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이라... 보통의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꼭 나오는 곳이죠. 울티마에서도 8대 던전이 있으니...
다만 역사적으로 실제 던전은 요즘 게임속에 나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보통 성의 가장 높은 중앙탑을 지칭했다고 하는데 라푼젤이 갇혀있던 곳이라고도 하고, 아비 말 안 듣는 공주나 정치적 문제에 휩쓸린 왕비나 여왕을 유폐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감옥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유럽의 전쟁이란, 동양처럼 이웃 나라를 침략해 땅을 모조리 뺏어 국경을 늘리는 전쟁과 달리 패배한 나라의 왕족이나 귀족은 포로로 잡았다가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전쟁이었다 보니 딱히 중앙탑에 가두지도 않았고, 니름 괜찮은 방에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고 하더군요. 정작 중앙탑은 오히려 신분 높은 왕족이 주로 기거하는 화려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엔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겼다면 동굴일거고 탈출용으로 통로를 뚫었다면 비상통로일거고, 누군가를 가두는 목적이라면 지하감옥, 뭔가 보관해두는 용도라면 저장소, 무언가 위험한 괴물을 가두고 나갈 수 없게 하거나 외부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는 목적이라면 미로나 미궁이 되겠네요. 그럼 대체 왜 이 모든 게 뭉뚱그려져서 던전이 되었을까...
아마 던전 앤 드래곤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시대 유행인지 아니면 기억하기 쉽고 귀에 쏙쏙 박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알파벳 앞글자를 통일시켰는데, 드래곤의 D와 같은 던전을 선택한 거였죠.(이후에 터널 앤 트롤즈라고 또 나왔었고 마블 히어로 이름들도 피터 파커, 부르스 배너, 마일즈 모랄레스 등이 있죠.) 그리고 던전 앤 드래곤즈에서의 표준적인 여정은 최종보스인 드래곤을 쓰러뜨리기 위해 던전에서 경험치와 돈을 모아 성장시키는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던전 앤 드래곤즈 초반 룰북은 던전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와 드래곤을 색상별로 자세한 규칙이 적혀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설정 상 무언가 귀한 보물을 숨겨두고 침입자를 대비해 함정도 설치해두었는데 때마침 은신처를 삼게 된 몬스터들이 거주하는 곳이 대충 던전으로 불리게 된 거 같습니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필드에서는 딱히 얻을 것은 적으니 귀중한 것을 찾을 겸 경험치도 쌓을 겸 모험가들은 던전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되었고 TRPG에 대한 추억이 각별한 저 역시 던전탐험을 즐기게 되었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TRPG 말고 컴퓨터 게임에서는 가장 처음 던전탐험에 대한 기쁨을 느낀 건 주시자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