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 Posted by 아스라이 2013. 2. 1. 11:23

파티 플레이란 이런 것






스크린샷은 안드로이드용 파이널 판타지 3입니다.

오래전... 울티마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롤플레잉들을 하다가 게임기인 패미컴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가 인기였다고 했습니다만 일본어라 언어의 장벽도 있고, 뭣보다 전투화면이 1인칭으로 그저 번쩍이는 효과뿐인 드래곤 퀘스트에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략본을 끼고 도전해서 결국 클리어한 파이널 판타지 3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롤플레잉 주인공의 파티 진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 게임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3, 그 중에서도 나이트 잡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파티원은 많을수록 전투가 쉬워지는 요소이자 짐꾼이었습니다. 울티마를 포함해서...
제가 모든 대원들을 일일이 컨트롤한다면 모르지만 자동전투인 이상 그저 적들을 공격하고, 위급하면 아바타가 마법으로 회복하고 그런 정도였지요. 하지만 솔직히 그당시 인공지능이란게 빈약하기도 해서 샤미노나 이올로에게 마법책을 쥐어 줘 보기도 했지만 이내 포기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파이널 판타지 3 초반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만 조금 진행해서 멋진 갑옷의 기사 잡이 나와서 한 명을 기사로 전직시키고 전투중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 기사는... 동료중에 체력이 없어 위급한 동료를 몬스터가 공격해올 때 몸을 날려 그 앞을 막아서 대신 공격을 당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동료 누가 위험해지던 말던 누가 죽던 말던 자기 인공지능대로 싸우던 모습만 보다가 정말 충격받았죠. 어린 마음에... (물론 울티마 7편으로 가면 위급할때 도망친다던지-아이템을 흘리긴 하지만-, 노란 원을 클릭해두면 보호해준다던지-실제 효과는 안 느껴졌습니다만- 하는 인공지능이 생기긴 합니다)

그때부터 파티 플레이의 묘미라는 것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 방어력 위주로 동료들을 지키는 전사, 약하지만 동료들의 보호를 받으며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마법사, 공격에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동료들의 상태를 항상 주시하며 치료하고 보호하는 치료사, 순간순간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으로 전투의 흐름을 바꾸는 도적이나 특수 직업들...

그러다보니 드래곤 퀘스트와는 더더욱 멀어진 듯 하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료 하나 없이 주인공 혼자서 짱 먹는 게임들을 기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울티마 8과 9편도 그랬어요.

몸을 날려 동료를 지키는 기사가 참 갸륵해서 중반 이후 더 좋은 직업들이 나왔음에도 차마 기사를 빼지 못하고 계속 데리고 다니기도 했어요. 이후 시리즈에선 직업 어빌리티라기 보다 마석이나 악세사리화 되서 맞아주기 어빌리티가 달린 마석이나 악세사리를 달아주기만 하면 도적이나 백마도사도 동료가 위험하면 냅다 앞에가서 맞아주는 우스운 상황도 연출되곤 했습니다만...

울티마에선 그런건 좀 약해서 아쉬웠지요. 6편에서 도둑질을 많이 해서 카르마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동료들이 소극적으로 전투하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다였습니다.

그 이후... 발더스 게이트에 이르러서야 인공지능 스크립트에 대한 개념이 잡히더군요.

적을 보면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듀프레...
적의 정보와 약점을 면밀히 파악한뒤 약점을 공략하는 샤미노...
일단 안전한 뒤편으로 쭈욱 빠져 "난 이런 일 하기엔 늙었다고..."라며 투덜대면서 백발백중의 저격실력을 보이는 이올로...
다른 사람은 다루지 못하는 별 희귀한 무기를 잘도 다루는 줄리아...
여성임에도 강한 체력과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카트리나...
동료들을 살피며 위험한 동료들을 수호하고 보호하는 자나...
화려하고도 강력한 마법을 쉴 새 없이 퍼부어대는 마리아...
당연히 통제가 안되지만 어떻게든 진형을 맞춰보려고 목청껏 닥달하는 제프리...
상상해보시면 어떤 느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