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2. 20. 14:26

아바타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입니다.

- 영화 리뷰에 쓰인 이미지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1. 드디어 카메론 감독이 기나긴 침묵끝에 완성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스파이더맨도, 엑스맨도 고사하고 제작했던 영화라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역시나 카메론 감독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 '아바타' 고대 인도에서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을 말합니다, 달리 말해 '화신'을 말하죠. 저희처럼 울티마에 각별한 추억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아바타'라는 단어는 그리운 의미로 다가오지요. 이 영화를 내심 기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고 나니 '아바타'라는 단어가 더 각별해지네요.


3.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인간들이 우주의 한 행성인 '판도라'행성의 '나비'족들과 접촉하게 되고... 과학자들이 인간의 정신을 '나비'족 육체에 연결시켜, 그들과 소통하고, 영어도 가르치며 판도라 행성을 조사합니다.


하지만 판도라 행성을 지원하는 기업의 목적은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판도라의 자원을 갈취하는 것이었고, 자연에 순응하며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나비'족으로서는 인간들의 음모를 막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제 막 사고로 죽은 형을 대신해 쌍동이 형의 '아바타'를 사용해 '나비'족들에게 다가가는 지난 전쟁에서 하반신 마비가 된 퇴역군인 '제이크 설리'가 있습니다.

4. 카메론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자연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갈취하고 결과적으로 지구를 고사시켜버리는 인간과 대비되는 '나비'족은, 자연에 순응하고, 식량으로서 필요한 짐승을 사냥하며 죽여야 할 때도 감사의 인사를 하며, 식물과 동물과 모든 것과 교감하는 모습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보면서 내내, 북아메리카의 인디언과 아마존 정글의 원주민들, 아프리카의 토착민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저 '나비'족의 자연친화적인 삶은, 우리가 눈 돌려보면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이기도 하죠.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문명인들에 의해 고통받고, 학대받으며, 빼앗기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영화보며 가장 가슴속에 와닿았던 대사가 있습니다. '나비'족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도중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들 중 하나인데,

'우리가 받는 모든 에너지는 그저 잠시 빌린 것일 뿐,
때가 되면 우리는 받은 모든 것을 되돌려 줘야 한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문명인이겠지요. 그리고 지구촌 오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미개인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과연 물질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문명인이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이 모든 것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자연을 업신여기기 쉽상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영화를 보기 직전 본 기사가 있었는데 '피와 맞바꾼 석유, 레드오일(
http://j.mp/7qQZbD)이라는 기사를 본 뒤라 더욱 그 생각이 나더군요. 기사를 보시면 참혹한 진실을 아실 수 있겠지만, 기사 내용 중 한부분을 인용해보면


'끊임없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힘 없고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원주민들에게 타르샌드로 인한 석유채취개발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이게 만드는 문제라면, 미국인들에게 석유는 무슨 의미일까. 아마 편안함과 불편함의 차이 정도 아닐까.'

영화내에서 '돈이 되는 광석' 때문에 '나비'족을 'Blue monkey'라고 부르며 죽이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을 보면서, 역시 저 기사가 한없이 교차되더군요.


5. 영화 중에서, 제가 인간인데도 인간들이 박살나는 게 통쾌한 영화는 처음 같네요... 모든 인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의 대명사로 대부분의 인간을 묘사한 영화라서 그런게 아닌 가 합니다.


6. 남자주인공이 터미네이터 4에서 주연이었군요. 그 영화에서는 상당히 풍채가 좋았었는데, 여기서는 반신불수의 퇴역군인이라서인지 상당히 왜소하게 나와서 못알아봤어요. 역시나 반가운 얼굴로 에얼리언의 여전시 리플리, 시그니 위버가 나오네요. 역시나 긴가민가 했습니다.


7. 영화보기 전에 예고편만 보았을때는 진짜 사람들의 비중은 턱없이 적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80%이상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거의 실사와 그래픽이 반반의 비율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그래픽 역시 실제의 배우들이 온몸에 센서를 달고 하나하나 모션캡쳐를 한 것이라니 컴퓨터 그래픽에도 배우들의 노고가 서려있는 거군요. 다만, 이럴 때 당연한 거겠지만, 당당히 여주인공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실제 얼굴은 전혀 볼수없는 나비족 여전사의 실제 배우에겐 안타까움이...(영화를 다 보고서도 주인공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로는 '스폰'이 있지요. 극초반에만 실제 얼굴이 나올뿐 영화내내 불타버린 얼굴로만 나와버리는...) 


8. 영화는 긴 러닝타임이 어느 순간 홀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베가본드님에게도 후회없으실 선택입니다만...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3D영화는 처음이었지만, 기술이 좋아서인지 꽤나 효과가 멋지더군요. 안경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보다가 조금 눈이 어지럽거나 하시지만 않다면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어두워서 잘 안찍혔는데,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제공되었던 3D안경입니다. -

9. 다만 뭐랄까... 영화가 참 담백하고 일관적으로 진행되고 완결되어서, 영화 끝나고서도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에서만 할 이야기가 있을 뿐, 스토리나 그런 것에는 별다른 궁금한 점도, 논란거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딱히... 스토리에 대해 곱씹어 볼 만한 건 없어요(영화 보고 난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에얼리언 2나 터미네이터 1, 2에 비하면 조금단촐한 느낌...?).


10. 과학이 발달한 인간보다 '나비'족이 돋보였던 가장 큰 점은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더군요. 그들은 몸에 인간에게는 없는 또하나의 감각기(어찌보면 촉수...?)가 있어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과 교감합니다(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큰 힘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동물들, 식물들... 심지어 대지와도 교감하지요. 인간들로선 참 부러운 점입니다. 잠깐 생각한 거지만 나비족끼리 교감하게 되면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못하겠지요.


11. 역시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에얼리언이나 터미네이터의 후속작을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솔직히 이미 완성된 영화에 (영화사의 압력 때문이라 해도) 자꾸 후속편을 만들어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공들여 쌓은 명성에 먹칠만 하는 꼴이겠지요. 그의 다음 영화는 뭐가 될지 참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동대문 메가 박스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덜컥 동대문에서 내렸던 저는 참 뭐였는지... 하아... 이놈의 방향치는 정말 구제불능인가 봅니다. 처음 가본 것도 아니고 두번째인데 말이죠... ㅡ.ㅡ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나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