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꼭 보고싶은 영화가 나와서 영화모임에 참가했습니다.

동명의 게임을 영화화 한 거라, 컴퓨터 게임을 오래 하신 분들이면 익히 아실, '페르시아의 왕자'입니다. 1시간이라는 실제 시간동안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1편에서부터... 짤깍거리는 단두대에 허리가 반동강나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과 쇠꼬챙이에 처참하게 꼬치가 된 왕자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지요.


영화 스틸샷과 주연배우들의 모습만 보고서는 고개를 갸웃한 것은 사실입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에서의 향수를 별로 느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긴 제가 PC판의 1, 2편 외엔 제대로 해본 게 없긴 하지만...


적어도 왕자라고 하면... 좀...

하지만 영화를 보니 주인공이 왜 왕자인지, 그리고 어째서 아크로바틱한 액션들에 능한 지 알수 있겠더군요... 결론적으로... 왕자는 선택된 이후에도 국민들과 꺼리낌없이 어울리며 자기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면 납득되기도 하고 말이죠.


게다가 천천히 살펴보면 게임의 분위기도 물씬 나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 보입니다. 복장이라던가, 얼굴이라던가, 수염과 헤어스타일이라던가 말이죠.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아라비아의 대사막, 그리고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중동의 음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는 간단히 언급하자면, 페르시아의 왕자들이 부왕의 허락을 받지 않고 타미나 공주의 왕국을 습격합니다. 그녀의 왕국이 페르시아의 적국에게 무기를 공급한다는 빌미로 말이지요.


그 와중에 '전설의 단검'이 우연히 왕자 다스탄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비밀이 담긴 단검과 함께, 타미나 공주를 데리고 다스탄 왕자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정처없이 도주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애초에 첫 영화 시작할 때 디즈니의 로고가 나오길래... 저는 그 순간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단,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해피엔딩일 것이다.

이미 팀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뼈저리게 실감했던 부분이지요. 그 어떤 감독이라도, '온가족이 함께 보는 행복한 동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디즈니 아니겠어요(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팀버튼 감독의 괴이하고 음울한 세계를 바랬고, 페르시아의 왕자에서는 좀 더 잔인한 묘사를 바라기는 했지요... 허리 정도는 두동강나 줘야 할거 아닙니까...)

하지만 디즈니 로고를 보면서 그정도만 마음을 먹으면 상당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특히나 볼거리가 참 많지요. 어찌나 왕자와 공주답지 않게 생고생을 해대는지... 주인공이 참 영화찍으며 고생을 바가지로 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자 삼인방. 아무래도 그동안 왕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관들이 꽤나 깨져 나가기는 합니다만... 뭐 따져보면 제가 '아랍 왕자'들에 대해 잘 알고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제이크 질렌할...

훈남이었어!!!!


당신을 왕자로 인정합니다...


끝으로, 어떤 한 고마운 미(?)청년이 보내준 원작게임입니다. 영화를 보니 게임을 해야겠다는 의욕이 불끈불끈 솟더군요. 타미나 공주의 실루엣이 보이네요.


...


그런데... 왕자 얼굴이... 참...

미안해 소주군... 여전히 시간이 많이 걸릴거 같아...


소주군과 제가 함께 입을 모아 기원했죠. 후속편을 꼭 보고싶다고. 물론 저 스샷은 최근에 나온 게임이긴 합니다만, 이런 정도로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꽤나 재밌을 거 같아요. 후속편은 제발 디즈니 말고 다른 데서 맡아주기를... 제가 알기로 게임도 후속편은 어둡고 음울한 스토리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타미나 공주의 모습입니다. 시간의 모래에서는 그저 말많은 공주였지만 후속편으로 갈수록 왕자를 직접적으로 도와주지요.


이렇게 보면, 공주 역할을 한 젬마 아터튼도 괜찮았어요. 공주면서도 그녀 역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영화를 보고 나서 뒤풀이도 꽤나 원없이(?) 즐겼지요. 새벽까지 따라다닌 거 같으니, 거의 후반에는 제정신도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 경기 북부 회원들 몇분과 술마시면서 덕담들이 오갔던 거 같은데 거기서 술김에 트위터를 했다가 그만...


그러니까... 술김에 한 소리라고요... 너무 마음쓰지 말라니까요...


무써운 사람들 같으니... 술자리에서의 일에는 관대한 게 우리나라 아니었나요...? 정말 전 뭔 깡으로 폭탄주에 입을 대고 새벽까지 쫒아다녔던 걸까요... 하아...

오늘도 모두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이 흠뻑 살아있는 아이언맨 2입니다...

실은 이 영화를 보기전에 아이언맨 1을 못 보았던 터라, 전편을 못본채 이 영화를 봐도 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OCN에서 아이언맨 영화를 편성해주더군요. 오~ 이런 적절한 타이밍이... 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영화를 보았습니다.


속였구나!! OCN!!!
너희들이 투니버스냐!!!
적어도 부제에 '애니메이션'이라고 적어달라고!!!

뭐... 하여간... 아슬아슬한 순간 한분이 영화를 보여줄수 있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가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날까요...)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특별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별 기대없이 보았습니다. 히어로물 영화야 이제는 큰 돈 들여 엄청난 액션을 선보이는 것 외에 더이상 발전할 부분이 있을까도 의문스러웠고... '아바타'처럼 애초에 영화 만들 때부터 3D로 작정하고 만들지 않는 바에야 3D는 별로 달갑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었죠. 아이언맨 2도 4D로 개봉한다는 말을 들은 거 같긴 합니다만, 그냥 무난하게 2D로 볼 작정이었고, 그렇게 봤습니다.


앞으로 몇 편이나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히어로물 영화로서 이미 1편이 나왔던 작품의 속편인 2편의 이름을 가진 영화인만큼, 다른 히어로 영화의 2편을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스파이더맨 2, 팀 버튼의 배트맨 2(다크 나이트는 아닙니다.), 판타스틱 4 실버서퍼의 위협, 슈퍼맨 2, 액스맨 2 등등... 1편에서 무사히 관객들의 눈에 들어 속편이 가능했던 히어로 영화들...(인크레더블 헐크의 경우는 2편이라고 할 수 없고 별개의 영화라 생각해야 하지 싶습니다) 

히어로 영화 1편에서 히어로의 탄생과 자신의 힘의 자각, 힘의 제어와 책임. 히어로로서의 자신의 입장 확립을 그리게 된다면, 2편에서는 라이벌이나 아군의 등장, 영웅으로서의 화려한 생활과 깊은 절망으로의 수렴...

무엇보다도 2편에서 가장 드러나는 주제는...


주인공이 한 단계 더 성숙한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각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모습은 다르지만 2편에서는 보통 히어로 생활을 영위하다 한계를 느끼게 되고 괴로워하다 한단계 더 넘어서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언맨2도 그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극장을 찾았지요.


어느정도 예상은 들어맞았던 거 같습니다. 토니 스타크도, 히어로의 생활을 아무 탈 없이 끝까지 끌고나가질 못하는군요. 혹시나 모든 히어로 작가들이 스파이더맨의 작가처럼 커다란 기쁨 뒤엔 반드시 거대한 고난이 찾아온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고난을 이겨낸 자만이 진정 더 강해질 수 있지만, 이 상태로라면 아이언맨 3가 조금 불안해지는 것은 사실이긴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보통 3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왕창 늘어나면서 각각의 비중이 우르르 무너지며 이도저도 아닌 속편이 되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긴 뭐 그건 3편이 나올때 걱정하면 되겠지요.


실은 주인공보다 더 신경쓰였던 것이 바로 미키 루크였어요. 한때 잘나가다가 바닥까지 주저앉았고, 스스로 다시 일어선 배우. 영화 '레슬러'도 있지만 특히나 '신 시티'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팬이 되어버렸지요.

이번에도 역시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의 모습은 완전히 '휘플래쉬' 그 모습이었지요. 다만... 비중 조절을 잘못한걸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연기 잘하는 미키 루크를 이정도밖에는 활용하지 못한건가... 하는 아쉬움도 느꼈습니다.


'페퍼' 역의 기네스 펠트로... 변함없이 매력적인 그녀입니다만 이번에는 누군가 때문에 비중이 확 줄어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토니 스타크를 돌보며 전전긍긍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역할은... 글쎄요...


이번에는 아이언맨과 함께 워 머신이 등장한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비중있는 홍보수단이기도 했었지요. 역시 멋지게 등장합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워 머신은 본래 다른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이 부분이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생기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네요. 원작과는 다른 사람이 워 머신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영화의 흐름상 원작의 캐릭터가 워 머신이 되기는 어려웠던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영화상에서는 토니 스타크의 친구인 제임스 로드가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거기에 무기들을 장착해서 워 머신이 됩니다. 무기 중에 가장 압권은 '집나간 마누라'입니다. 꼭 직접 확인하시길...


그리고 아이언맨 2에는 이 네사람 외에도 반가운 몇사람이 더 등장합니다. 특히나 '쉴드' 조직의 닉 퓨리... 정말 똑같아요!!! 보면서 계속 감탄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새 CEO인 '페퍼'의 비중을 확 줄여버린 주인공, '블랙 위도우'입니다. 비록 활약하는 부분은 적지만, 확실하게 액션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군수 납품업자 '해머'... 왠지 엑스맨2의 스트라이커 장군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래서인지 더욱더 인간적인 존재로 보이더군요. 독점하고 있던 자신의 권한을 잃자 전전긍긍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 비록 그가 발단은 되었다고 해도, 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뿐, 스스로 살육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별로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고... 게다가 이런 스타일은 모든 결말이 나면 힘없이 '깨갱'하며 순순히 감옥에 잡혀들어가는 스타일 아니던가요...


이런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외에도, 마블 팬들이 좋아할만한 떡밥들도 여기저기 던져 둔 편입니다. 이름만 대면 바로 알 수 있는 누구씨의 방패라던가... 엔딩 스텝롤 후 나오는 깜짝 영상에서 보이는 물건이라던가...


오늘도 이 영화를 보러가는 팀원들과 이야기했지만 이제 하나의 시리즈 영화라해도 더이상 독립적이지 못하는 시대가 온 거 같습니다. 하나의 영화에 다른 영화의 등장인물이 암시되는 것은 이제 흔해졌고,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들인 만큼, 마블 영화는 그들대로, DC영화는 그들 대로 자신의 등장인물들에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죠. 또한 그것이 팬들을 더욱 기쁘게 해주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속에 언뜻 보였던 누군가의 자취에 기대를 품고 기다리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기대했던 만큼... 재밌게 보았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스텝롤이 올라갈때... 저희는 이미 스텝롤 후에 깜짝 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극장도 그래서인지 스텝롤 올라갈 때 불을 켜지 않더군요...

하지만... 뭐가 그리 급하신지... 우르르 나가버리는 관객들...

하긴 기다릴지 말지는 스스로의 자유,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텅빈 객석이 왠지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렸던 영상이 기대 이하였던 것도... 후...


지금 시간이면 팀원들도 영화를 다 봤겠네요. 그들도 재밌게 봤기를 기대합니다...


...


누구와 극장갔는지가 그렇게 궁금한가요...

그나저나 남자는 왜이렇게 극장 다녀온뒤 대답이 곤궁해지는 겁니까...?
여자들은 여자끼리도 극장 잘만 가는데 말이죠... 하아...



후... 솔로부대를 자극하면 정말 언젠가 후회하시게 될겁니다... 피모드님...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5. 2. 10:50

OCN에서 '아이언맨'이 하네요...


속였구나 OCN!!!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공기인형'을 보았습니다. 아직 불편한 몸이 회복된 건 아니지만, 꼭 보고싶던 영화라 부랴부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일본영화라서일까요,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별로 모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상영관도 조촐해보이고, 취소하는 사람까지...

하지만 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뭐랄까, 이 영화를 보고는 저도 일본영화에 관심이 많이 갈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배두나가 주연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되었지만, 감독이 배두나를 점찍어놓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하는 만큼 배두나의 모습을 영화 상영시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배두나가 나오지 않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공기인형이라는 말은 저도 처음에는 뭘 뜻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보통 튜브인형이라고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아, 더치와이프라고도 하던가요? 하여간 풍선 같은 재질로 몸체를 만들고 거기에 세심하게 만들어진 두상을 붙여 만든 남성용 여자 인형이더군요.

전에 국산 영화 '네 말을 믿으라는 거야'에 마지막 장면에서 한번 튜브인형이 나왔는데 제가 본 튜브인형은 그런 조잡스러운 거라 풍선인형은 다 그렇게 일회용처럼 생겼는줄 알고 있었는데 역시 일본의 인형은 품질이 정말 우수해 보이더군요... 전 단백질 인형(가끔 웹에서 보면 실제 사람보다도 더 생기있고 아름다운 인형들의 사진이 간혹 올라오곤 했죠)의 사진을 보고 놀란 적은 많지만 이번 공기인형에서 공기인형을 보고 놀라기는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스초리를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공기인형이 어느순간 마음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게 되면서 이 영화는 일본영화답게 담백한 느낌으로 흘러갑니다. 그녀는 무심코 집 밖으로 나오게 되고 마주치는 모든 것에 신기해하다가, 우연히 비디오, DVD대여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낮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인간다워지고, 대여점에서 일도 하며, 밤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인형 행세를 합니다. 그러면서 대여점에서 함께 일하는 준이치에게 감정을 키워갑니다.

어쩌면, 준이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공기인형인 그녀가 열심히 인간을 배워가도록 만드는 동기가 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자신의 몸에 있는 인형의 흔적들을 지우고, 먹을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재치있게 넘기기도 하고, 탄로날까봐 그림자를 피해가며, 인간처럼 살아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꿈 같은 생활은 결국 팔에 상처가 나서 공기가 빠져버리는 바람에 준이치에게 공기인형임을 들키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인간의 삶에서의 모든 경이와 기쁨, 두근거리는 감정의 대가로 슬픔과 아픔, 절망과 고통 또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잔잔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굴곡을 그리며 결말로 치달아가죠...


'생명이란 불완전한 것이다...
사람들은 충분히 서로서로 그 불완전함을 완전으로 만들어줄 수 있지만,
다들 스스로 다른 사람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려고 나서질 못하고,
두려워하며 혼자 남겨져 버린다...'



배두나 하면 제 기억에서는 등에 아기를 업고 술집에 붙잡힌 신랑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강 스파이크를 날려대던 전직 국가대표 농구선수였던 그녀,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긴장해 버리지만, 결국 마지막엔 괴물을 향해 강렬한 화살을 날리던 국가대표 양궁선수였던 그녀가 떠올랐지요.

이 영화에서의 그녀는 한국의 배우이면서도 일본인, 그리고 인형같은 모습의 세가지 이미지를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두드러지는 이목구비 때문일까요, 그녀는 일본인들 틈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인형의 모습으로 있어도 왠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인형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요.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에서 로봇을 연기하기 위해 눈을 깜빡일 수 없었던 것처럼, 공기인형에서의 배두나 역시 인형인 척 할때는 눈을 깜빡이지 않더군요. 참 긴 시간동안...

그리고 바람이 빠지거나 공기가 주입될 때, 쭈그러들고 부풀어오르는 묘사까지...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효과도 없이 스스로 대부분을 표현해 내었지요. 물론 완전히 바람빠진 몸은 인형의 몸체로 대신한 곳이 한두군데 있긴 해도...


배두나가 거의 영화의 모든 곳에 나오긴 해도 배두나 외에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셋 나오지요. 그리고 그녀와 직접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는 몇 사람...

항상 작은 인형을 들고 다니며 아버지와 함께 보이던 어린 소녀, TV에서 범죄 보도를 적어서는 적당히 각색해서 파출소에 가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이야기인양 털어놓는 할머니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경찰관, 공원 벤치에 언제나 앉아있는 할아버지, 젊고 예쁜 직장동료와 자신을 비교하며 갈수록 힘겨워하는 여인, 여성을 대할 자신이 없어 몰래 훔쳐보거나 가상의 환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는 청년, 그리고 사과농사를 하는 집에서 계속해서 보내오는 사과 때문에 사과만 봐도 구역질이 나와서 사과를 잊기 위해 온갖 먹을것을 폭식하던 여자...


비단 일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도시 속 풍경이기도 하지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그녀의 독백처럼 서로서로 손을 내밀어 그 손을 마주잡으면 이 숨막힐 듯한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런 도시의 풍경들을 보면서, 저역시 숨막힐 듯이 답답해져 오더군요...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 해줄 수 있니?"

대여점에서 일하는 준이치... 그는 공기인형 노조미와 함께 일하면서, 처음에 정체를 몰랐을 때도, 후에 알게 되었을때도 한결같이 대해줍니다. 노조미는 준이치 덕에 인간으로서 많은 기쁨과 추억을 얻게 되죠. 바다에도 가 보고, 영화도 함께 보고, 식당에도 가 보고...


그녀는 준이치의 말을 종이에 적어 간직하고, 준이치와 영화에 대한 퀴즈도 풀고, 그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함께 있을때의 추억의 물건들을 모으면서 행복감에 젖어갑니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공기인형인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마음이 없는 인형이 되어 줘! 난 인간이 귀찮을 뿐이야!"

공기인형 노조미의 실제 주인 히데오입니다. 혼자 살며 직장에서 힘겹게 일하며 집에 돌아와서는 인형에게 애정을 쏟는 존재입니다... 뭣보다... 그래도 명색이 공기인형 노조미의 주인이자, 영화속에 꽤 비중있는 존재인데, 스틸샷 하나 찾기가 어렵더군요... (특별출연한 오다기리 죠 보다도 비중이 없어!!!)

자신의 옛 여자친구의 이름인 노조미라는 이름을 인형에게 붙여주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인형에게만 관심을 쏟는, 그의 말 그대로 인간을 귀찮아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 인형이나 애완동물, 혹은 아끼는 물건에 인격을 부여하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날이 사람이 무서워져서일까요... 지금의 시대는 옛날과 달리 마음을 열기가 상당히 두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을 열면 열수록, 마음을 다칠 각오를 해야만 하죠. 저역시 의식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게 되고, 많은 경우 그 거리를 좁혔다가 상처를 받은 경험들이 많아, 차라리 거리를 좁히지 말걸 하는 후회를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때는 마음이 다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드니까 말이죠...

물론 거리를 두는 것에 절 비난하며 떠난 사람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누군가에게 다가서고, 또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거 같습니다...


어쩌면 노조미는 아직 사람에게 상처입은 적이 없기에 누군가에게 다가서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걸까요... 그녀가 필연적으로 겪게 될 우울한 경험들은 그녀를 어떻게 바뀌게 할지 눈여겨 보게 되는 부분입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네가 본 세상은, 그저 슬프기만 한 세상이었니?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은 조금도 없었어?"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영화에서 오다기리 죠가 나오길래 조금 놀랐습니다. 특별출연이었지만, 노조미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고, 그의 분위기에 딱 맞는 역할이더군요... 그의 말은, 노조미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어줍니다.
물론 저에게도...

이 영화를 볼 때 느꼈던 생각은...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하는 편이 어떨까요?

저도 모르게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될 리가 있나, 너무 어거지네'라고 저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실제 일어난 일을 영화화 한 건 아닌데 말이죠. 어짜피 상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내용에, 저는 왜 그렇게 '현실감 없다'라는 비판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을까요...

일본의 정서를 아시는 분은 더욱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확실히 한국에서라면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나오긴 합니다만, 일본의 경우, 아무리 눈꼴시고 이해하지 못할 광경이나 이상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참견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더군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지나칠 정도라고 할까, 옛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면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한다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영화 속 상황들이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는 수상쩍은 아가씨를 첫 대면에 바로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준다던가, 몸에 있는 이상한 선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없이 화장을 해준다던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현실적인 고증이 있어야 하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일본영화에 좋지 않은 선입관이 가득했던 저인지라 많이 고민하다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보고나서 참 남는게 많은 영화네요. 솔직히 그 느낌들의 반의 반도 글솜씨 부족한 저로서는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덧...

1. 마지막 스텝롤이 올라갈 때 배두나가 일본어로 가장 먼저 올라갈때는 감회가 새롭더군요... 왠지 닌자 어세신처럼 우리 배우의 이름이 주역을 차지할 때의 기분은 누구나가 같지 않을까 합니다...

2. 그리고 스텝롤을 유심히 보고 있던 이유는 '오다기리 죠' 때문이었습니다. 오다기리는 몰라도 죠는 과연 한문으로 있을까 없을까가 궁금했던 거죠. 그런데... 결국 오다기리 죠의 이름은 한자가 아닌 가타가나로 올라가더군요. 한자이름이 아니었나보네요... 그럼 오다기리 죠는 본명일까요, 가명일까요, 본명이라면 과연 오다기리는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습니다.

3. 공기인형 자체가 욕구해소용인지라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더군요. 제 생각에는 그나마도 일본 원판보다 몇군데 잘려나가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잘려나간 부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중요한 내용이 있는 곳은 아니겠죠), 만약 관객 확보를 위해 청소년 등급으로 만들려면 얼마나 잘라내야 할까 생각해보니...

청소년 관람불가 외에는 영화 상영시간이 1/3은 줄어들 거 같더군요...

4. 욕구해소 장면도 나오고 배두나의 나신도 자주 나오지만, 그런 장면들을 하찮게 만들어 버리는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었으니... 준이치가 노조미의 몸에 입김을 힘껏 불어넣는 장면... 자신의 몸에 가득한 준이치의 입김에 행복해하고, 그 입김이 새어나갈까 두려워 숨을 내쉬는 것조차 기겁하며 막고, 방에서 즐거이 떠오르며 기뻐하며, 자신의 몸에 더이상 펌프질을 못하도록 펌프를 몰래 버리는 것까지...

자신의 몸을 비춰보며 그 안에서 대류하는 공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5. 왜 우리 주위의 모든 존재는 인간이 되고 싶어할까요... 늘 같은 이야기지만, 그들이 인간의 삶을 경험하면서 나날이 행복해하는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너무 흔하게 경험해서 이제는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적이고 식상한 행복들입니다. 마치 무심히 밟고 지나가버리는 세잎클로버처럼 말이죠...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은 설경구, 문소리의 우리 영화 '오아시스'입니다. 장애가 있어 스스로 움직일수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없는 문소리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설경구와 휠체어에 탄 채 가끔 밖에 나갈 때, 단 두번 마치 환상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 설경구와 '보통의 연인들이 늘상 하는 평범한 행동'을 하는 환상에 젖는 장면이지요. 보통 사람은 아무런 감흥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 그네들에게는 눈물겹게 간절한 소망이듯이...

노조미에게는 보통 사람들처럼 음식을 먹고,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많은 사람들 속에, 마음껏 케이크의 촛불을 향해 입김을 불어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겨우 막차를 탈 수 있었네요. 왜 전 항상 이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는 걸까요... 그나마도 성수까지만 가네요... 간만에 달밤에 산책하며 집에 들어와 졸음이 가득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들이 희미해질까봐, 마치 방금 꾼 꿈이 아스라이 스러질까봐 급하게 쓴 글이라 두서가 없네요. 부디 2010년에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 중에 두가지가 이 영화속에 녹아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비록 상처 받을것을 알지만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 주연의 영화라면 '가위손' 이후로 쭉 팬이 되어있는 편입니다.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문제는 참... 기껏 왕십리 역에 갔지만 지하철 역 어디에도 영화관 표시가 없더군요. 지하철 주변 지도를 봐도 CGV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결국 밖에 나와서 찾아보려는데 나오니 이건 더 헷갈리는 겁니다. 애초에 제가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왕십리 CGV는 초행길이 아니라는 거... 분명 한번은 와본 거 같건만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이거 심각해요... 하아...


결국 트위터에 하소연... 다행히 한 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겨우 허겁지겁 도착했네요. 다행히 꼴찌는 아니었다는 게 위안이었어요.

3D 입체영화는 아바타 이후로 두번째였지요. 부푼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내용은 단순한 편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더스틴 호프만과 로빈 윌리엄스의 후크Hook가 연상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동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15년 후, 앨리스가 19세가 된 때의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앨리스가 우연히 다시 조끼를 입고 시계를 가진 토끼를 다시 만나, 쫒아가다가 나무 구멍속으로 떨어지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서게 되지요. 


그곳에서 앨리스는 그 사이 붉은 여왕이 이상한 나라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토끼와 쌍동이, 도도새, 파란 애벌래, 웃는 고양이, 주머니쥐, 모자장수를 만나 하얀 여왕을 도와 이상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조니 뎁이었지요. 영화 홍보 포스터나 영상들도 거의 그를 앞에 내세우기도 했고, 조니 뎁 자신도 미친 모자장수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나 녹색 콘택트 렌즈, 짙은 화장으로 연기했지요. 역시 조니 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조니뎁은 캐릭터가 완전히 굳어져버리는 듯 하기도 하네요... 혹시 최근 진지한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에서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나, 찰리의 초컬릿 공장에서의 공장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미친 모자장수까지... 조니 뎁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귀엽게 미쳐버린 환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뭣보다 제 생각엔 저 세 존재 다 행동거지가 비슷하기도 해요. 횡설수설, 정신없는 손동작. 아무래도 현실에서 보기는 조금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죠.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붉은 여왕이었습니다. 처음 볼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계속 웃음이 터지게 되는 여왕은, 그 위엄있는 모습과 잔인한 모습, 표독스런 표정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머리 때문에 웃음이 터지게 되더군요.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조니 뎁과 더불어 또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가 하얀 여왕으로 나옵니다. 붉은 여왕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악으로 묘사되는(실제는 악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붉은 여왕과 대비되어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선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녀가 영화에 나오는 비중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붉은 여왕이 그 커대한 머리로 웃음을 준다면, 하얀 여왕은 그 손동작에 계속 웃음이 터지더군요. 아니, 잭 스패로우의 손동작에 물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주인공이 나오지만, 제 경우 솔직히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인물에는 감정이입하기가 좀 어렵더군요. 그저 '앨리스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들' 정도가 다가 아닐까 합니다. 하긴 원작에서도 그렇겠지요. 영화 슈렉속의 동키나 고양이 정도 되면 모를까, 토끼나 쌍동이, 체셔 고양이나 푸른 애벌레 엡솔룸도, 앨리스와 함께 모험을 떠나지는 않고, 중간중간 등장해 도와주는 존재더군요.


특히나 조금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던 게, 원작 동화도 이상한 나라에서는 도무지 현실 세계의 상식을 적용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만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를 앨리스가 해쳐나갔는데, 이 영화 역시도 일반적인 상식은 상당히 많이 비틀어버린 편이라,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들이 대체 어떻게 진행될 지 알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야 상식에 지배받지 않는 감수성 예민한 순수한 시절이라, 형실적이지 못한 이상하기 그지없는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전진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점점 어릴때의 환상계와 멀어져가는 나이가 되면 영화를 보면서 대체 왜 저 상황에 저런 결과가 되는지 이해하기 좀 어려워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19세인 앨리스도 그래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팀 버튼 감독은 영화를 너무 어렵게 만들지 않고 많이 친절했던 편이라 생각하긴 합니다만...

역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카엘 엔데의 '네버엔딩 스토리'와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것. 네버엔딩 스토리의 진정한 의미가 그렇듯이, 자신이 만들어낸 소망이 아닌, 자신의 진정한 소망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가볍게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영화기에 블랙 코미디나 깊이있는 스토리와 비비꼬인 설정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만, 자세히 보니 이거 디즈니 영화로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즈니랜드 영화에 심각한 영화는 어렵겠지요? 제 생각에는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내용으로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를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 했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러블리 본즈에서 늦지않게 깨달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조니 뎁의 모자장수는 앨리스를 이끌어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모자장수 역시 처음에는 무력한 존재로 나옵니다. 결국 그 역시 앨리스와 함께 차츰 깨달아가는 존재라는 거죠. 
모자장수가 앨리스와 더불어 성장해가는 모습 또한 볼거리라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 원작동화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이제 저는 동화의 내용이 거의 떠오르지 않지만, 커졌다 작아지는 물과 케이크라던가, 하트 카드 병사들, 사라지는 고양이 체이셔 등등 원작을 읽어봤던 사람들을 위해 멋진 그래픽으로 묘사된 재연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감독의 선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느낀 점 몇가지...

1. 번역자가 고생 많이 했을 거 같네요. 좋마운 날(아마 좋은 + 고마운 날이 합쳐진 거겠죠?), 날뜩한 검(날카로운 + 섬뜩한 검?), 거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표지판들은 뒤죽박죽, 모자장수가 횡설수설...

무엇보다도, 영어였다면 영어 싯귀의 운율에 딱딱 들어맞았을 대사들이, 한글로 그대로 바꾸니 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수없는 말들이 난무하더군요. 만약 영어 잘하는 분이라면 많은 것을 느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푸른 애벌레의 이름인 '엡솔룸'은 아마 absolute의 의미겠지요.

2.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붉은 여왕도 제 생각에는 피해자일 수 있겠네요. 단순히 머리가 크다는 이유로, 그녀의 곁에는 아부하는 아첨꾼과, 속으로 딴 생각을 품은 충복, 그리고 그 힘에 두려워 굴복하는 자들만이 남아버렸죠...

'사랑받지 못하고, 외면당할 바에야 미움받는 것이 낫지.'

상당히 가슴이 시리도록 박혀오는 여왕의 말은, 제게는 무척이나 공감되는 말이었지요. 미움보다 더 두려운게 무관심이라고, 애정이 증오가 되버린 경우는 저도 많이 보았지요. 결국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영화 내내 머리가 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만 나오는 여왕이지만, 찾아보니 정상적인 모습도 있군요. 왠지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3. 만약 3D영화가 이 영화로 처음이라면 감탄했겠지만, 이미 '아바타'를 본 뒤라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저절로 비교하게 되더군요. 좀 아쉽긴 합니다. 이 영화도 나름 멋진 화면을 보여주지만,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행성의 자연경관, 그리고 동식물들은 환상적인 3D효과를 내기에 참 어울리고,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의 배경효과는... 아바타만큼은 감탄하기 어렵더군요.

다만... 영화상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뭔가 날아올때, 눈앞까지 날아오는 것 같아 저절로 움찔 피하게 된다는 것 정도?

4. 애석하게도, 아바타에서는 자막이 거의 완벽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꽤나 번져보이는 자막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중앙에서 좀 위쪽으로 나온느 자막은 번지지 않지만, 맨 아래 위치에 나오는 자막은 3D의 효과가 덜했는지 번져버리더군요. 혹시나 해서 안경을 벗어보니 그제서야 또렷이 보입니다... 많이 아쉬웠어요.

5. 앞으로도 이런 3D 영화가 대세가 될 거 같더군요.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만, 영화비가 배나 뛰어오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겠네요.


그래도 꽤나 재밌게 보고 만족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뒷풀이... 전등과 전등의 빛과 그림자가 그려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라서 찍어봤습니다.


술을 먹지 않으려고 버텨봤지만 무시무시한 게임 벌칙때문에 결국 마시게 되었네요. 거의 치사량...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술기운이 남아서 좀 횡설수설이고요. 아직도 술냄새가 나는 거 같아요. 양치질을 해도 소용없네요.

보드게임카페에 가서도 술냄새 풍길게 확실하네요... 
하아... 모두 절 술꾼으로 볼게 확실...


며칠전에 오늘을 위해 받은 TRPG D&D 4th 룰북입니다. 
아아... 역시 던전 앤 드래곤즈의 룰북 일러스트는 예술이네요. 보기만 해도 제가 저 속에 있는 듯 합니다.

TRPG 이야기에 부럽다고 하시는 분들 많으시지만, 정작 기회가 되니 오시라고 하면 모두들 시간을 핑계대시기만 하시고 말이죠. 결국 취미를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한 건가 봅니다.

솔직히 저도 걱정되기는 하네요. 그렇다고 스카웃된 걸 거절하기도 뭐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운명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볼 수 밖에...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28. 02:39

러블리 본즈 - 이미지와 상징의 보물상자


14살, 나는 살해당했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두 감독의 이름부터가 절대 범상치 않지요. 그래서인지 두 이름으로 더더욱 홍보가 되었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입니다.

-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행복한 가정에서 밝게 자라나던 14살 소녀 수지는 어느 날 꿈속에도 그리던 남자친구의 데이트를 앞두고 기분이 들뜹니다. 그녀는 다정하신 부모님과 정겨운 동생들, 조금 괴팍하지만 이해심 많은 할머니가 있고, 생일선물로 카메라도 받을 정도로 특별히 불행이란 것을 모르고 자라났지요


거기다 그렇게도 혼자 애태우던 잘생긴 남자친구로부터의 데이트라니! 남자친구가 써준 시까지 받아서 수지의 기쁨은 더욱 커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날 하교길에 한 남자에게 살해되고 맙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순간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 수지를 잃은 가족들은 크나큰 슬픔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영화는 가족들이 슬퍼하는 현실속의 세계와, 수지가 차마 떠나지 못하고 가족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현실과 천국의 중간 세계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처음에 저는 소녀의 억울한 영혼과 아버지가 힘을 합하여 범인을 잡고 소녀의 원한을 푸는... 오늘 뒷풀이에서 한 분이 말하신 대로 '사랑과 영혼 2'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쯤을 지나면서... 영화의 의도는 범인을 잡아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제가 늦지않게 영화가 의도하는 방향을 잡아서인지 그때부터는 영화의 진행이 납득이 되더군요. 

다만... 영화 마지막이 조금 이상했는데, 혹시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좀 의견충돌을 빚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결말에 입김을 넣는 경우는 AI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몇 된다고 하죠.

오래 전, 그러니까 1997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가요... 제게는 꽤나 친분이 깊던 대학 선배가 있었는데, 여느 날처럼 밤에 통화를 했지만 그 다음날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요...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밤에 그 선배가 그렇게 바라던 약속을 해주었는데, 전화를 끊고 바로 반나절 만에 교통사고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더군요... 이튿날 선배의 영정사진 앞에 절을 할 때는 정말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이었죠... 그날 이후, 주위 사람들을 내일도, 모레도 당연히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많이 고쳐졌습니다. 이별이나 죽음을 매일매일 대비하며 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하루하루 후회없이 보내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요. 

매년 기일이 되면 강원도에 가서 선배가 잠든 곳을 찾아보고, 그 선배의 집에 가서 인사드리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연례행사였는데, 영화에서처럼 차마 하나뿐인 아들이 쓰던 방을 없애지 못하고 그대로 두시던 부모님이셨는데, 처음 한두 해는 그 방에서 잠드는 것이 그렇게도 무서웠는데...

몇년 전, 무덤은 그대로였지만 두 분은 어디론가 이사를 가셨더군요. 저에겐 아무것도 알리지 않으시고 이사를 가셨다는 점에서, 섭섭함보다는 두 분이 마음을 정하셨다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지가 있는 중간 세계는 온갖 환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해와 달, 그리고 물 등 수많은 이미지와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긴 시간 타로를 했던 저로서는, 이 영화를 꼭 보려고 했던 이유가, 상징과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였기도 합니다. 

강이님 말씀대로, 이미지라는 것은 시대나 그 사람들의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학이나 거북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장수의 상징이지만 중국이나 북유럽에서는 불길하게 여긴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좋은 이미지인 까마귀가 우리 나라에서는 불길한 이미지인 것처럼), 올바른 이미지와 상징의 해석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의미이자, 그 이미지를 표현한 시대나 시점 또한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영화에서는 많은 상징과 이미지가 나오지만, 영화의 비중 자체가 죽은 뒤의 세계보다는 현실 세계에 비중을 둔 만큼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에 배치된 그 수많은 환상적인 장면들은, 저 혼자서 무슨 듯일까 온갖 상상을 다 해보게 만들었지요. 물론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진짜 해답은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앉혀놓고 직접 듣지 않는 이상은 그저 추측에 불과하겠지요.

감독은 영화의 이 부분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기를 바라며 이 이미지를 만들었을까요...

영화 속 이미지를 보며 그 위에 한번 제 나름대로 느낌이 통할 거 같은 타로카드를 놓아 봤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초반에는 수지가 가족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며,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한없는 증오심을 품는 것을 보며... 저역시 범인은 자신의 죄값으로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어린애들만 골라서 죽였던 연쇄살인마라면 더욱이.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원혼의 복수 이야기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수지가 누군가를 한없이 증오하기에는 너무 어린 소녀여서였을까요, 범인에게 살해당한 다른 아이들도... 증오심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렇게도 사후세계를 밝고 따스하게 그린 영화는 정말 처음 보는 거 같았습니다. 더욱이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살해된 영혼이 말이지요.

만약 저였다면 어땠을까... 제가 저 세계에 있었다면... 그곳은 극도로 춥고, 어두우며,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 속에 모든 원망과 저주와 증오와 분노를 살인자에게 집중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속에서처럼 저런 따스한 세계는 나올 수가 없겠죠.

때때로 수지의 세계는 어두워지고, 말라서 부서지고, 흐려서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수지는 자신이 있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수지와 그녀의 친구 홀리는 천국에 가지 못한 그 사후세계에서도 나날이 따스한 빛을 만들고 싱그러운 초록의 대지 위에서 즐거워하며 밝게 지냅니다.

현실세계와 사후세계... 사후세계의 존재는 현실세계의 그리운 사람들이 못내 안타까워 이야기를 전하려 하고, 현실세계의 존재는 사후세계의 존재를 느꼈을 때만 간간히 그 느낌을 받을 뿐이겠지요. 

수지는 가족들이 그리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아버지와 어린 동생은 수지를 그리워하다 때때로 수지를 느낍니다. 그리고는 더욱 그리워하며 슬퍼하지요. 그런 가족들을 보며 수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말을 걸면 걸수록, 가족들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더욱 슬퍼한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가게 됩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수지는 가족들에게 점점 목소리를 전하기보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인데...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되뇌이는 말처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 영화의 감독 역시 죽은 사람이 안타까워도, 언제까지나 죽은 사람을 곁에 두고 슬퍼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이 영화의 주요한 이미지와 상징인 등대, 팔각정, 배, 그리고 물...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두 분위기가 교차되는 것은, 예전에 참 인상깊게 보았던 게임 원작 영화인 사일런트 힐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사일런트 힐도, 밝은 색채의 현실세계와 회색빛 음영의 사후세계, 그리고 악마가 활동하는 붉은 세계가 교차되며 나왔었지요.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아무래도 두 거장이 만든 만큼 기대치를 너무 높인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죠...) 한 분이 댓글 달아주신 것처럼 이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나마 감독의 구성으로, 슬픔과, 몽환적인 느낌과, 범인과의 심리적인 추격전을 느낄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간만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네요. 이제 다음주면 팀버튼 감독에 조니 뎁 주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하겠네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25. 07:09

몽상가들 - 행복을 위해 현실을 거부한 존재


최근도 영화는 보았지만 왠지... 뭐랄까... 도무지 영화를 본 글을 쓰기가 어렵더군요... '의형제'는 두번쯤 시도하다 포기했고,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몇줄 쓰다 바로 포기해 버렸어요.
영화 탓이 아니고 제 탓이네요, '의형제'는 완벽할 정도로 명쾌하고 의문점 없이 확실한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 이거 뭐 딱히 쓸 말이 몇줄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지는 것은 단 두세줄. 그나마도 그걸 썼다간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되도록 영화에 대한 글 남기면서 부정적인 글은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좀 험한 말 나올 거 같더군요. 그래도 역시 영화 탓은 아니군요. 십대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볼 영화인줄 모르고 해리포터 이상의 깊이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하고 간 제 탓이네요. 애들이나 데리고 가서 보여줄걸...

그러다 끔찍한 현실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스토리온 방송에서 딱 맞춰 하고있는 영화.



오 이런 행운이!!!

그렇게나 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쳤던 영화를 하고 있네요. 몽상가들... 평가가 양 극단으로 갈려 두 의견이 심하게 대립하는 특이한 영화. 하지만 일단은 그냥 제 느낌을 써 보죠.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 특별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영화는 한참 혁명의 불길이 거세던 1968년 프랑스 파리의 어느 한 집을 배경으로 합니다.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는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신 기간에 영화관에서 만난 미국청년 매튜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세사람의 공통관심사는 영화였고 영화 이야기와 영화 장면 재현, 그리고 영화 맞추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죠.


그러다 매튜는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가 보통의 남매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애정표현이나 전라로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 등, 심지어 테오는 매튜에게 자신과 이자벨은 정신이 연결되어 버린 샴 쌍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독특한 두사람에게 점점 익숙해지고 이자벨에게 사랑까지 느끼는 매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사람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둘만의 환상 속, 꿈을 꾸듯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 안된다면 이자벨이라도 현실로 데리고 나와 보통의 젊은이들이 하듯이 데이트를 즐기고, 평범한 생활을 경험시켜 주려 합니다만... 상황은 매튜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주지 않습니다.

이건 뭘 표현한 건지 대부분 아시겠죠?

1. 영화 속에서, 세 젊은이는 여러 옛 영화들을 토론하고 재현하는 게임을 합니다만, 저는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프랑스 영화여서일지, 아니면 거의 다 흑백일 정도로 오래된 고전영화여서일지...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만들었던 '재밌는 영화'에 나오는 패러디들은 거의 다 알아볼 정도였다는 게 위안이었어요.


2. 이 영화는 예전에 봤던 '숏버스'만큼이나 나신과 성에 대해 전혀 숨김없이 다 드러냅니다. 오히려 전혀 가리질 않으니 옷 입은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보이더군요. 황당하게도 케이블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모자이크를 하니 더 야해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가정용 방송에서 심야라고 해도 무삭제 노모로 방송할 수야 없는거겠지만...

오히려 다 드러내니 외설스럽지 않다라... 제가 그런 기분이라는 것에 뭔가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까지 주긴 하더군요, 학생시절엔 나체 뒷모습마저도 가슴이 떨릴 정도였는데...

3. 반면에 국내에서 영화 상영을 할때 영화 포스터는 외설스러움을 많이 자제한 듯 하지만 노골적이다라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었던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도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원하던 영상들을 보았겠지만 '마지막 황제'를 만들기도 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그 부분에만 중점을 두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이 영화가 외설적인 영화다라는 의견과 현실과 망상에 대해 다룬 깊이있는 영화다라는 의견이 있나 봅니다.

4. 오누이인 이자벨과 테오는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들은 우연한 감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그래서 자신들과 잘 맞고 또 자신들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매튜를 초대하여 그들만의 꿈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지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들과 함께 즐거운 꿈을 꾸던 매튜는 어느 순간, 오히려 현실과 상식 속으로 오누이를 데리고 나오려 합니다. 그것이 이자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자신이 오누이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 매튜를 보며 테오는, 특히 이자벨은 매튜가 자신들이 지금껏 안주해왔던 꿈결같은 행복이 깨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저처럼 취미생활을 할 때나 어떤 세계에 공감하는 타인과 대화할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며, 누군가는 산을 오르며, 누군가는 사랑을 하며, 누군가는 봉사를 하며 행복을 느끼겠지요. 그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상식적으로 용납되고 사회 조직에 해롭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고, 사회적으로나 상식적, 혹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일 경우에는... 


특히나 이 영화에서 여과없이 그려지고 있는 근친상간이나 스리섬threesum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오누이임에도 서로 너무나 사랑해서 행복했지만, 매튜가 만약의 경우 그 사실을 부모님이 아신다면 어떻게 할거냐고 계속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마지못해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이자벨의 모습에서, 행복은 이제 우울함으로 바뀌어 버릴 거라는 느낌이 들고 맙니다.


5. 역시나 전 결국 글을 쓰지 못했던 두 영화처럼 간결하고 명쾌한 영화보다는 좀 고민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매튜와 함께 있던 이자벨이 테오의 무슨 소리에 그렇게 괴로워하고 슬퍼했는지와, 오누이의 아버지가 수표에 쓴 것이 그저 금액일 뿐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글이 있었는지가 아직도 궁금해지더군요.


6. 반지의 제왕과 함께 제겐 가장 사랑하는 책이 하나 더 있는데, 미카엘 엔데 作 '끝없는 이야기Neverending Story'입니다. 소설은 몰라도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영화는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전반부를 영화화 한 1편은 지금 봐도 대단히 명작입니다만, 책의 후반부를 영화로 옮기려고 무모한 시도를 했던 2편은 그냥 네버윈터 스토리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싶게 만들 정도였긴 하지요...

어쨌든 '끝없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우연히 한 서점에서 한 책을 얻게 되고 그 책을 읽다가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소년 영웅 '아트레이유'와 행운의 용 '팔코'와 환상계의 상징적인 존재 '어린 달님'을 향해 온갖 모험을 하지요. 줄거리만 보면 완전 애들 동화같지만 성인이 읽어도 책에 담겨진 환상과 현실의 존재 의미, 자신이 정해버린 소망과 억제하려 해도 뚜렷해지는 세 가지 진실한 소망, 그리고 꾸며진 자기 자신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가치 등을 이해하긴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저역시 몇십번을 읽었으니, 삼국지보다도 더 많이 읽었군요.

이 영화 '몽상가들'을 보며 이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행복하지 않고 괴로운 현실과, 아무도 이해 못하는 꿈 속의 행복 중에서...

이들은 결국 환상과 현실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영원히 선택을 미룰수는 없겠지요,

7. 누구나 하나쯤은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 힘든 세계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남들 앞에서 까발려질 경우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심각한 것도 있기에 전전긍긍하며 남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기도 하죠. 그 반면에 우연히라도 그 세계를 공감하는 사람이 손을 잡아준다면? 어쩌면 은연중에 우리 모두는 그런 사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말이죠...

8.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립니다. 벌써 눈구경하긴 어렵고, 봄비가 내리고 있네요.

덧, 잠을 이루지 못했던 끔찍한 현실이란 바로 

'왱~'

하는 소리였습니다. 전신의 신경이 곤두서고 잠이 확 달아나고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는 저는 잠을 못 잡니다. 바로 불을 켜고 온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눈에 보이질 않았기에, 저는 그럴리 없어... 이건 환청이야... 환청이야...를 반복해서 되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이 지구의 최강생명체는 역시 모기와 바퀴라는 사실을 재확인 했을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2월달에 모기가 있는 겁니까!!!!

그나마 위안은... 퇴근 후 와우할 만한 싼 곳 발견! 새로 생겼나 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21. 20:01

중국 강시영화를 추억하며...

하로기님 블로그를 읽다가 반가운 제목의 영화가 있길래 읽어봤습니다.



어린 시절 참 재밌게 봤었는데 말이죠... 아마 극장에서 거의 처음 본 영화가 홍금보 제작, 임정영 주연의 강시영화여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콩시상시 팡팡시 상시팡시 콩콩시~라고 적혀있던 영화 포스터도 기억나네요.
세편정도의 임정영이 눈에 띄던 명품 강시영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붐을 타고 만들었던 강시영화... 그리고 강시와 부시맨... 그리고 홍금보가 직접 등장했던 귀타귀90하고... 마지막으로 임정영을 보았던 귀타기2000인가...(솔직히 이 마지막 귀타귀는 정말 어처구니없긴 했습니다... 도무지 임정영의 영환도사가 아니었어요...)

지금은 사라지고 잊혀가는 강시지만... 공포영화임에도 중간중간 마음껏 웃게 만드는 코미디가 일품이었죠. 다시금 그리워지네요...

다만... 지금은 안계신 임정영의 영환도사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성룡의 영원한 취권스승 원소전만큼이나...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03:18

하모니 - 잘 만들어진 한편의 뮤직비디오


- 이하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와 공식 홈페이지 공개 이미지입니다. 특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



하모니를 보았습니다. '세븐 데이즈'때 김윤진의 모습에 꽤나 감명받은 터라 그녀의 영화에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영화 '집행자'의 여성판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집행자'는 보지 못했던 터라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찍는 영화마다 우울해지는 조재현, 봉태규, 이나영에 안타까운 마음만... 그나마 차인표씨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어 다행일까요...)



영화 내용은 알기 쉽습니다. 아니 뭐랄까... 너무나도 담백하고 알기쉽고, 이해가 쉬워서 영화가 끝나고도 영화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안그래도 블로그에서는 오만가지 떠들어대도 막상 오프에서는 말수가 적은 저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막상 제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뒤끝없이 모든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설명해주니 뭐... 끝나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울었다는 것 밖에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까지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김윤진표 뮤직비디오라고만 생각되었지만, 김윤진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부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반 이후부터는 다른 에피소드도 차례로 나와서 볼만하더군요. 확실히 슬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기뻐서 울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그 곳. 교도소. 보통 여성분들은 보면서 체감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저는 저 분위기가 기억이 납니다. 교도소는 아니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군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비슷하지요. 자유가 억압당하고,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 물론 그저 비슷할 뿐. 같은 건 아니지만...

한가지 더 드는 생각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기만 할지... 누구나 세상을 살다가 한 발 실수로 잘못 디디면 가게 되는곳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제 주위에도 몇 사람 다녀온 사람이 있지요. 특히 군대에서는 영창 간 사람이 왜 그리도 제 곁에 많던지... 제가 직접 유치장에 식사를 전해주기도 했고 말이죠...

알면서도 저지르는 죄라면 정말 나쁜 거지만, 영화라서인지 그녀들의 죄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 역시 '죄'는 '죄'이기에 스스로 죗값을 치루어야만 하지만, 그녀들을 마치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얼굴 찌푸리며 외면하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 아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군요. 상당히 우울한 영화인데 아기때문에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돌잔치때 덥썩 수갑을 집어든모습에는 정말...


2. 김윤진의 연기는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저 연기는 정말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잘 부르는 노래를 억지로 음치인척 노래하는 거 같아서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아기는 어떻게 노래할 때마다 타이밍 좋게 우는 걸까요...?


3. 여성 교도소의 여성 제소자들이 나오는 영화니 영화 내내 남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교도소장 정도...? 대신 여성 연기자들은 각기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열연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 경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공 경위 단독으로 나온 스틸샷조차 없더군요... 이런... 꽤 오래 찾았는데 말이죠.


결국 영화 하모니 공식 페이지의 공개 스틸샷에서 부분캡쳐...
하긴 공 경위가 이정도니 그녀의 직속상관인 경감은 오죽할까요...

공 경위는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제소자인 그녀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편의를 힘껏 봐주고 성심성의껏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상관과 의견충돌이 있죠. 물론 대립할 정도의 성격이 아니어서 반대는 하지만 차마 거역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상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확실히 이 세상의 모든 삶의 무게 중 가장 무겁고 감당하기 끔찍한 기억과 상처들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들을 모두 공유하다간 결국 공 경위 스스로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 말걸요. 그녀의 상관은 아마 그 때문에 그녀들과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소자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라... 아마 제가 저 위치라면... 저는 공 경위와 그 상관... 어느쪽의 길을 걷게 될지...
하긴 답은 제게는 벌써 나와있습니다. 모두가 공 경위의 모습을 칭찬하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내겠지만, 막상 저 상황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실제 교도소는, 영화속의 화목하고 기껏해야 머리 끄댕이만 잡고 투닥거리는 제소자들이 아닌, 사람도 죽여본, 수틀리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눈빛 살벌한 제소자들을 매일매일 감당해 내야 할텐데 말이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제 경우, 타로 카드를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보니 가끔 주변 사람들의 점을 봐주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볍게 장난하듯이 점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너무 가벼운 장난은 곤란해서 조금은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율적인 복채를 받고 있긴 하지만요...), 그 중에는 정말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무거움에 동화된다면, 저 역시 객관적으로 카드를 읽기가 좀 어려워 거리를 좀 두려 하죠. 그래서 저는 공 경위보다는 그녀의 상관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전부 감당해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공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으면 숨을 참아보면 될까요...
앞을 보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눈을 감고 걸어본 적이 있어요.
소리가 들리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귀를 막고 거리에 나가본 적도 있죠.

영화를 보고 나니 평범한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제가 얼마나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겠더군요.


내일은 이대 쪽에 나가보려 합니다. 처음에 상수 역에서 좌절, 두번째 합정 역에서 좌절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대에 또 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신 분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문가든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식객 : 김치전쟁을 보았습니다. 예전 식객을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도 꽤나 기대가 되었지요. 다만, 영화에서도 나오는 대사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치이건만, 너무나 늘상 당연하게 우리의 밥상에 있던 터라, 항상 주연이 되지 못하고 조연으로 밀려나 있는 김치"가 주제라는 것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식객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씨의 인기 만화입니다. 저역시 참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영화에 심각한 이야기나, 권선징악 같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예상하고 보았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스토리에 그다지 기대를 안 했다고 할까요. 지금은 연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 참 재미있게 보았던 김 에피소드나, 고등어 구이 에피소드를 보면, 은근히 음식을 소재로 서로 자존심 건 대결구도이긴 했지만, 승패가 명확히 갈려 악이 무너지는 스토리 같은 것은 식객 원작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원작의 그런 결말에 불만스러워 하는 독자들이 많았지만, 저도 상당히 공감했던 글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대표 음식만화인 '미스터 초밥왕'이 재밌다곤 해도, 주인공의 음식을 먹고 온갖 황홀한 표정들을 지어대며, 환상 속에서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며 천국의 세계를 눈앞에 보면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거나 눈썹이 곤두서고 하는 것은 솔직히 오버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은 상당히 공감이 가지요. 흑백이면서도 세심하게 묘사된 그림 하며, 특히나 '김' 에피소드의 마지막, 성찬이 구한 김을 몰래 구입해서 먹어보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김치전쟁의 마지막에 대해선 드릴 이야기가 없지만, 예전 식객 1편의 마지막은 그런 점에서 조금 충격적이더군요. 


결국 제 경우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바로, 김치전쟁이라는 부제 답게 온갖 김치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었고 이 영화에서는 정말 넘칠 정도로 생생한 김치들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대회에 나가는 김치라고 한다면 꼭 등장하는...


태극기 김치...
예고편에서 저걸 보고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만드는 장면이라던가... 먹어보는 장면이라던가... 설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다만 정작 영화에서는 그냥 슥 스쳐가더군요. 역시 저건 겉멋만 든 김치인건가...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자세히 보면 흰 부분은 무우채 같고... 건곤감리인 하늘, 땅, 물, 불은 재료가 가지일까요... 태극은 김치일테고... 그런데 저 하회탈과 각시탈은 재료가 뭘까요? 계란 노른자는 김치와는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생강은 저렇게 크지 않을 거 같은데...



영화 대결 장면의 주인공인 성찬과 장은 외에 참가자들도 분명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일류 요리사들일 텐데... 영화 상영시간의 제한 때문인지 그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작품이 순식간에 스쳐가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멋진 김치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저 태극기 김치를 포함해서.


영화 시작하자마자 일본 총리(총리였던가 뭐였던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누군가가)가 우리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야키니쿠(불고기)와 기무치는 우리 일본의 전통 음식입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 일본인이 진지하게 저런 소리를 하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짓고 말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보이는 반응이 언제나 그렇듯이) 저 소리를 그대로 믿고 있는 국가가 하나둘이 아니라죠. 그 나라의 세계지도에는 동해 East Sea라는 지명 대신 일본해 Japan Sea라고 적혀있고 말이죠.


예전에 누군가가 제게 해준 이야기가 같이 떠오르더군요. 피자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만약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정말 그 나라 고유의 전통 피자를 먹어보면 늘상 먹던 피자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고요. 늘 먹던 맛이 아닌거라죠... 결국 정작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뜨린 피자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의 요식업체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제공한 것이랍니다. 아마 피자를 유럽이 아닌 미국의 음식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지도 모릅니다. 자장면이 중국 전통 음식인줄 아는 것처럼...

결국 세계에서 김치를 먹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의 전통 김치를 먹게 되면 자신들이 늘상 먹던 김치와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이 즐기던 음식은 김치가 아닌 '기무치'였지요. 예전에야 우리처럼 땅 속에서 긴 시간 발효시키지 않고 강산 용액 등으로 짧은 시간 숙성시켜 만든 백김치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깊은 맛을 내는 김치와 비교되었지만 지금의 일본산 기무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우리의 김치가 더욱 발전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무치에게 무릎을 꿇고 말겠지요.

반면, 전 세계에서 즐기는 초밥인 스시는 누구나 일본을 인정하고 있고, 누구나 일본의 음식임을 알고 있습니다. 초밥의 세계화에 일본이 들인 노력이란 대단한 것이었고, 그만큼 결실을 맺었지요.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것은 그 대단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의 초밥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초밥을 산산히 격퇴한 주인공이 우리의 김밥이라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죠. 초밥이 이 땅에 뿌리는 내리기에는 소풍이나 기쁜 날이면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싸주신 김밥에 대한 우리의 추억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초밥보다는 김밥이 익숙하고 더 맛있더군요.

쓰다보니 영화 얘기가 많이 다른 데로 샜네요.

1. 영화 시작하고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아 정말 오프닝 스텝롤 대박이예요. 꼭 보시길.


2. 지금껏 식객은 영화가 둘, 드라마가 하나였습니다. 김강우의 1편, 김래원의 드라마, 이번 진구의 2편이네요. 그런데 원작의 성찬은 좀 통통한 체구가 아니었던가요? 세명 다 호리호리한 체구라 제게는 항상 왠지 성찬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김치전쟁에서는 성찬의 성격이 저리 우유부단했나 싶기도... 원작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과감해보였는데, 김치전쟁에서는 대체로 등 떠밀려다니는 느낌이 들더군요.



3. 김정은은 제가 '재밌는 영화'를 하도 재밌게 봐서인지... 코믹한 모습이 제게는 깊게 각인되어 있어요. 가문의 영광도 그렇고... 그런데 진지한 모습도 참 좋더군요. 그러고보니 1편에서는 임원희도 진지하게 나왔네요. 역시 '재밌는 영화'에서 온갖 오버액션을 펼쳤는데 말이죠.


4. 영화를 보고 '김치축제'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군요. 정말로 축제답게 영화속에 참 정겹게 묘사되더군요.


5. 1편에서 숯에 대응될 만한 비밀병기가 김치전쟁에서도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그 비밀병기를 위해 온몸 바쳐 고생하는 것은 장은이네요? 왠지 김치전쟁에서 성찬은 별로 고생을 안 하는 것 같았어요. 기껏해야 폭풍우 속에 배 몰고 나간 거... 정도? 이래저래 영화가 많이 압축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6. 결국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김치이기 때문에 정작 사람이 김치에게 밀려나 조연이 되었다는 느낌도 드는데(음식영화가 대부분 거의 그럴테지만), 영화에서 은근히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이 성찬의 엄마에 대한 비밀이었습니다. 원작에도 언급된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만, 성찬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기대가 되었거든요. 실제, 상당히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7.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버티던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 결국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저 사진처럼... 모두 함께 모여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8. 그나마 웃을 곳이 별로 없는 영화에서(코미디 영화는 확실히 아닙니다만), 모두에게 웃음을 주던 세번째 심사위원이 압권이었습니다. 다만... 전 영화 내내 저 심사위원의 혀를 믿을 수가 없네요. 우습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경우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이라고 하면 '미스터 초밥왕'의 그 심사위원처럼... 주인공을 마땅찮아하고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만, 막상 음식을 입에 넣으면 혀만은 정직하기 그지없는 그 심사위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있어 문제로군요...


9. 우리는 늘 김치를 먹기 때문에 김치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제목에도 썼듯이 고추장 없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어찌될지... 차승원씨가 나오던 순창고추장의 '매운 맛이 사무칠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독일인가... 에서 도저히 못먹겠는거 꾸욱 참고 치즈 잔뜩 바른 소시지 한입 입에 대보다가 진저리치며 도망가는 건데 찾기 어렵더군요.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우리 곁에 늘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기에 정작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김치이지만, 현재 김치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안도감도 듭니다. 외국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과,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음식, 그리고 지나친 냄새가 문제라고 하던데... 그 모든 단점을 보완한 김치도 이미 개발되었다고 하니 이미 알려진 세계적인 건강식품이라는 명예에 더해서 간편하고 먹기쉬운 음식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영화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길. 특히 일본에서.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