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을 보았습니다.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시간여행에 대한 영화는 그동안도 참 많았지요. 사람들의 정말 간절한 꿈이기도 해요. 과거로 간다던가, 미래로 간다던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을 거슬러 보는 것...

 

하지만 보통의 시간 여행은 꿈과 같은 능력임과 동시에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 역시 그렇지 않을까 했습니다. (다만 감독이나 전작 영화들이 워낙 따스한 영화라...)

 

 

팀은 부모님과 여동생, 그리고 사촌과 함께 사는 어느 평범한 가정의 아들입니다. 그러다 21세가 되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되죠.

 

 

그것은 바로 시간여행의 능력이었어요. 가문의 남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당연히 아들 팀은 믿지 않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시험해봤다가, 아버지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죠.

 

아버지는 시간여행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고, 팀은 먼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사랑임을 알고,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몇가지 조심해야 할 것을 일러주고 시간여행으로 자신과 할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고 결과가 어땠는지 말해주죠.

 

 

시간을 되돌리며 팀은 첫사랑과 어떻게든 사랑을 이루려고 하지만, 첫사랑부터 팀은 시간여행으로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도리어 깨닫게 되고, 시간 여행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이룰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그 능력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게 됩니다.(만약 이때 첫사랑이 팀의 바램대로 바로 시간여행으로 이루어졌다면, 팀은 시간여행이라는 힘을 남용했을까요?)

 

 

그러다 팀은 두번째 사랑인 메리를 만나게 되고 연락처까지 교환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시점, 팀이 신세지고 있는 집의 집주인 극작가의 끔찍한 하루에 대한 푸념을 듣고 그 하루의 사건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사용합니다만...

 

 

그렇게 해서 극작가의 인생을 다시 행복으로 바꾸어 낸 그 순간, 바로 그 시점에 만나야 했을 메리와의 데이트가 사라져 메리와는 만나지 않은 사이가 되버리죠. 팀은 그날 하루, 사고 수습과 메리와의 데이트 둘다 이룰수는 없는 문제라 메리와의 만남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이루기위해 시간을 넘나들며 동분서주 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메리와의 만남, 연인이 되는 데 성공한 팀... 이 시점,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자연스레 지하철 역에서 연출하며 역사 내 밴드의 노래를 배경으로 팀과 메리가 시간이 갈수록 다정해 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예상과 달랐네요. 이프 온리If Only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랑을 얻으려고 하면 할수록 상황이 꼬여 다시 풀고 풀고 하는 영화가 되어,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는 건 영화 맨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는데, 초반부에 팀과 메리는 사랑의 결실을 맺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 벌써? 영화 이제 끝?"

 

이런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영화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어요. 사랑을 이루었어도 앞으로도 수많은 일들과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죠. 그리고 영화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모르고 봤는데, 이 영화... 상영시간이 123분이더라구요. 두시간이 훌쩍 갑니다.

 

영화를 보고서 마지막에 아버지가 가르쳐 주는 삶의 정말 소중한 비밀 두가지 중에, 두번째 비밀이 정말로 와닿습니다...

 

 

 

시간 여행하면 제가 늘 떠올리는 여화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랑의 블랙홀'이예요. 원제는 Groundhog Day라죠. 1993년도 영화라 무지하게 오래된 영화이고 TV에서도 몇번 해줬으니 걱정없이 줄거리를 말해보면,

 

세상일에 시큰둥하고 불만 투성이에 인간관계도 까칠한 기상캐스터 필은, 방송을 위해 어느 마을에 갔다가 폭설로 인해 발이 묶이게 되어 짜증나고 열받는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튼날 일어나 보니 모든게 어제 그대로인 거죠. 어리둥절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또다시 그날 이침이 되어 모든 것이 그날 그대로 흘러가는 하루, 팀은 어느 특별한 하루 사이에 갇혀버리죠. 아무리 잠들 깨어나도 다음날이 오지 않고 폭설의 그 날 아침뿐...

 

처음에는 화를 내고 이상해 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해쓰다가...

 

다음에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인데 자신에게는 그 반복되는 하루의 기억이 계속 쌓이는(왠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엔드리스 에이트 속의 나가토 같은 느낌이...) 것을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이용해서 자기 욕심을 채워봅니다. 현금수송의 패턴을 잘 분석해서 빈틈 사이에 돈을 훔쳐 펑펑 써대본다던가, 매일 반복하며 맘에드는 여자의 취향을 분석해서 여자를 꼬셔본다던가...

 

하지만 그러다가 함께 왔던 동료 리타의 마음도 그 능력으로 어떻게 해보려 하지만... 리타만큼은 도저히 안되죠. 아무리 반복되는 하루로 수작을 걸어 봐도 리타는 하루만에 도저히 어떻게 해볼수가 없지요.

 

어느 시점부터 필은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여전히 하루에 갇혀있지만,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했던 일들에 어떤 의미를 찾게 되고...

 

이제 필은, 하루 동안 마을 곳곳을 누비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안전하게 받아주고(이게 간단해 보이지만 내일 어짜피 또 떨어질 아이를 매일매일 반복해서 그 시점 그 순가에 기다렸다가 받아줍니다. 그 순간 필의 대사가 명대사죠. "너 어제도 고맙다는 소리 안 했어! 내일 또 두고 볼꺼야!" 안 받아준다는 소리는 아니군요.) 음식물이 목에 걸려 위태로운 신사를 응급처치로 돕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돕는 하루를 반복하게 되죠. 그 뿐 아니라 필 스스로가 배우기 시작합니다. 피아노를... 절대 하루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하루하루 매번 피아노 선생을 찾아가 부탁하면서 조금씩 그 솜씨가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상당한 솜씨로 연주도 합니다.(이 부분은 필 역할을 맡았던 빌 머레이의 실제 실력이라고 하더군요. 피아노 연주를 대역이 아닌 빌 머레이 스스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필은 자신이 갇혀있는, 저주와도 같은 그 하루를 축복받은 따뜻한 하루로 바꾸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아마도,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가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똑같은 시간, 똑같은 하루, 똑같은 상황... 그 상황을 누군가는 하찮고 별볼일 없고 지겹고 괴롭고 짜증나며 우울한 하루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축복받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고, 따스하며, 사랑이 넘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이 가득한 하루로 받아들일 사람이 있다고 믿습니다.

 

올해가 얼마 안 남았어요...

 

모두들 따스하고 포근한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