고 절망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런데 그 무기... 너무 빨리 스쳐가서 알수가 없는데 그거... 총이었나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것, 자신의 장기를 대가로 협력자들을 모았죠... 결국 은아는 이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죽을 운명이었던 거죠. 웹툰에서는 엔딩 부분에 살아있었던 듯 합니다만, 영화에서는 결국 의사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주저하자, 스스로 주사기를 가슴에 찔러 주사약을 주입합니다(그런데 주사약이 하얀 우유 같던데... 프로포폴인가요? 근데 그건 마취제라서 시간 지나면 다시 깨어날 텐데...? 하긴 의사가 장기이식을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할텐데 마취제는 아니었겠죠?).

 

그리고 은아가 죽음의 순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 이제... 집에 가요..."

 

집으로 가면... 이 모든 게 다 꿈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반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족했을까요? 범인은 어쨌든 자기 손으로 응징했습니다. 최대한 고통을 주고 싶었는데 너무 맥없이 죽어버렸다고 절규는 했지만... 그녀의 심장과 간, 콩팥은 이식되어 세 사람을 죽음에서 살려냈습니다. 비록 각막을 받기로 했던 탈북자 기술자는 범인에게 살해당했지만...

 

7. 영화에서는 두번의 갈림길이 있지요. 엉뚱한 사람을 잡아왔을 때... 그놈이 바로 범인이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그리고 탈북자 기술자가 목걸이를 가지러 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특수부대원이 무사히 범인을 잡아서 은아 집에다 던져 놓았더라면...

 

8. 탈북자 기술자가 살해당하고 전도사까지 살해당하자 은아는 더이상의 희생은 안된다며 처음부터 자기 혼자 해야했던 일이라며 협력자들에게 인연은 끝이라고 하고 혼자서 납골당에 갑니다. 범인이 자기를 쫒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어떻게 상대하려 했던 걸까요. 실제 범인이 찾아올거라는 것은 짐작한 듯 하지만, 범인에게 아무런 항거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죽을 위기였습니다. 그순간 특수부대원이 바이크로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분명 살해당했죠.

 

9. 딸이 다섯살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한 쌍의 꽃 목걸이... 은아의 목걸이는 은아가 계속 걸고 있다가 전도사에게 전해졌다가, 범인이 회수, 그리고 납골당에서 은아에게 걸어주죠... 딸의 목걸이는 범인이 진열해놓고 있다가 탈북자 기술자가 회수, 그리고 바로 범인에게 빼앗깁니다. 사실, 납골당에거 범인이 은아에게 걸어주는 목걸이는 은아의 목걸이였을까요, 딸의 목걸이였을까요... 다만 영화 마지막 장면, 은아가 죽을 때 두 개의 꽃목걸이를 소중하게 쥐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10. 은아가 범인과 처음 통화하게 되는 순간은 별거 없지만, 범인이 탈북자 기술자의 핸드폰으로 (고은아가 고씨로 저장되어 있었죠. 비밀번호라도 걸어두지...) 은아와 통화하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분명 전화 통화 상일텐데, 어느새 바로 앞에서 쳐다보며 담배연기를 내뿜는 연출으 소름끼치더군요. 그 뒤 전도사의 전화기로 은아에게 담배연기 내뿜는 소리로 다시 충격을 줍니다.

 

11. 그 많은 시체 다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묘사로는 화덕이 있는 듯한 묘사였는데 사람의 시체는 태운다해도 흔적 없이 재만 남지 않거든요. 그보다 그동안 죽인 여자들의 가족이 행적 추적도 안한걸까요? 초반에 죽인 여자의 핸드폰으로 자기 번호를 사칭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몇년간 그러고도 무사했다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 만약 영화 속 묘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경찰들은 정말 허수아비죠.

 

12. 생각나면 더 쓰겠습니다.

 

13. 여담으로 공포영화는 아니었는데, 영화보고 집에갈때 좀 무서웠습니다.

 

 

 

 

네비게이션이 맛이 갔는지 저는 길 위를 달리고 있는데, 저를 자꾸 청계천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더라구요. 한참을 껐다켰다 씨름했습니다. 다행히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소리는 안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