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그것도 밤에 어디 나다니는 것을 정말 질색하는 저였지만, 이 영화는 왠지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결국 발길을 돌리게 만들더군요. 물론 영화모임 분들과 함께 조촐히 본거였지만... 그나마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이 영화 자체가 그렇게 호응이 좀 부족해서인지 한 1/3은 텅 비어있는 좌석들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하긴 해외영화인데 뭐... 아바타보다는 전우치가 더욱 선전해주길 은근히 바래봅니다.

- 이하 영화 스크린샷은 구글 이미지 검색이며, 폴아웃은 제 컴퓨터, 이하 특별한 스포일러 없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계속해서 회색"...
뭐 어떤 이유로 멸망해버린 세계에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며 남으로 남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영화입니다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이 가득합니다...
하긴 거의 모든 세기말 영화, 정확히 말하면 대 참사 후의 모습은 모두 하나같이 음울한 회색빛이었죠.
마치 영화 촬영 내내 회색빛 필터를 통해 촬영한 것처럼... 그리고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 온통 구름으로 흐려진 하늘 아래 소용돌이치는 먼지들... 태양광선을 구름이 막고 있어선지 툭하면 차디찬 빗줄기가 떨어지는 아래, 추위에 진저리치며 작은 모닥불을 의지해 서로 끌어안고 떨고있는 모습들...


두번째는 역시 데쟈뷰입니다...
요즘 은근히 세기말 영화들이 많이 나오네요. 특히나 지구 멸망 영화말입니다. 그정도로 멸망의 전조가 널리 퍼진걸까요, 아니면 어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더이상의 이야기거리가 없는 걸까요...
나는 전설이다, 펜도럼, 아바타(지구 이야기는 안나오긴 해도 엔딩장면에 '죽어가는 지구'라고 나옵니다), 2012... 조금 지난 영화들까지 넣는다면 꽤나 많지요... 보다보면 정말 금방이라도 세계가 끝나버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광경은 조금 다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어떤 장면이 계속해서 겹쳐 보여서 못견딜 정도였거든요.


더 로드 영화 중 한 장면이고요(사실 한 장면이라 해도 영화 전반에 이런 풍경... 정말 많이 나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이네요.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밝은 편이죠. 제가 말하고자 한 건


바로... 폴아웃입니다...

'전쟁... 전쟁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라는 나레이션으로 항상 시작하는 폴아웃 FallOut(방사능 낙진)의 세계를 저는 대단히 오랫동안 헤메고 있기 때문이겠죠... 온통 회색의 폐허 속... 먹을 것이 부족해 길을 지나는 거의 모든 방사능에 변이되버린 괴물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고, 살기 위해 오염된 변기 물을 마셔야 하며, 먹을 것과 무기를 빼앗기 위해 서슴없이 황야의 강도단을 죽입니다.


이미 폐허가 되버린 집과 건물들을 헤메며 쓸만한 게 있을까 서랍이나 장을 뒤져봐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을 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개 DogMeat와 함께 오늘도 방사능에 오염된 회색빛 거친 황야를 터덜터덜 걸어야 했죠.


뭐 그러다 보니... 더 로드 영화속의 배경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버린 저를 발견하고는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거 왜 익숙해져 있는 걸까요 저...


영화상에도 이런 끔찍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미 저는 너무나도 많이 여행하면서 봐 온 광경이라 전혀 놀랍지도 않더군요. 그냥 무덤덤... 


1.  영화에서 아버지로 나오는 비고 모텐슨...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의 진정한 왕이신 아라곤... 후에 제 아이디의 모토가 된 에스텔 Estel(희망이라는 뜻의 요정어) 이자 엘레사왕 King Elessar이시지요. 다만... 반지의 제왕에서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시고... 안타까운 모습만... 특히나 중반에 목욕하려고 윗옷을 벗으시는데... 정말 앙상하시더군요...

2. 안타까운 아내의 선택... 영화를 보면 멸망의 당시 아내는 임신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멸망한 후에 아들을 낳은 것이겠지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남편과,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어린 아들과 달리 그녀는 점점 삶의 의지를 잃어갑니다... 생각해보면 멸망 후 끔찍한 세계에서, 과연 예전의 따뜻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아니면 따뜻한 옛 기억은 없는, 오로지 지금의 끔찍한 세계만을 전부로 여길 어린 세대가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그녀는 '이건 사는 게 아니야!'라고 절규합니다.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3. 남아있는 것은 단지 두 발의 총탄... 평생 사람 한 번 죽여본 적이 없는 남자가 어린 아들을 보호하며 마주치는 생존자로부터 자신의 목숨과, 어린 아들과, 얼마 안 되는 식량과 의복과 기름을 지켜내기는 너무나 열악한 무기입니다...


스스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스러운 자들을 모두 피하고만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은 사람을 믿고 싶어하고, 또한 아빠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들의 앞에서 아버지는 매순간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4. 영화상에서는 세계가 멸망한 이유가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거대한 불이 모든 곳을 휩쓸었다는 것과, 더이상 햇빛이 내리쬐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두텁게 덮인 회색빛 하늘과,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차디찬 비, 그리고 수시로 일어나는 지진과 대지의 갈라짐을 보여 줄 뿐... 아마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나마 영화 도중 만나는 한 노인이 '자연의 대 재앙'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면 역시 자연 재해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5. 세계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 살아나간다는 것은... 역시 그저 희망일 뿐일까요. 아니면 그나마도 식량이 충분할 때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먹을 것이 부족한 현실 앞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가 적일 뿐입니다. 당연히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광경도 나오지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3대 욕구... 그 중에 수면욕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욕구는 어쩔 수 없이 투쟁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인간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의 문명 사회는... 물자와 법으로, 겨우 그 투쟁을 억누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6. 영화 도중 간간히 따스했던 시절의 꿈을 꿉니다. 지금의 끔찍한 현실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그리운 그 기억. 그저 소박하고 평범하며 지금의 시간을 사는 제게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소비해버리는 반복적인 오늘의 일상을... 그는 너무나도 그리워 사무쳐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나를 절망의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 기도 - NoDance


공기가 없어져봐야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처럼...
저역시 영화를 보면서야 나는 지금 행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하루 세끼 어렵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말이죠... 그리고 원하면 언제든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따뜻한 집에서 쉬며 잠을 자고, 죽임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나설 수 있으니까요...


특히나 영화 도중, 콜라 한 캔을 발견하고는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버지는 콜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아들은 처음으로 맛본 것이겠지요.


7. 두 사람이 왜 저렇게 고생해가며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걸까 하고 궁금해 했는데, 영화 중반쯤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희망이라... 부디 결실을 맺기 바라며...

8. 강풀 원작의 웹툰 '바보',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불치병에 괴로워하던 '풀빵 엄마'... 그리고 이 영화...
험한 세상에 어린 아들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전해주려 애씁니다. 스스로 죽어가면서도 말이죠...


스스로를 지키는 법... 필요한 것을 구하는 법... 그리고 불씨를 전해주지요. 그러면서도 자결하는 방법까지도 아들에게 알려줍니다...


아들을 지킬 수 없다면 자신의 손으로...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간절한 소망을 담고 아이가 부디 살아남기를 바라고,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시간, 아이를 보듬어 안고 입을 맞추며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려 애씁니다...


영화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도 참 오랫만인듯 합니다.

9. 영화는 제 경우에 중반까지는 꽤나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계속해서 똑같은 배경에(특히나 제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 힘겨운 사투, 식량을 찾고, 겨우 위기를 벗어나고... 약간은 영화라기보다 오지에서의 다큐멘터리 같았다고나 할까요(영화 내용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화 내용보다도 더 처참한 곳이 하나둘이 아니지요)...


그러한 영화의 호흡은 마지막까지 급박하지 않게 조용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닥 클라이막스가 없었다고 할까요... 영화를 보며 긴장감이나 스릴, 액션을 느끼기보단 역시 인간에 대한 생각을 조용하게 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보고나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10. 성서의 재해석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거 같은데... 어딜 말하는 걸까요? 좀 뜬금없기는 해도 영화상 기도를 하는 장면이 둘 나오는데, 모두 '여러분'으로 맺습니다. 아버지의 이름도, 아멘도 없지요. 이미 신을 버린 걸까요? 기도는 변해버린 걸까요? 성경 문구는 나오는 걸 봤는데 말이죠.


11.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영화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묘사가 있겠지요.

12. 영화를 보면서... 대체 어디서 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폐허의 규모는 꽤 큰데요. 컴퓨터 그래픽일지... 어딘가 대규모 세트를 지었을지... 분위기는 항상 똑같고 스쳐가는 그 모습이 그 모습이지만, 세세히 보면 꽤 여러 장소거든요.



덧,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기다리면서 오락실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요즘 동전오락실이 귀해서 반가웠는데... 역시나... 예전같은 다양한 게임을 볼 수는 없더군요. 그저 흔한 게임들, 아니면 최신 격투게임, 혹은 인형뽑기...
한 게임당 500원이 비싼 게임이지만 해볼만한 건 그저 비행기 슈팅게임... 첫판에 전멸해버리고 나서는 역시 제 실력도 다 죽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어제 잠결에 옆집 형이 난입해 같이 게임하자고 보챘던 기억이 나네요. 꿈이었나 했는데 정말 다녀갔더군요. 그 좋아하는 게임을 마다한 걸 보니 제가 어제 무지하게 피로하긴 피로했나봅니다. 요즘 계속 피로하네요... 쩝... 역시 겨울은 힘듭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 이하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

평가야 어떻든, 성룡과 이연걸이 함께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꼭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막상 상영할때는 극장에 가지 못하고 VOD로 여러번 보고 있네요. 제가 80년대 홍콩액션영화에 심취했던 세대여서인지는 몰라도 이 스타일 영화는 항상 재밌더군요.


1. 스토리는 단순명쾌합니다. 서유기의 돌 원숭이 전설을 빌려, 제이드 장군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죠.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이 강대하여 선을 누르고, 선은 고전하지만, 극복해내고 악을 마침내 누른다는 정석대로의 이야기입니다. 복잡할 거 없이 선은 언제나 선이고, 악은 언제나 악이죠. 선은 악을 이겨내야 하고, 악은 선을 눌러야 합니다.


2. 주인공은... 성룡과 이연걸의 비중에 가려지긴 해도 꽤나 쿵푸 실력자인 것 같더군요. 마이클 안가라노 Michael Angarano라고 하던데... 처음에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저스틴 체트윈과 너무 닮아보여서 동일인물인줄 알았습니다. 닮지 않았어요? 하긴 서양인들도 동양인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죠...(그런데 왜 저는 같은 한국 사람들도 잘 구분이 안갈까요... ㅡ.ㅡ)


3. 오히려 원작이 너무 쟁쟁한(그래서 영화가 욕을 제대로 먹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비해 재밌게 봤습니다. 식상한 서유기 스토리도 아니었지요. 유명인사인 삼장법사나 저팔계, 사오정이 없는 걸로 봐서, 영화에서 불리듯 아직 손오공이 아닌 '돌 원숭이'인가 봅니다.


4.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성룡과 이연걸의 대결 장면인데, 정말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최고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될것 같았습니다. 영화 제작할 때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솔직히 제 경우 최후의 클라이막스보다도 둘의 대결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좀 아쉽긴 했지만요. 어쨌던 둘은 같은 편이니까요.


5. 한때 액션영화의 두 거성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요. 성룡이 액션영화에 스턴트를 쓰는 것을 뭐라 하는 사람을 봤는데... 솔직히 이제 성룡이 위험한 장면을 찍는다면 말려야 할 상황입니다(우리 할아버지가 위험한 폭파씬을 찍겠다고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지도... 아무리 한때 잘 나가셨다 해도). 게다가 성룡이 지금껏 다치고 위험한 고비를 넘긴 횟수는 셀수도 없지요.


너무 일찍 절명해버린 이소룡 부자에 비해 성룡은 정말 긴 시간 멋진 영화들을 보여주었지요.


다른 분의 말씀처럼
'성룡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에 고마워 해야할지도 모르지요.'


다만... 두 사람을 잇는 '후계자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을 꼽을 수 없는 게 아쉽지요. 개인적으로는 견자단도 대단히 좋아합니다. 특히나 제 군대 고참이 완전히 광팬이었기에 저도 얼결에 팬이 되었습니다.


6. 영화에서, 성룡과 이연걸은 불사신 도사와 묵언승 외에 한가지씩의 역을 더 해서 1인 2역씩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역인지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재미겠지요. 제 경우 이연걸의 역에 좀 충격이었고, 묵언승 이연걸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이 찡하더군요.


7. 안타까운 스패로우...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오직 '복수를 위한 살해'에 두고 있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데 말이죠.


8. 성룡의 매력이 유감없이 뿜어져 나오더군요. 성룡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유쾌해지죠. 이연걸은... 원체 엄숙한 분위기가 강해서 유머를 해도 조금 어색해보입니다. 헤벌레 웃고 까불대는 이연걸이 상상이 되십니까...?


9. 혹시 모르지만 후속편이 나온다면 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후속편이 아니라, 성룡과 이연걸이 한번 더 뭉친다면... 만사 제치고 가서 봐야죠.

10. 그래서인가 국내에서 류승완 감독과 동생인 류승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하죠. 액션의 대가인 정두홍 액션감독도... '아라한 장풍대작전'같은 조금 황당한 액션도, '짝패'같은 리얼하고 소름끼치는 액션도 일품이지요.


포비든 킹덤이었습니다.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2. 20. 14:26

아바타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입니다.

- 영화 리뷰에 쓰인 이미지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1. 드디어 카메론 감독이 기나긴 침묵끝에 완성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스파이더맨도, 엑스맨도 고사하고 제작했던 영화라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역시나 카메론 감독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 '아바타' 고대 인도에서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을 말합니다, 달리 말해 '화신'을 말하죠. 저희처럼 울티마에 각별한 추억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아바타'라는 단어는 그리운 의미로 다가오지요. 이 영화를 내심 기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고 나니 '아바타'라는 단어가 더 각별해지네요.


3.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인간들이 우주의 한 행성인 '판도라'행성의 '나비'족들과 접촉하게 되고... 과학자들이 인간의 정신을 '나비'족 육체에 연결시켜, 그들과 소통하고, 영어도 가르치며 판도라 행성을 조사합니다.


하지만 판도라 행성을 지원하는 기업의 목적은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판도라의 자원을 갈취하는 것이었고, 자연에 순응하며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나비'족으로서는 인간들의 음모를 막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제 막 사고로 죽은 형을 대신해 쌍동이 형의 '아바타'를 사용해 '나비'족들에게 다가가는 지난 전쟁에서 하반신 마비가 된 퇴역군인 '제이크 설리'가 있습니다.

4. 카메론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자연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갈취하고 결과적으로 지구를 고사시켜버리는 인간과 대비되는 '나비'족은, 자연에 순응하고, 식량으로서 필요한 짐승을 사냥하며 죽여야 할 때도 감사의 인사를 하며, 식물과 동물과 모든 것과 교감하는 모습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보면서 내내, 북아메리카의 인디언과 아마존 정글의 원주민들, 아프리카의 토착민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저 '나비'족의 자연친화적인 삶은, 우리가 눈 돌려보면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이기도 하죠.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문명인들에 의해 고통받고, 학대받으며, 빼앗기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영화보며 가장 가슴속에 와닿았던 대사가 있습니다. '나비'족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도중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들 중 하나인데,

'우리가 받는 모든 에너지는 그저 잠시 빌린 것일 뿐,
때가 되면 우리는 받은 모든 것을 되돌려 줘야 한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문명인이겠지요. 그리고 지구촌 오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미개인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과연 물질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문명인이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이 모든 것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자연을 업신여기기 쉽상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영화를 보기 직전 본 기사가 있었는데 '피와 맞바꾼 석유, 레드오일(
http://j.mp/7qQZbD)이라는 기사를 본 뒤라 더욱 그 생각이 나더군요. 기사를 보시면 참혹한 진실을 아실 수 있겠지만, 기사 내용 중 한부분을 인용해보면


'끊임없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힘 없고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원주민들에게 타르샌드로 인한 석유채취개발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이게 만드는 문제라면, 미국인들에게 석유는 무슨 의미일까. 아마 편안함과 불편함의 차이 정도 아닐까.'

영화내에서 '돈이 되는 광석' 때문에 '나비'족을 'Blue monkey'라고 부르며 죽이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을 보면서, 역시 저 기사가 한없이 교차되더군요.


5. 영화 중에서, 제가 인간인데도 인간들이 박살나는 게 통쾌한 영화는 처음 같네요... 모든 인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의 대명사로 대부분의 인간을 묘사한 영화라서 그런게 아닌 가 합니다.


6. 남자주인공이 터미네이터 4에서 주연이었군요. 그 영화에서는 상당히 풍채가 좋았었는데, 여기서는 반신불수의 퇴역군인이라서인지 상당히 왜소하게 나와서 못알아봤어요. 역시나 반가운 얼굴로 에얼리언의 여전시 리플리, 시그니 위버가 나오네요. 역시나 긴가민가 했습니다.


7. 영화보기 전에 예고편만 보았을때는 진짜 사람들의 비중은 턱없이 적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80%이상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거의 실사와 그래픽이 반반의 비율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그래픽 역시 실제의 배우들이 온몸에 센서를 달고 하나하나 모션캡쳐를 한 것이라니 컴퓨터 그래픽에도 배우들의 노고가 서려있는 거군요. 다만, 이럴 때 당연한 거겠지만, 당당히 여주인공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실제 얼굴은 전혀 볼수없는 나비족 여전사의 실제 배우에겐 안타까움이...(영화를 다 보고서도 주인공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로는 '스폰'이 있지요. 극초반에만 실제 얼굴이 나올뿐 영화내내 불타버린 얼굴로만 나와버리는...) 


8. 영화는 긴 러닝타임이 어느 순간 홀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베가본드님에게도 후회없으실 선택입니다만...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3D영화는 처음이었지만, 기술이 좋아서인지 꽤나 효과가 멋지더군요. 안경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보다가 조금 눈이 어지럽거나 하시지만 않다면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어두워서 잘 안찍혔는데,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제공되었던 3D안경입니다. -

9. 다만 뭐랄까... 영화가 참 담백하고 일관적으로 진행되고 완결되어서, 영화 끝나고서도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에서만 할 이야기가 있을 뿐, 스토리나 그런 것에는 별다른 궁금한 점도, 논란거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딱히... 스토리에 대해 곱씹어 볼 만한 건 없어요(영화 보고 난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에얼리언 2나 터미네이터 1, 2에 비하면 조금단촐한 느낌...?).


10. 과학이 발달한 인간보다 '나비'족이 돋보였던 가장 큰 점은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더군요. 그들은 몸에 인간에게는 없는 또하나의 감각기(어찌보면 촉수...?)가 있어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과 교감합니다(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큰 힘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동물들, 식물들... 심지어 대지와도 교감하지요. 인간들로선 참 부러운 점입니다. 잠깐 생각한 거지만 나비족끼리 교감하게 되면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못하겠지요.


11. 역시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에얼리언이나 터미네이터의 후속작을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솔직히 이미 완성된 영화에 (영화사의 압력 때문이라 해도) 자꾸 후속편을 만들어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공들여 쌓은 명성에 먹칠만 하는 꼴이겠지요. 그의 다음 영화는 뭐가 될지 참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동대문 메가 박스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덜컥 동대문에서 내렸던 저는 참 뭐였는지... 하아... 이놈의 방향치는 정말 구제불능인가 봅니다. 처음 가본 것도 아니고 두번째인데 말이죠... ㅡ.ㅡ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나마리에~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영화였습니다. 예전 에반게리온 - 서 -를 보고서 맨 끝에 이 파에 관한 예고편이 있었고 그 예고편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하게 만들만한 이미지들이 있었지요. 혹시나 잔뜩 굴려놓기만 했던 궁금증이 풀리려나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섬뜩군이 같이 볼 사람을 모집하자 마자 예약을 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극장전경 이미지 외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심각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전편인 에반게리온 - 서 - 의 경우 극장판이라기 보다는 TV판의 재상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TV판과 다를 게 없었거든요. 물론 모든 원화는 새로이 그려졌고, 마지막의 사도 라미엘과의 전투는 TV판과 다르게 진행되지만, 극장판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정하고 대부분의 상영시간이 TV판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진행에 조금은 상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4각(脚) 에반게리온의 등장!!! 아머드 코어닷!

하지만 이번 에반게리온 - 파 -는 다릅니다!!!
이전 에반게리온 - 서 -가 TV판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달라지는 진행으로 앞으로 이어지는 극장판은 TV판과 달라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이군요. 제가 보기로 TV판의 진행을 거의 따라가긴 해도 80%이상이 전혀 달라진 진행을 보여줍니다. 정말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TV판을 모두 알고계시는 분들도,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 전작에는 사도 라미엘까지 진행되었지요. 이번에는 사도 제르엘까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아니 벌써?


TV판으로 따지자면 전체 26화의 분량 중에 23화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거군요. 전체 4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결말이 극장판 2화 분량이라면 확실히 이야기는 달라져 버리는 듯 합니다.

3. 그러다보니 전작과 같이 생략되버리는 사도가 생겨버리는군요.  하긴 극장판의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모든 사도를 다 선보이는 것은 무리죠. 그래도 한가지 재밌는 것은 이번 파에 등장하는 사도들이 조금씩은 여러 사도들의 이미지를 함축해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사도들의 생김새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도가 등장하면 이 사도는 이거인 것도 같고, 저거인 것도 같고... 하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지요. TV판에서도 각각의 사도가 특징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습격이라던가, 바이러스 수준의 초 미세한 군체의 공격이라던가, 코어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던가... 그런데 그런 세세한 특징들을 이번 사도에게서 모두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 노린 거라고 밖에는... 때문에 사도의 이미지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되겠더군요. 사도를 보다 보면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부분도 나옵니다.

4. TV판과 달리 주인공들이 강력합니다!!!


사도 하나하나에 정말 고전하고 위험해지며, 겨우겨우 승리를 뽑아내던 TV판과 달리, 익숙하다는 듯이 한순간에 아작나는 사도에게 그저 안타까움이... 이번 극장판의 테마는 아마 주인공 소년 소녀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왠지 사도는 들러리가 되버린 거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5. 달라진 건 내용뿐 아니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저번 극장판에서 안타깝게 나오지 못하고 이번 극장판에서 새로이 등장했던 아스카의 경우, '소류 아스카 랑그레'가 아닌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로서 새로이 성이 바뀌어 나온만큼, 상당한 박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에반게리온 2호기는 디자인마저 새롭게 바뀌었지요. 그 '뿔'이란...


게다가 가장 엄청난 변화를 겪는 이번 영화의 주된 두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스카와 에반게리온 2호기... 꼭 감상해야 될 부분입니다.


6. 무엇보다도 '아야나미 레이'의 변화가 가장 와닿습니다. 원작의 무표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이는 그녀는... 드디어 눈을 뜬 듯 합니다. 신지와 겐도우 사령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손에 온통 상처를 입을 만큼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기도 하고, '신지가 더이상 에바에 안타도 되도록 만들거야!'라며 처절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한차원 그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7. 정작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소위 말하는 찌질남의 대표를 달리던 그 역시, 이번엔 다르네요. 스스로의 의지가 한차원 강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뭐랄까, TV판의 답답스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좀 해보란 말이야 신지!'라는 염원에 보답을 하고있달까... 그래서인지 마지막의 반전은 조금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8. 그럼 우리의 '마리'양은? 에반게리온 - 서 -에서 스텝롤 후의 차회 예고편에서의 단 한 컷 등장만으로 수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녀...


들리는 이야기로는 원래는 그냥 '지나가는 선택받은 아이' 수준의 비중에서, 갑자기 너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게 되자 부랴부랴 비중을 확 늘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긴 TV판에서 단 한 에피소드에서만 나왔던 '나기사 카오루'같은 경우, 그 짧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단숨의 주역의 위치까지 올라간 경우가 있으니 굳이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역시나 궁금증만을 잔뜩 불러일으키기만 하네요.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역시 다음 극장판을 기다려야 할거 같았습니다.

콘솔 게임이던 에반게리온 - 강철의 걸프렌드 - 에서의 영향이 다분해보이는 안경 미소녀

9. 정작 나올 타이밍도 아닌데 에반게리온 - 서 -부터 얼굴을 비추며 잔뜩 설레발치게 만든 '나기사 카오루'군은? 


당신들!!! 사기쳤어!!!
(여러 의미로 말야)
플러그 슈트를 입고 엔트리 플러그에서 조종하는 카오루군이라니 인정할수 없다구!!!
역시 카오루 정도면 얼굴 위에서 둥둥 떠서 다녀야...

10.  결국 세명의 소녀들에 비중이 높아진 탓에 글격히 엑스트라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진 (사도보다도 비중 못 받는) 네르프 중심요원들의 슬픔... 미사토와 켄지도, 겐도우와 리츠코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가 없더군요...


11. 그래도 상당히 맘에 들었던 것은 TV판에서 거의 출동한 에반게리온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네르프 안에서는 통신으로 지령만 내려가며 서포트하던, 일단 그전에 씨알도 안 먹힐 군사무기 몽땅 쏟아부어 가며 처절하게 박살나던 사령부가...


이번엔 정말로 서포트를 합니다.

확실히 에반게리온의 모든 것을 돕는다는 느낌... 그리고 사도와 함께 싸우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신지가 달려갈 때 도와주기 위해 급커브 코스나 발 디딜 발판을 만들어 주는 데서는 감동적일 정도입니다.


12. 음악은 이번에도 정말 장관이더군요. 정말 OST를 반드시 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점이 극장에서 볼 때의 상당한 장점이 되죠.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다만... 심각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해맑은 분위기의 동요는... 여러 의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더군요.

13. 전작에서 온천펭귄 펜펜과 신지의 첫 대면 장면... 이번에도 그 장면을 활용한 멋진 신이 있다고 들어서 '흐음.. 그래?'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반드시 보시길 추천합니다(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14. 솔직히 가기 전에는 초글러들의 횡포(?)가 두려워 시간대를 맨 첫시간이나 맨 마지막으로 하려 했지만, 다행히 1시 상영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거의가 남자들...(하긴 이런 영화 보러올 여자가 누가 있을까마는...)

그런데 영화 시작하고 조금 후 저희 앞자리에 올망졸망 앉는 귀여운 소년들(망했다!!!) 다행히 녀석들... 그나마 얌전히 봤습니다(넌 이거 보면서 졸수 있단 말이냐... 대단한넘...) 그나저나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게 충격입니다... 사지절단에 피가 난무하고 알몸이 예사로 보이는 영화인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렇게 흥분하며 봤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입니다. 영화본 후의 이 리뷰에도 제가 흥분한 게 구석구석 보일 정도로... 다음 극장판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입니다. 후우...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극장판도 연작시리즈가 유행이 되버린 나머지, 대체로 한번에 완결되어주길 바라는 저로서는 몇년간에 걸친 이야기는 기다리기 고통스럽단 말입니다(반지의 제왕이 가장 큰 원흉일지도).

P.S 노고를 무릅쓰고 이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섬뜩군에게 감사를...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에 안습...


강변 CGV 하늘공원의 전경입니다. 눈도 날리던 날씨였던 지라 대단히 추웠어요. 담배피는 사람들은 힘들겠더군요. 흡연가능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그때마다 제가 담배를 못피운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철권6에 빠져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는 군과 프라모델이 개틀링 건을 들고 있으면 환장해버리는 군은 추위에 덜덜 떨었다는 후문이...


섬뜩군의 가방에 매달려 있는 앙증맞은 노이에질... 허... 저렇게 매달고 다닐 용기가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튼튼하게 만들어진 완구가 아니거늘... 프라모델이란... 결국 하나 둘 부품이 떨어지더니 막판엔 치마가 벗겨져버린... (어쩔거야)


철권6에 빠져버린 섬뜩군... 집에서 매일 맹연습을 하는 실력 답게 상당한 실력이더군요. 저도 한번 붙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3:0의 퍼펙트로 참패해버린...

그러나 오락실에는 인간도 아닌 고수들이 넘쳐나는 법. 결국 섬뜩군도 물러나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던 여자분이 기억에 남더군요(스틱과 버튼 다루는 솜씨... 엄청난 내공이었습니다!)

그나저나... 한판에 500원이나 하는데... 얼마나 쏟아부었을지...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나마리에~
영화사진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검색입니다. 스포일러는 딱히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비의 '닌자 어세신'을 보았습니다. 실상 비의 출연작이었던 전 영화인 '스피드 레이서'도 아직 안 봤을 정도로 비에 관해 별다른 감흥도,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없지만, 이 영화에 특별히 기대를 했던 것은 제가 우마 서먼 주연의 '킬빌'을 워낙에 재미있게 보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어 개봉해야 할 정도로 상영시간이 길어졌으나 액션과 스토리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느낌이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하다가 드디어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그럼 이 영화는 제게 어땠을까요...


1.  예상은 했지만, 정말 잔혹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영화 배경이 거의 암흑 속이라 자세한 내용물(?)까지는 안 보인다 해도 영화 전체에 피바다 투성이일 정도입니다. 그것때문에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아무리 끔찍한 장면들이 나와도 덤덤한 걸 보니

"끔찍하다고? 이봐,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장실 물이라도 퍼마셔야 하는게 우리네 이 세상이야."

아무래도 이런 사지절단 게임에 익숙해져서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 영화는 '소우'처럼 밝은 빛 아래에서 고어의 극을 달리는 '내용물 소개(?)'같은 장면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뭔가 잘린 사람은 바로 쓰러져 퇴장하니까 말이죠.

2. 가장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게 비의 무술 액션과 더불어 몸매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액션신은 자동차에 던져지는 것 같은 위험한 장면 외에는 거의 다 스스로 소화해 냈고, 그의 근육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단련했더군요.

다만... 저도 저런 몸매를 가진다면 어떨까 생각은 해봣지만 비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저런 몸을 만들기 위해 몇년간 순수 영양식품(조미료나 첨가물이나 몸매에 도움 안되는 요리 재료가 안 들어간 음식)만 먹고 소스나 양념도 절대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세상에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보디빌더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음식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제명에 못살 텐데 말이죠.

그나마 세끼 꼭 챙겨먹고 식사량 줄이고 탄산수 줄인 것만 해도 지금 많이 노력하는 중이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3. 아무래도 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았나 합니다. 매트릭스를 만들었기도 하고 10년간 준비해왔다는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지요. 그냥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납득할 수준이었는지 몰라도 너무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갔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매트릭스를 만든 그 감독이 맞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이야기가 참으로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가 여주인공에게 나타나 한두차례 전투를 벌이니 벌써 클라이막스더군요. 하긴 뭐 질질 끄는 것도 문제지만 후다다닥~ 싸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보스더라...

몰입해서라는 느낌보다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너무 길었어요. 주인공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위해서 과거사를 그린 것은 당연하지만, 영화 전체 중 지난 과거사가 절반을 차지한다면 그것도 좀...


게다가 과거의 비의 모습을 연기한 저 배우... 영화의 1/3이상 출연한 능히 조연감인데 이 영화, 저 친구든 여주인공이든 존재감 없어요... '비 멋지더라~' 말은 많은데 그밖에 다른 출연자는 '그사람 누구?'하는 정도.

5. 안타깝기로 따지자면 이 처자도 그야말로 안습...


후에 비랑 뭔가라도 되어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6. 뭐 이런저런 아쉬움 다 제치고, 감독이 원하는 대로 시원하고 박력있고 호쾌한 액션을 감상해보자면, 최고입니다. 쉴새없이 휘둘러지는 검광과 총알처럼 쏟아지는 수리검 세례, 그리고 어둠 속에 녹아드는 닌자들의 액션까지...


거기다 사슬낫은 보기 드물었고 다루기도 쉽지 않은 무기인데 참 멋지게 표현되었더군요. 거기다 주인공이 실력이 워낙 뛰어납니다. 분명 같은 수련을 받았을텐데(중간에 시력 박탈수련을 혼자 받는 게 나오긴 하지만), 동급 닌자 수십명이 달려들어도 한사람을 못 당해내내요. 개인적으로 살인기계로 키워진 주인공이 인간성을 되찾는 장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7. 킬빌에서는 마지막 보스가 조금은 허탈했지요. 매트릭스에서는 제대로 승부를 펼쳤습니다.


닌자 어세신에서의 마지막 보스는 정말로 보스답습니다! 이 영화는 서양인들이 보는 닌자의 대한 황당무계한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느낌이 보이는데요. 분신술, 연막술, 변신술, 은신술 같은 황당한 인술 같은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원래 일본의 닌자란게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싸고 어둠속에 숨어들어 족을 암살하는 몸집 작은 암살자였으니 여기서의 닌자에 대한 묘사가 더욱 그럴듯해 보입니다. 주인공이 속한 가문에 전해지는, 그래서 주인공이 전수받은 인술 하나를 제외하곤 말이죠.

특히나, 영화 보실분들은 마지막 대결에서 비가 펼치는 초필살기(?)를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정말 말그대로 핀치 상태에서 일발역전을 위한 초필살기로군요...

8. 근래들어 이상하게도 한국인이 연기하는 닌자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셋이나 되는군요.


우리나라에도 일지매나 전우치, 홍길동 같은 영웅들이 있지만 칼을 들고 스피디하게 싸우면 그게 외국인들의 눈에는 전부 닌자로 보일 정도로 인지도가 없으니 좀 안타깝네요.

생각해보니 닌자에 버금갈만한 국내 영웅이란 게 전무한 실정입니다(하긴 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대놓고 암살조직을 키워낼 만큼 삭막한 곳이 아니었지요)

9. 아 그리고 전 이 영화에서 유머가 삽입 된 곳 단 한곳 찾았습니다. 더 많이 찾으신 분 계신가요? 진지해도 너무 진지해... 어떻게 유머가 딱 하나냐...

10. 비의 연기력 논란이 말이 많습니다만, 솔직히 비가 연기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 싶습니다. 거의 다 액션신이고... 그나마 진지한 연기는 어린시절 배우가 다 하더군요...

11. 이 포스팅 제목에도 썼지만 닌자와 싸운다면 일단 불이 필수입니다.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겁니다.

12. 이런 영화가 대체로 그렇지만 액션과 스토리의 둘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 화려한 액션이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1. 24. 12:12

트랜스포머 2 DVD 특전 홀로그램



저 케이스 앞면에 씌어있는 3D 입체 홀로그램... 대충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뭘까뭘까 궁금해 하며 한번 해봤는데...




역시나 웹캠 이미지 위에 덧씌우는 플래시 게임일 뿐...?
왠지 어설퍼요...


조작법도 모르겠네요. 마우스로 아무리 눌러봐도 별 반응이 없고...

웹캠을 이용하는 홀로그램이라면 저렇게 영상속의 손 같은 거에 반응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닐지...

아니면 제가 잘못한건지 모르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요...


트랜스포머 팬이라면 이번 폴른의 복수버전 옵티머스 프라임과 제트 파이어 정도는 구입해줘야 하지만...
게다가 둘이 합체도 된다고 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 ㅠ.ㅠ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1. 23. 18:35

트랜스포머 2 - Revenge of Fallen - DVD박스


자아 이건 뭘까요. 네 범블비입니다. 이번 트랜스포머 2 DVD의 케이스입니다.


이미 1편 역시 저렇게 옵티머스 프라임의 형상으로 변신케이스가 나왔으니 2편도 당연하다는 듯이 범블비로 나왔네요.
개인적으로는 메가트론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범블비였네요. 그런데 정말 소리소문 없이 나온거 같아요. 1편은 그나마 이런저런 소문이라도 있었는데... 역시 이번 2편이 1편만큼의 충격이 아니어서일까요.


그간 기술이 발달해서인이 더 변신이 멋있어졌네요. 색감도 좋고 디테일도 좋아요.
옵티머스와의 크기 비율은 그냥 모른체 해주자고요.
이건 DVD케이스에 변신기능을 그냥 덤으로 넣은 것일 뿐 완구가 아니니까요.



1편의 DVD 케이스인 옵티머스 프라임입니다. 좀 싸구려틱해도 케이스조차 변신하게 만든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이번 2편은 범블비네요. 여러가지로 더 멋있습니다. 변신은 비슷하지만... 뒷면은 안 보는 게 건강상 좋을 듯 싶습니다. 로봇에겐 '등짝을 보자'가 안통해요.

그나저나 3편의 DVD박스는 누가 될련지 궁금하네요.


정품에 동봉된 한 장의 카드... 그러니까, 저 옵티머스 일러스트에 웹캠을 비추고 저 사이트에 접속하면 뭔가 멋진 게 작동한다는 건데... 아직 못해봤습니다... 그냥 뭐 3차원 입체영상쯤 될려나?


솔직히 이번 DVD를 꼭 구매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감독의 코멘터리를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1편 DVD를 삭제장면(후에 루머로 밝혀졌지만)이 혹시 수록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샀다가 감독이 영화 내내 말해주는 코멘터리를 괜찮게 들었는데,


그나마 1편은 하도 신선해서 스토리상이나 영화상 오류가(아주 없지는 않았어도) 그다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2편은 좀 많았지요. 죽었던 로봇이 갑자기 되살아난다던가, 합체할때는 7대던 로봇이 합체후엔 6대라던가, 분명 합체해버린 로봇이 어느순간 개별로 돌아다닌다던가, 전혀 뜬금없는 로봇의 등장(난데없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디셉티콘)이나 이해할수 없는 움직임 등... 뭐 거의 로봇에 대한 의구심들을 혹시 코멘터리에서 조금이나마 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지요.

하다못해 혹 '장난감 회사에서 압력이 너무 거세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로봇을 그냥 막 우겨넣었다'같은 이야기라도 하려나 했었죠.


쳇, 정작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대더군요. 아니 비슷한 뉘앙스는 있었네요. 초반부에 마이클 베이 감독이 영화사에서 빨리 영화를 완성하라고 자꾸 보채서 좀 급박하게 작업했다고 했죠. 막바지에 편집도 너무 고생해서 정작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하기도 했고요.

일단은 코멘터리만 봤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추가영상 같은 것은 없나봅니다.
그래도 범블비 DVD 케이스만으로도 만족스럽네요.


그러고보니 정작 이걸 사러 갔다가 덩달아 사버렸던 거네요.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1. 23. 10:26

너무나도 무서운 공포영화의 예고편

인터넷에서 우연히 무서운 예고편이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정말... 이렇게 무서운 살인자는 처음 봤습니다...
공포감 극대입니다 푸하하하하핫!

이 영화 나오면 꼭 봐야겠군요.
참고로, 정말 무서우니 심장 약하신 분들은 보지 마시길...



출처는 마이즈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madmaiz/10074508906 )입니다.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1. 16. 08:16

에반게리온'파' - 슬슬 홍보가 시작되는군요.


원래 에반게리온의 팬이기도 하지만, 처음 에반게리온 '서'가 나왔을때 스토리가 TV판 그대로라 건담 극장판처럼 TV판 짜집기인줄 알고 극장도 찾지 않았다가 후에 케이블에서 보고 감탄했었지요. 뭐 사실 짜집기인건 맞지만, 모든 작화가 새로웠고 게다가 끝부분은 감동적이기도 했죠. 그런 에바가 '파'에서는 내용이 상당히 바뀐 또다른 스토리라 하니 당장 두근거린 것은 사실입니다.

에반게리온 '파'에 관한 피규어나 모델들도 올라오고, 포스터도 보니 상당히 파격적이군요.

문제는... 이런 글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한 녀석과의 대화가 발단이었습니다.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보려는 각오였기에 이야기를 나누다 제가 간과한 게 하나 있네요. 제가 워낙 팬이다 보니 에반게리온이 일반인에게는
'애들 보는 만화영화'로 비춰질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게 뭐 중요하냐고 했더니,
녀석은 얼굴을 급속도로 공포스럽게 바꾸며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전에 에반게리온'서'가 개봉되었을때 극장에 갔었더랍니다. 물론 직장 끝나고 저녁시간대에요.
당연 만화영화니 애들이 많을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글우글 하더랍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고 하지요.




일단 좌석에 앉아보니 앞뒤 옆 가릴 것 없이 주르륵 앉아있는 꼬맹이들... 물론 성인들도 있었지만 에바의 팬으로 보이는 사람보다는 당연하겠지만 아이들 등쌀에 어쩔수 없이 데리고 온 엄마나 아빠가 대다수... 그리고 이내 벌어진 끔찍한 참상...


여기저기 떠들썩떠들썩, 핸드폰 문자질에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벨소리, 여기저기를 비추는 핸드폰의 액정 불빛, 아드득 아드득, 쪼륵쪼륵~ 쪼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록(다 먹었으면 그만 빨아대!!!!!) 로봇 나올때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마 나 저거사줘~ 닥쳐 이XX야!!! 쉬마려 화장실 갈래~ 들썩들썩 쾅쾅쾅 앞좌석 등받이를 차면 나쁜 사람~

...

거짓말 같다고요? 직접 다녀오셨던 발렌타인님의 글(http://blog.naver.com/illexiss/130027193678
)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후...

녀석이 진심으로 충고해줍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려면... 반드시 초딩이 접근할 수 없는 시간인 첫타임과 끝타임을 노리라고...
그렇지 않으면 영화상영 시간 내내

양손에 초딩 한명씩 움켜쥐고 부싯돌 놀이하는 자신
을 보게 될거라고...


아하하... 대체 내용이 끝도없이 암울하고 비관적이며 뜻모를 소리만 남발해대는 에반게리온에 초딩들을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들이란...? 뭐 만화인데다 로봇나오니까... 하하...

12월 3일이군요... 그때 방학하던가? 어쨌든... 그날만 기다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나마리에~
-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

오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2012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대로 '재난영화' 전문가라는 감독의 명성대로, 확실하게 박살을 내어줍니다. 다만, 조금 긴 듯한 러닝타임 두시간 반은 조금 버겁긴 했네요.


스토리는 단순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어느날 인도의 한 젊은 지질학자가 태양과 지구의 이상현상을 발견하고 관측해옵니다. 점점 심해지는 이상현상에 에드리안 햄슬리(치웨텔 에지오포 배우)라는 흑인 지질학자를 불러 알리게 되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그는 급히 백악관에 달려가 고위간부인 칼 안휘저(올리버 플랫 배우)에게 알립니다. 결국 미국의 대통령과 전세계 대표들과 모종의 계획을 강구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그 중 중심이 되는 것이 세계 정상 8자회담인데... 일본은 들어가도 우리나라는 끼어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어쨌거나 크나큰 혼란을 염려한 정부 극소수의 정보 통제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재난을 맞이하게 되고 연이어 벌어지는 재난은... 셀 수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끕니다...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를 만들었던 감독이라는 기대답게 상당히 화려하고 강렬한 충격적인 재난들이 펼쳐집니다. 게다가,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 재난이란 게 상당히 다양하다는 데 재미가 있습니다. 지진은 물론이요, 격렬한 화산폭발(활화산이나 휴화산도 아닌 평지에서), 대륙의 이동, 그리고 쓰나미, 화산재로 인한 기온저하, 마그마 분출 등 그야말로 재난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합니다. 다만, 기나긴 영화 상영시간의 반 정도가 부서지고 무너지고 폭발하는 장면이라... 처음에는 감탄하고 재밌었지만 갈수록 지루해지기도 했다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오히려 영화가 촛점을 맞추려는 것은 재난의 장면보다는 멸망의 순간 앞에 사람들이 무엇을 마음먹는 지가 더 궁금했던 저였으나 아비규환 속에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채 몇 되지 않더군요. 대부분은 비명지르며 죽어갑니다...
(그게 현실일지도 모르겠네요.)


그와중에 주인공인 잭슨 커티스( 존 쿠색 배우)가 등장합니다. 모두가 미처 모르는 새 재난을 당해 죽어가는 와중에 우연히 몇가지 사건으로 인해 대 재난의 징조를 알게 되고,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다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들처럼 눈에 확 띄는 영웅적인 인물(직접 전투기를 조종하여 외계인과 싸우는 대통령이라던가, 혼자서 죽음의 극한지역으로 떠나는 아버지라던가...)이라기 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의 톰 크루즈 같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하긴 그 많은 죽음의 위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영웅이기도 합니다.)


역시 중간에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역시 우주전쟁의 그와 많이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다만 역시나 재난의 장면들이 긴 만큼이나 주인공 가족이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장면 역시 여러번 나옵니다. 한두번이야 손에 땀을 쥐며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거 너무 자주 위기랑 마주치니 '또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영화는 종말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두 부류의 인간이 서로 반목하는 장면이 나오게 됩니다.
냉혹한 현실은 인정하지만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과...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고 계산하면서 가능한 방법들만을 모으고,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만한 일들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목표 앞에 냉혹하게 버려버리는 사람들로...

결국 처음에는 서로 협력하던 그들은 점점 갈등이 고조되고 맙니다.

그들은 무엇을 알아내고 무엇을 시도했을까요...
그들은 무엇으로 살아남으려는 시도를 할까요...
과연 인류는... 멸망이라는 대 재앙 속에서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결말은 영화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영화속의 미국 대통령입니다. 예전 영화에도 아주 드물게 흑인대통령이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나 얼마 안 남은 2012년이란 시점을 보면 모델은 누군지 짐작가네요.

역시 미국의 시각대로 그린 영화라서인지 미국의 대통령은 끝내 모두의 귀감이 될만한 인물로 표현되어지는군요. 대통령의 선택을 보면서 전 엉뚱하게도 '저렇게 영화가 나와버렸는데 막상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 살겠다고 달아나 버리면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꼼짝 못하겠구만...'이라는 이상한 잡념이...


영화는 시종일관 내내 비참하고, 슬프고, 절망적인 분위기라서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알수 없는 코믹한 장면이 묻혀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위 사진과 같은 재난방송에 자신의 지난 영화 장면을 끼워넣기도 하고, 찰리가 직접 만든 동영상 같은 장면이 있었습니다만, 그닥 영화관에서 웃음소리는 거의 안터지는 분위기였죠.

제 개인적으로 참 재밌었던 대사는 주인공이 아내에게 빨리 피신하라고 전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아내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제는 안전하다고 했다'고 하자, 주인공이 바로 말합니다.

'걔는 영화배우잖아!!! 대본을 그냥 읽는거라고!!!'
 
아 그래요, 그아저씨 아직 주지사죠? 게다가 그렇게 대본 읽던 주지사가 주인공이 정곡을 찌르자 마자 바로 지진에 휘말려 사망하시더군요
(... 아무리 그래도 터미네이터신데...).



'누가 뒤에 남겨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종말 같은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종말... 물론 언젠가는 오겠지요. 그러나 휴거 사건, Y2K사건을 겪고 나니 언젠가부터 무덤덤해지더군요. '이번엔 2012년이야? 그날 지나고 나면 또 언제가 종말이라고 예언될까' 하는 정도...?

그러고보니 세계 종말의 위기를 세번이나 맞게 되는 저희 세대도 참 박복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마 오래전 프랑스에서 혜성이 충돌한다는 뉴스때문에 모두가 광란의 하루하루를 보냈던 프랑스같은 사태가 안 벌어지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고, 내일 종말을 맞을 것처럼 후회없는 오늘을 보내라.'가 제게는 가장 와닿았습니다.

종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의미로서의 종말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누가 알겠습니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입을 열게 될지... 시간이 앞으로도 많을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미루고 미루고만 있다가 저처럼 결국 말하지 못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버리고는 후회하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용기를 내어 해야 할 말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을테니까요.

2012년 12월 21일... 그날이 멸망하게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날이 오기전에 지금이라도... 미처 용기내지 못해서, 차마 쑥스러워서 아껴두었던 말을 건네어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나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