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4. 11. 10. 17:05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았습니다...(스포일러 약간)



재생을 누르시고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곡이지만 중간쯤 볼륨이 좀 높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는 금요일에 보았습니다만, 주말을 바쁘게 보내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게 늦었네요. 결국 어젯밤 글을 쓰다가 그냥 잠들어 버리기까지 해서 지금에서야 마무리를 짓습니다.



개봉 전부터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영화지요.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매튜 맥커니히(쿠퍼 역), 앤 해서웨이(아멜라 브랜드 역), 마이클 케인(브랜드 박사 역)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기다가 상대성 이론이나 우주에 대해 그동안 묘사하지 못했던 블랙홀이나 외계행성에 대한 묘사로 기대치를 한껏 올려준 작품이었지요. 자세한 건 전에 11가지 팁에서 이미 포스팅했기에 넘어가고...



미래의 지구, 이미 이상기온으로 지구는 흙먼지에 휩싸여 매일매일 먼지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고 결국 폐질환으로 하나 둘 병에 걸려 죽어가고, 식량마저 병충해로 인해 7년 전에 이미 밀 농사가 불가능해지고, 1년 전에는 오크라가, 그래서 이제 남은 유일한 작물인 옥수수마저 곧 사라져 갈 예정의 암울한 미래입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사람들이 더이상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가 사실은 소련의 자멸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거대한 쇼였다고 버젓이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교죠...


NASA에서 일했지만 정부의 폭격 임무를 거부했기에 해체되어 평범한 농부이자 기술자로 살아가던 쿠퍼는 아들 톰과 딸 머피를 데리고 진실마저 왜곡하고 있는 현실에 어이없어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우연히 책장에서 중력이 가르쳐주는 좌표를 발견하고는 딸 머피와 함께 그 좌표로 갔다가 사라진 줄 알았던 NASA가 10년이 넘게 지구 밖에서 누군가가 열어 준 웜홀을 통해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허황되고 터무니없고 무모한 계획같아 보이지만, 이미 선발대 여럿을 보냈고, 그 중 세 행성에서 지금까지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고 있기에 쿠퍼는 사랑하는 두 아이와의 이별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임무를 받아들이고, 아멜라와 다른 두 대원, 그리고 두 로봇과 함께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세 행성을 목표로 떠납니다.



다행히 토성 근처의 웜홀을 통과하여 목적지인 다른 은하계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고, 세 별 중 가장 가까운 별에 도착하여 블랙홀의 위험(중력때문에 그 별의서의 1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7년이 지나버린다고 합니다)에도 불구하고 착륙합니다만...



온통 물의 행성인 이 별에서 선발대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고 겨우 부서진 잔해 속에서 데이터를 수거하려는 찰나, 멀리 산맥으로 보이던 그림자가 실은 급속도로 다가오는 블랙홀의 중력으로 무시무시한 높이까지 치솟아 오른 파도였음이 밝혀지고, 다급하게 피해야 하는 상황, 



아멜라의 고집 때문에 일행은 대원 한 명을 잃고 시간도 지체해 겨우겨우 별을 떠나 본선과 합류했을 때는 이미 지구 시간으로 23년이나 지나버린 후였습니다. 



첫 탐사로 너무도 큰 피해를 입은 대원들은 다음 목적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게 되고, 선발대 대원 중 가장 우수한 대원이었던 만 박사의 신호를 따르자는 쿠퍼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싶다는 생각에 나머지 한 행성으로 향해야 한다는 아멜라가 설전을 벌이지만 결국 쿠퍼의 결정대로 만 박사가 발견한 행성으로 향합니다. 



부족한 연료로 겨우 도착한 얼음의 행성에서, 그들은 만 박사의 기지를 발견하고, 파괴된 로봇의 잔해와 만 박사의 이름이 적힌 동면장치를 발견하고 스위치를 넣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갑니다...


글쎄요, 제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영화였습니다만, 인터넷상에서는 워낙에 좋아하는 사람과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나뉘어지고 있는 영화이긴 하네요. 사실, 영화가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충분한 설명을 묘사하지 않았기에 이 영화는 처음부터 문턱이 좀 높은 영화이기도 했죠.



제 경우는 평소에도 코스모스라던가 과학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던 터라 웜홀이나 중력에 의한 시간의 차이같은 것은 알고 이해도 되었지만 상대성이론은 좀.. 아무리 TV나 글로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는 아직도 안가더군요. 게다가 그런 설명의 끝 부분에는 항상 '사실, 지금까지 설명한 상대성이론(특히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세계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으므로 당신이 이해 안가는 게 정상이다'라는 말꼬리가 달려있을 정도니... 

그래도 다행인건 영화 자체가 초반부가 좀 지루할 뿐 사건이 진행되면서 그런 어려운 과학 지식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영화 상황을 따라갈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우주에 대한 묘사가 탁월해서일까요... SNS에 보다보면 이 영화를 '우주 XXX'라고 표현한 글이 제법 보이더군요. 인간이 욕구 해소의 상대를 우주에까지 넓혔다고... 인간이란 워낙 상식 밖에 일을 저지르는 종족이니 그럴 듯 하다고도 생각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가 169분짜리 거대한 우주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이 한스 짐머라는 걸 알고 음악을 정말 기대하면서 보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우주에서의 긴박한 상황, 사실 우주 공간은 진공 상태라 소리도 폭발도 없는 곳이죠. 그런 숨막히는 적막과 어둠 속에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목숨이 위험한 긴박한 상황이 덮쳐오는 걸 보면 역시 우주 뮤직비디오인거 같습니다.


저는 2D로 보았지만 3D나 4D로 보면 확실히 느낌이 다를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영화를 보면 늘 그렇듯, 저는 두번째 볼때는 궁금한 장면이 나와도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을 지켜야 하는 극장 말고 같이들 떠들고 영화 내용에 대해 토론하면서 서로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감상 할 수 있기를 바라곤 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여러 질문들이 생겨 좀 이야기해보고 싶었지만 딱히 영화에 대해 대화할 상대가 없어 많이 아쉬웠지요. 생각해봐도, 로봇 애니에 빠져 얼마 전에 양자 역학과 초끈 이론으로 절 떡실신 시킨 그 오타쿠 친구밖에는 떠오르지 않네요...


그래도 제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하나... 이 영화의 옥수수밭... 실감나는 영상을 고집하며 컴퓨터 그래픽을 극도로 자제하는 감독 답게 영화 속 옥수수밭을 진짜로 3년간 경작했다고 하더군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도입부에 잠깐 나올 지구의 옥수수밭을 위해 그 넓은 땅에 3년이나 농사했다는 말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옥수수밭의 비중은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둘... 영화에서 매력적인 로봇으로 등장하는 타스... 처음에 보았을때는 뭔 로봇이 저렇게 멋없게 생겼지... 하고 실망했습니다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화 내 최고의 마스코트로 둔갑했습니다. 인간에게 헌신하고, 유머도 날릴 줄 알며,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이리저리 변형하며 큰 도움이 됩니다. 탐사대에 합류한 로봇은 둘이었는데 타스가 워낙 말을 잘하기에 상대적으로 과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케이스라는 이름의 로봇이었죠. 그래서인지 유머스러운 타스에 비해 케이스의 말투는 좀 딱딱하긴 하더군요. 로봇의 외모를 보다보니 생각나는 것은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노리스'였습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 컨텍트 - 인터스텔라로 이어지는 우주에 대한 영화인 만큼 모노리스의 디자인을 오마쥬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셋...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은 지금까지 나왔던 우주 탐사선과는 좀 다른 색다른 모습의 디자인인데, 꽤 멋지더군요. 우주 비행과 멋을 중시한 과거의 주역 우주선과는 달리 마치 우주 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기나긴 세월을 견딜 수 있는 자원(아마 저 블록 하나하나가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과 새 행성에 건설할 자재를 싣고 있기에 이런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실제 한 대원이 블랙홀을 연구하며 23년을 버텨냈으니까요. 함선 이름까지도 절묘합니다. Endurance, '인내'라니... 그리고 이 이름은 1914년 세클턴이 이끄는 24명의 남극 탐험대가 승선했던 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결국 좌초되었지만...



넷...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에서의 친분이 있어서인지 마이클 케인과 앤 해서웨이의 모습이 반갑더군요. 하지만 더 놀랐던 것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 튀어나와서입니다. 게다가 그 배우는 영화 보기 전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비밀의 배우라서 막상 그 배우가 튀어나오자 저는 저도 모르게 '어?'하고 놀랐습니다. 알고보니 그 배우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더군요. 영화 초반부에서도 그 배우 자체를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역시나 단역은 아니어서인지 제대로 한 방 크게 터뜨려주더군요.



다섯... 최근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 지구를 넘어서를 구입해서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는 중인데, 이 영화가 계속 겹쳐보이더군요. 게임 배경 역시 이 영화와 다르지 않아서, 절망적이 되어 버린 지구에서 최후의 모든 것을 짜내 이민선을 쏘아 올리고 개척자들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지구를 구원한다는(물론 결정에 따라 그 구원방법이라는 것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학살일지라도) 내용이라서 더더욱 몰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명 : 비욘드 어스의 트레일러입니다. 보다보면 정말로 이 영화의 초반부와 닮아있습니다. 멸망해 가는 지구를 묘사한 작품을 볼때마다, 지금 당장은 아닐거라는 게 다행이긴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일이기에 항상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인 거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 사소한 것으로 싸워대는 인간들이 한스러워 보일 정도로 말이죠.


여섯... 가장 논란이 될 것 같은 시간의 차이... 중력의 영향이라고 설명은 해도 누군가가 보내는 한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이라는 게 선뜻 이해가 가기는 어렵죠. 이론에 대한 설명은 넘어가고, 언뜻 생각하면 늙지않거나 죽지 않는 불노불사의 존재를 연상하기 쉽지만(특히나 상대는 100살이 넘은 노인인데 자신은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젊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의 시간 차이는 그렇지 않죠. 오히려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은 그대로입니다. 상대방이 늙어가는 동안 자신은 늙지 않고 그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면 축복일지 몰라도, 이 경우는 완전히 시간의 흐름까지 달라질 정도로 단절된 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미 지구에서는 몇십 년이 흘러버린 뒤더라, 하는 경우인거죠. 옛 이야기에 나오는 바둑두는 걸 구경하다보니 이미 수십년이 흘렀더라던가, 바다속 용궁에서 며칠 잔치를 즐기고 나와보니 세상이 변해있더라라는 이야기의 경우와 같아서, 본인에게도 상대에게도 전혀 원치 않는 시간의 엇갈림이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더더욱 비극인 거고...



일곱... 그럼에도 역시 조금은 아쉬운 것은 이 영화 역시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드라마 '미생'이 케이블에서 제작되게 된 이유를 원작자가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는데, 원작에도 없는 어울리지 않는 그놈의 러브라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해서 공중파 방송을 포기하고 러브라인에 집착하지 않는 케이블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했죠... 그런 것처럼 이 영화 역시 헐리우드의 이야기 스타일인 사랑과 휴머니즘으로 결론내리는 모습이 좀 아쉬웠습니다. 비록 사랑의 힘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 사실일지언정 결국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가 되버린다 해도, 과학과 우주의 광대함을 묘사하던 영화에 집어넣은 사랑 이야기는 좀 아쉽더군요.



그럼에도 로맨스 영화나 눈물샘 자극하는 감성 영화가 넘쳐나는 이때(특히나 국산 영화) 간만에 갈증을 해소시켜 준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썼는데도 아직도 궁금합니다. 과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에 쉽게는 찾을 수 없는 또 어떤 장면들을 숨겨두었을까요, 그리고 그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랬을까요...



다음 개봉 예정인 영화들도 기대되네요. 먼저 호빗 마지막편이 있고, 헝거게임 모킹제이도 있죠. 모킹제이는 트릴로지의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해리포터 마지막편처럼 둘로 나뉘어 개봉한다니... 일단 호빗을 봐야겠네요. 그런데 1편은 보았지만 2편을 못 봐서... 3편 보기전에 2편을 어떻게든 먼저 봐 둬야 한다는 게 고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