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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 Posted by 아스라이 2023. 10. 8. 13:52

20231008게임 - 던전에 관한 생각입니다...

 

던전이라... 보통의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꼭 나오는 곳이죠. 울티마에서도 8대 던전이 있으니...

 

다만 역사적으로 실제 던전은 요즘 게임속에 나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보통 성의 가장 높은 중앙탑을 지칭했다고 하는데 라푼젤이 갇혀있던 곳이라고도 하고, 아비 말 안 듣는 공주나 정치적 문제에 휩쓸린 왕비나 여왕을 유폐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감옥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유럽의 전쟁이란, 동양처럼 이웃 나라를 침략해 땅을 모조리 뺏어 국경을 늘리는 전쟁과 달리 패배한 나라의 왕족이나 귀족은 포로로 잡았다가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전쟁이었다 보니 딱히 중앙탑에 가두지도 않았고, 니름 괜찮은 방에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고 하더군요. 정작 중앙탑은 오히려 신분 높은 왕족이 주로 기거하는 화려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엔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겼다면 동굴일거고 탈출용으로 통로를 뚫었다면 비상통로일거고, 누군가를 가두는 목적이라면 지하감옥, 뭔가 보관해두는 용도라면 저장소, 무언가 위험한 괴물을 가두고 나갈 수 없게 하거나 외부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는 목적이라면 미로나 미궁이 되겠네요. 그럼 대체 왜 이 모든 게 뭉뚱그려져서 던전이 되었을까...

 

아마 던전 앤 드래곤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시대 유행인지 아니면 기억하기 쉽고 귀에 쏙쏙 박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알파벳 앞글자를 통일시켰는데, 드래곤의 D와 같은 던전을 선택한 거였죠.(이후에 터널 앤 트롤즈라고 또 나왔었고 마블 히어로 이름들도 피터 파커, 부르스 배너, 마일즈 모랄레스 등이 있죠.) 그리고 던전 앤 드래곤즈에서의 표준적인 여정은 최종보스인 드래곤을 쓰러뜨리기 위해 던전에서 경험치와 돈을 모아 성장시키는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던전 앤 드래곤즈 초반 룰북은 던전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와 드래곤을 색상별로 자세한 규칙이 적혀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설정 상 무언가 귀한 보물을 숨겨두고 침입자를 대비해 함정도 설치해두었는데 때마침 은신처를 삼게 된 몬스터들이 거주하는 곳이 대충 던전으로 불리게 된 거 같습니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필드에서는 딱히 얻을 것은 적으니 귀중한 것을 찾을 겸 경험치도 쌓을 겸 모험가들은 던전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되었고 TRPG에 대한 추억이 각별한 저 역시 던전탐험을 즐기게 되었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TRPG 말고 컴퓨터 게임에서는 가장 처음 던전탐험에 대한 기쁨을 느낀 건 주시자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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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신 분도 계실 지 모르겠지만, 통로를 진행할 때마다, 굽이길을 돌 때마다, 혹은 문을 열 때마다 함정을 걱정하고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하고 참 긴장감 넘치는 탐험이었죠. 물론 어릴때라 영어도 제대로 모르고 공략도 모르던 때라 툭하면 전멸하는지라 계속 새로 모험가를 만들어 내려보냈죠. 생각해보면 저때 던전에 밀어넣어 죽인 모험가만 세자리수는 넘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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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의 경우는 뭐 시대가 한계가 있었겠지만 선으로 표현되는 던전이다보니 조금 현장감은 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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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울티마 4편의 경우에는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선에 색을 차별화해서 표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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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울티마에서 가장 던전탐험 같았던 5편의 던전 화면입니다. 누가봐도 동굴속을 탐험한다는 분위기가 물씬 나죠... 게다가 저기 보이는 그램린은 특히 짜증나는 몬스터였습니다. 약하긴 한데 떼로 몰려오고, 어쩌다 접근을 허용해서 한 대 맞으면 아프진 않지만 식량을 훔쳐가는지라... 후에 결국 식량이 없는데 돈도 없으면 급한대로 주변에 밭에서 농작물이라도 뽑아서 먹고다니면 로드 브리티쉬가 욕하게 되기 때문에... ㅎㅎㅎ 가장 던전 탐험하며 두근거렸던 게 울티마 5편이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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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에서부터는 아쉽게도, 1인칭 시점이 아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 되면서 현장감이 좀 떨어지더군요. 뭐, 5편까지 표현의 한계로 인한 축척 문제가 6편에서는 실제로 다 표현되다보니 그건 그거대로 굉장한 발전이었지만, 던전도 그대로 모험화면이 되면서 시점이 고정되더군요. 덕분에 항상 동서남북 방위가 고정이라 길 잃는 빈도는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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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다시 울티마 9가 나왔을 때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뀐 관계로 다시 제대로 현장감을 느꼈습니다. 실제 9편이 출시된 당시로서는 최고의 그래픽이었던 지라 마치 제가 실제로 던전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느껴서 즐거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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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정말 제대로 충격받았던 게 엘더스크롤 시리즈였죠. 예전 한칸한칸 단위로 진행하며 공격마다 확률적으로 컴퓨터가 알아서 판정해주던 게임과 달리 제가 직접 조준하고 명중시켜야 하는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었으니까요. 제가 즐겨 은신 암살자를 많이 했는데, 활로 저격 루트를 어떻게든 확보하기 위해 저는 적을 쏠 수 있지만 적은 저를 발견 못할 최적의 사격포인트를 찾기 위해 고심하며 움직여야 했고, 빗나가서 화살이 엉뚱한 곳에 박히거나, 암살에 성공해도 그 시체를 다른 적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당장 비상이 걸려 저에게 몰려오는지라 매번 정말 긴장하며 던전탐험을 즐겼죠.

 

이후 베데스다 게임들도 다 즐기긴 했지만 재미는 있는데 발전이 없는지라 최근 스타필드까지 매번 느낌이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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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제 움직이는 탐험이 베데스다 스타일이 즐거웠다면 역시 한칸한칸 움직이는 스타일로는 마이트 앤 매직이 최고 재밌긴 합니다. 지금도 즐겨 하는 마이트 앤 매직 X입니다. 다시 고전 스타일로 회귀한 듯 한데 이렇게 칸 단위로 진행하는 스타일도 오래전 TRPG 하던 추억이 떠올라 즐겁네요. 실제 컨트롤하는 스타일도, 칸 단위로 확률 판정해주는 스타일도 각각 나름대로 장점이 있네요.

 

마지막으로는 좀 선정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행하고 계신 울티마 4에서, 후에 마지막 장소인 그레이트 어비스에 가시면 7층 지형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지도를 그리셔도 좋고 보석을 들여다보셔도 좋고 마법을 쓰셔도 됩니다. 지형도 그렇고, 아바타가 7층 도착한 뒤 진행해 나가야 하는 방향도 뭔가가 연상되고, 그곳을 나가기 위해 내놓는 돌의 색상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연상되는 게 있죠... 물론 리처드 게리엇이 의도한건이 아니면 그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지(그게 다 우연이라고요...? 세상에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어쨌든 아바타가 되기 위한 7단계는 현자타임인가 봅니다. 7층에서 대답해야 하는 미덕의 정체도 그렇고... 확실히... 모든 욕망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가장 평화로운 마음이 되죠... ㅎㅎㅎ

 

오늘도 수많은 모험가들이 던전을 향해 도전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브리타니아 산책이 되기실 빌고 무사히 던전탐험을 완료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