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일기를 쓰면 미쳐 버린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는가?
꿈 일기란 말 그대로 꿈 꾼 내용을 쓰는 일기다.
이게 그저 단순한 도시 전설일 뿐일까?
이건 내가 아는 어떤 남자 이야기다.
그 남자도 꿈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내용은 뒤죽박죽.
악몽도 있고 보통 꿈도 있고 이상한 꿈도 있다.
꿈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색깔 있는 꿈을 꾸는 사람도 있고 흑백 꿈을 꾸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내 꿈은 칼라니까 흑백 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흑백 TV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처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 녀석이
「있잖아, 저번에 빌려 간 게임 언제 줄 거야?」
라고 물었을 때다.
난 그 녀석에게 게임을 빌리지 않았다…
억지로 생각해봐도 거의 2개월 전에 어떤 게임을
2, 3일 빌렸을 뿐이다.
그 녀석은
「아…그랬었나, 미안… 착각 했어.」라고
수줍게 웃으며 사과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그 녀석은 매번 이상한 착각을 했다.
하다하다 결국에는
「어제 헌법 집중 강의 어땠어?
기억이 하나도 안 나」 라는 말도 했다.
기억이 안 나는게 정상이다.
헌법 집중 강의는 내일이니까.
역시 뭔가 이상했다.
마약 중독자처럼 서서히 시간 개념을 헷갈렸다.
「내일은 맑았다」 「어제는 리포트를 낼 예정이다」등.
중학생이 영어를 어설프게 번역할 때처럼
부자연스럽고 잘못된 일본어를 썼다.
이 녀석 혹시 마약하는 건가 싶어서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권유했다.
물론 「너 마약하지?」라고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녀석은 처음에는 병원에는 절대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내 집요한 설득 끝에 결국 나와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그 녀석이 진찰을 받은 후에
간호사가 오더니 나를 진찰실로 데려갔다.
(어이, 이거 뭐야… 사실은 내가 미쳤다는 결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진찰실에서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이 가족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물론 환자분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더 좋겠지만 말입니다…」
「마약 종류의 양성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확실히 정신 상태가 약간 이상합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 환자분은 뭔가…
일기 같은 것을 쓰지 않았나요?」
나는 「아… 네. 꿈 일기를 써요.
내용도 들은 적 있는데
자기가 영웅이 되어 테러리스트를 무찌른다든지
친한 여자 아이랑 결혼한다든지
뭐 별 거 없는 내용 뿐 이었지만…」 하고 답했다.
그러자 의사는 「역시」라며 표정을 굳혔다.
「이건… 의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는 아니니까
반만 믿고 그냥 흘려 들어주세요.
인간은 「수면」을 취하는 행위로 과거의 기억을 정리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게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꿈에서 필요 없는 기억과 필요한 기억을 정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꿈 일기를 쓰면 기억 정리가 뒤죽박죽이 됩니다.
일기를 쓰는 행위 때문에 사라져야 할 기억이 남는 것 입니다.
그래서 뇌 용량 문제도 있고… 기억은 마구 뒤 섞이고
결국 시간 개념을 잃게 되는 거죠…
이건 그냥 제 가설입니다만…
꿈 일기를 안 쓰면
쌓인 기억도 정리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 갈 테니까
꿈 일기를 쓰지 말라고 하세요.」
이 이야기를 믿든 안 믿든 그건 당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