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뜻밖의 여정을 보았습니다. 개봉한지는 꽤 되었지만(얼마전에 호빗 2를 개봉했으니) 원래 한권짜리 아동용 동화를 3편으로 늘려서 만든다는 점이 좀 걸리고 해서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평가도 괜찮고, 언젠가 보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가 어제 약속을 지키러 오신 분이 계셔서 결국 영화감상실에서 보게 되었네요.

 

 

원작 호빗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호빗마을에서 평온하게 살고있던 빌보 배긴스는 어느날 마법사 갠달프의 방문을 받고, 13명의 난쟁이들이 집으로 쳐들어옵니다.

 

 

평온한 나날을 보내다가 날벼락을 맞은 빌보는 처음에는 갑작스런 이 변화가 거북하지만...

 

 

난장이들의 사연과 이야기, 결의, 그리고 설득에 감화되어 호빗답지 않은 결단을 내립니다. 도둑으로서 모험을 나서게 된 거죠. 마법사 갠달프, 13명의 난장이, 그리고 호빗인 빌보는 난장이의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기 위한 머나먼 여행을 떠납니다.(본래 3부작인데 그 중 1편이라서 거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처음에는 누가 빌보 역을 맡게 될지 논란이 많았죠. 결국 드라마 셜록의 왓슨 역으로 유명한 마틴 프리먼이 맡게 되었죠.(그리고 셜록 역의 배네딕트 컴버배치는 네크로맨서의 목소리와 스마우그의 목소리를 맡았죠) 나름 굉장히 잘 어울리더군요.

 

 

그나저나... 보통 판타지면 인간 남자 모험가와 요정 여자 동료의 이야기가 워낙 흔해서... 난장이만 13명이 나오고 요정의 비중이 정말 적어서 갠달프와 빌보 외엔 다들 짜리몽땅 털복숭이 아닐까 했는데...

 

 

누구세요?

 

지금 요정의 샤방샤방한 얼굴을 하고 난장이라고 우길 참입니까...?(수염이 있긴 하지만...)

 

 

하지만 역시 인기 등장인물은 골룸이었네요. 간만에 다시 본 골룸은 정말 반가웠습니다.(그나저나... 외모가 반지의 제왕때랑 별로 다른 게 없네요...? 반지의 제왕때의 모습은 모르도르로 흘러가서 사로잡히곤 모진 고문을 받고 고생을 무지하게 하고 반지원정대를 몰래 따라오느라 굶주리고 고생을 하고 반지도 빼앗긴 상태라 많이 상하고 늙어버린 모습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호빗 시절의 골룸은 반지의 제왕때의 모습보다는 좀 더 젊고 강인하고 싱싱한 모습이어야 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소설의 하일라이트였을 골룸과의 수수깨끼는 정말 잘 표현했더라구요. 빌보가 골룸의 목에 칼을 겨누는 장면 또한...

 

 

그리고 반지의 제왕때의 반가운 얼굴도 봐서 기뻤습니다. 프로도는 그 모습 그대로군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반가운 얼굴은 따로 있었습니다. 신성회의가 표현된 부분에서 등장하신 엘론드, 갈라드리엘도 반가웠지만...

 

 

가장 반가운 등장인물은 사루만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갠달프이며, 사루만은 악역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 호빗 시절에는 마법사들 중 가장 현명하고 강한 존재죠.

 

 

반지의 제왕에서 좀 안타까운 모습이셨지만(사루만의 비중이 축소가 된 게 안타까웠죠. 특히나 사루만의 최후 부분...) 크리스토퍼 리는 기사 작위까지 받은 크리스토퍼 리 경이시죠. 

 

 

특히나 생전의 톨킨 경을 직접 만난 적도 있고, 팬이시기도 하신 터라 톨킨 경에게서 갠달프의 역할을 권유받기도 하셨죠. 크리스토퍼 리 경도 톨킨 경의 열렬한 팬이시라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고 제의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상상도 못하겠네요.

 

 

그런데도 대단한 것이, 이안 맥켈렌 경이 합류하게 되자, 자신보다는 그가 갠달프에 어울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는 사루만을 맡았죠. 그게 참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하여간 그로 인해 갠달프와 사루만은 정말 혼이 담긴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악역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크리스토퍼 리 경의 사루만은 정말로 어울렸습니다.(다만... 원작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갠달프와 사루만의 초능력 레슬링 장면은 좀...)

 

 

어쨌건 마법은 최대한 자제하고 검사의 모습이 엄청난 갠달프와는 달리 정말 화려한 마법을 구사한건 사루만이었죠. 파이어볼!!!(물론 극장판에선 삭제되었고 DVD에 수록된 장면이지만)

 

사실 호빗에서의 사루만에게 정말 기대가 되는게 호빗 시점에서 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게 사루만의 솜씨였다고 원작에 묘사되거든요. (사실 그놈의 팔란티르 신석만 아니었다면 반지의 제왕 때 간달프의 희망대로 가장 강력한 아군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호빗에서 사루만의 멋진 모습을 혼자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라다가스트의 모습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원작에서는 간달프와 잠시 이야기를 한 정도만 묘사되는 라다가스트를 정말 멋지게 묘사했네요.

 

 

비록 강력한 힘으로 묘사되는 간달프와는 달리 라다가스트의 힘은 전투가 아니기에 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본래 라다가스트의 장기는 동물과 식물, 자연과의 소통, 치유와 보호죠. 그래서 어둠의 마법에 죽어가는 고슴도치를 암흑을 빨아내어 치유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지요. 그럼에도 스스로의 몸은 지켜내기도 합니다. 최악의 존재인 강령술사(네크로맨서)와 마주치고도 증거물까지 챙겨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만 해도 그는 위대한 마법사지요.

 

 

비록 사루만의 말로는 환각버섯에 중독된 미치광이 취급을 받지만, 반지의 제왕에서도 그가 없었다면 간달프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기에, 참 좋아하는 마법사입니다.

 

그나저나 마법사는 원래 모두 다섯이라고 했는데, 간달프조차 이름을 기억 못하는 두사람의 마법사는... 지못미...

 

 

 

마지막으로... 굳이 분장 안하셔도 내츄럴 호빗인 피터 잭슨 감독...

 

조만간 2편 빨리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