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2. 8. 11:22

상념0207 - 어제는 메가박스에 다녀왔습니다.


저녁이나 먹고 갈까... 해서 동료를 억지로 꼬드겨 왔던 토요일 저녁의 잠실 교보문고 옆 푸드코트입니다... 사람 많더군요... 음... 그런데... 제가 즐겨먹던 것은 저기 얼큰뚝배기 앞의 일본라면점...

주로 미소라멘을 즐겨 먹었지요. 다른 음식이야 여기저기 음식점들이 많지만 일본식의 라멘을 파는 곳이야 드물거든요...

그런데... 왜인지는 몰라도 더이상 영업 안 하는 거 같더군요... 아쉬웠어요.


고르다 고르다 결국 사천해물정식... 뭐 정체는 해물덮밥에 짜장면입니다만 6000원이라는 가격치고는 꽤나 푸집합니다. 같이간 동료는 초밥에 환장한 놈이라, 역시나 초밥을 시키더군요.

그런데 이상하죠. 주문하기 전에는 관심없어도, 주문하고 나면 남이 시킨 게 더 맛있어 보인다는 거...

초밥의 상당수를 저에게 빼앗기고 울상이더군요.
뭐, 제가 돈 내는데 이정도쯤이야...



삼성역에 내려서 메가박스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웬 차가 한대 서있더군요. 처음에는 경품인가 했는데 영 낡은 차... 게다가 창문도 부서져 있고 경찰도 있고 경찰수사선까지(나중에 보니 아니었지만)... 그래서 여기서 무슨 사건이 났구나 하고 궁금해하며 지나쳤는데...
나중에 영화 끝나고 나가면서 보니까 또 아니더군요. 역시 궁금증 유발 광고인가 봅니다. 보안 회사를 잘 선택해야 현금을 안 털린다... 뭐 그런 걸까요...?


아니!!! 이런 별천지가!!!
아마 이정도의 대규모 동전오락실을 본게 몇년만인지 모르겠네요? 삼성동 코엑스에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어 여기는 발을 끊었다가 몇년만에 온 건데, 분명 제 기억에 그때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뭐 잘 더듬어 보면 전 역시 방향치고(여기 은근히 미로라구요...) 제가 주로 갔던 곳이 피규어나 모형가게였으니 여길 못찾았던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동전오락실 좋아하는 제가 이런 곳을 지나쳤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여기 피규어 가게가 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 있을려나요... 저당시는 못 찾겠더군요...

좀 해보고 싶었지만 이때 당시 저는 약속시간은 다되가는데 정작 메가박스가 어딘지 몰라서 헤메고 있는 중이었어요. 눈물을 머금고 나중을 기약하며 다급히 나왔습니다.


영화는 참 재밌게 보았습니다. 아바타 때문에 우는 소리 많이 들려오던데 의형제는 평가도 좋더군요. 솔직히 이 영화보다는 왜그리 기대작들이 다 해외영화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제 지금 기분은 현실을 소소하게 담아내는 한국영화보다는 황당하고 현실로 있을 거 같지 않은 꿈속 이야기가 더 끌리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네요... 뭐 컴퓨터 그래픽으로 점철됬다던가 후련하게 뻥뻥 터뜨려 준다던가...

뒤풀이때 만났던 분들 모두 반가웠어요~ 으음... 말수를 좀 틔워야 한다는 생각은 갈수록 무게를 더하고 있지만, 뭐 술을 마시나 안마시나 제게는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어요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며 들어가시던 분들 모두 잘 들어가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일요일에 염장커플이 그러더군요. 너 술 늘었다고... 그말에 정신 차려보니 맥주 한잔을 무신코 들이키고 있는 저... 어라라...? 내가 이거 왜 마시고 있지...? 알코올 분해 효소조차 없으면서 그동안 마시다보니 어느새 저도 습관이 되버린 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저도 모르는 무심결에 전 맥주잔을 들고 있더군요...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거 같아서 수십번도 더 물어봤던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집니다.
"술 무슨 맛으로 마셔?"
그말에 그냥 고개 돌리고 비웃더군요. 한번도 제대로 된 대답 해주는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늘상 술에다 설탕이라던가 과일즙을 잔뜩 넣으면 좀 먹을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칵테일이나 와인류는 그럭저럭 쓴맛이 덜하니 마실 만 한데... 왜 과일소주는 다 사라져버린 걸까요? 쓰기로 따지면 소주가 최고인데 말이죠... 참 오랫동안 맥주잔을 바라보았던 거 같아요...

딱히 콕 찝어 누군가 원하는것은 아닐지라도 눈앞에 다정한 커플이 서로 위해주고 보듬어주는 걸 보니 정말 눈물나도록 부럽더군요.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필요한게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저것이었네요. 커플이 아직 한사람이 도착하지 않아 한 사람 있을때는 아무 느낌 없다가도, 둘이 반가워하며 서로 옆에 앉아 다정하게 위해주면 바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버리는 신기한 현상... 분명 조금전의 그 사람인데 혼자일때와 둘이 있을때는 그렇게 눈에 보이는 모습이 확 달라져요.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네요. 정작 커플인 자신들은 잘 모를테지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위해주는 친구야 보통의 친구도 가능하긴 한데... 우정이라는 이름은 한계가 있는 거고, 친구에게 여자친구라도 생기면야 모든 우선순위는 저쪽으로 기울어 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
작년에 2010년이 되면 꼭 해야지...하고 생각했던 일들... 날씨가 좀 풀리면... 좀 더 세상 속으로 걸어나가봐야겠습니다... 일이 힘들다거나... 귀찮다거나...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다거나...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은 찾을 수 없을거라던가...

그런 변명으로 집안에 박혀 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되겠지요.

어제 밤에 비몽사몽간에 썼던 글인데 지금 보니 무지 생소하네요. 그래도 아마 이게 취중진담인지도 모르겠네요.
날씨도, 기온도 우울한 월요일이네요.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11:33

상념0131 - 간만에 늦잠 실컷 잔 일요일...


늘 좋아하는 콜라를 사 와서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뚜껑이 안 열려요...
제 완력이 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콜라 뚜껑 여는데는 문제는 없었는데...
혹시 제가 하루새 폭삭 늙어버린 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늙어서 그런건 아니네요... 니퍼까지 동원해서 결국 뚜껑을 잘라냈어요...
이런 된장찌개... 뚜껑이랑 PET병이 눌어붙어 있어요... 왜 이런 거에 한시간을 낑낑댔던 걸까요...

그도 그렇지만... 왜 이 콜라는 이렇게도 저에게 먹히는(?) 걸 거부했던 걸까요...
먹고 죽지는 않겠죠...?


제 일본어 공부 대상인 친구 쥰이예요. 일본어 공부라고 했지만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는 게 문제군요... 하아...


얘들 말만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면 바랄 게 없는데 말이죠... 그나마 오십음도는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기에 '아스라이'라는 제 이름은 제대로 말해준 거 같습니다...


너 마녀의 아이였구나... 데뷔 성공하길 빌어줄께...


그러고는 인사하고 떠나고... 텅 빈 방만이 남게되요... 그나마 얘 전에 있던 토로는 가는 것도 못봤는데, 쥰은 가는 모습이라도 보니 다행이네요.


인간의 말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제가 일본어를 모르는 관계로 가르쳐 주지 못했고, 그나마 몇개 가르쳐준 단어는 몽땅 영어였으니... 아직 갈 길이 멀겠네요. 일본어... 후...


어제 본 하모니의 극장 풍경이예요. 그나마 제 뒤로는 관객들이 있었지만, 반쯤은 저렇게 휑...
아바타가 여전히 강세여서인가... 시간이 나자마자 한국영화를 덥썩 두개 고른 이유가 있긴 했지요. 전우치 외에는 줄줄이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더군요... 빠르게...


안타깝게도 외국 영화는 볼만하고 기대되는 것이 많건만 국내 영화는...? 그러고보니 전 세계적으로 화려한 특수효과와 많은 돈을 들인 그래픽 영화가 유행이건만 언제나 제작비에 허덕여서인지 우리 영화는 계속 정직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영화들이네요. 강풀이 시나리오를 쓰고 봉준호 감독이 제작할 청계천 괴수영화 '괴물 2'는 언제 나오는 거야...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0년 제가 세운 목표는 '2년 뒤의 세계멸망을 주제로 협박해서 꼭 얼굴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후회를 덜기'입니다. 1월이 이제 다 끝났는데... 반은 성공한 거 같고 반은 실패로군요.

정신 못차릴 정도로 술을 마시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더군요. 물론 뒷감당은 책임 못집니다만... 그나마 주말을 헛웃음이나마 웃으며 보냈으니 1월은 대충 마무리가 되네요. 2월부터는 더 열심히 옆구리를 찔러보겠습니다.

우선은 우리 브리타니아인들. 베가본드님, 호준님, NSM53님, 야바타님, 여행자님... 자신도 엄연히 브리타니아 여행자이건만 빼먹었다 생각되시는 분은 제 블로그에 호된 질책을 남겨주시면 제가 막상 만났을때 무료로 타로봉사라도 해드리죠.

모두 1월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덧. 베가본드님... 바쁘다면서 영화볼 시간 있냐고 삐지시면... 이러심 곤란... 최근 영화라도 보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고 이해해주세요.

덧덧. 혼자 외로이 살고 있는데 걸핏하면 애인을 위한 사람의 음식을 만들며 고스란히 생생하게 사진으로 올리셔서 오밤중에 속이 무지하게 쓰리게 만드시는 최강의 염장커플분... 영화 좋아하시던데 제가 가는 영화모임이 있으니 한번 끌고 가고 싶네요. 그 모임도 커플 많습니다. 정작 속내는 온라인으로는 샘내봐야 소용없으니 직접 두사람 얼굴보면서 시샘하기 위해서...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31. 03:18

하모니 - 잘 만들어진 한편의 뮤직비디오


- 이하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와 공식 홈페이지 공개 이미지입니다. 특히 스포일러 없습니다. -



하모니를 보았습니다. '세븐 데이즈'때 김윤진의 모습에 꽤나 감명받은 터라 그녀의 영화에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영화 '집행자'의 여성판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집행자'는 보지 못했던 터라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찍는 영화마다 우울해지는 조재현, 봉태규, 이나영에 안타까운 마음만... 그나마 차인표씨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어 다행일까요...)



영화 내용은 알기 쉽습니다. 아니 뭐랄까... 너무나도 담백하고 알기쉽고, 이해가 쉬워서 영화가 끝나고도 영화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안그래도 블로그에서는 오만가지 떠들어대도 막상 오프에서는 말수가 적은 저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막상 제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뒤끝없이 모든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설명해주니 뭐... 끝나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울었다는 것 밖에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까지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김윤진표 뮤직비디오라고만 생각되었지만, 김윤진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부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반 이후부터는 다른 에피소드도 차례로 나와서 볼만하더군요. 확실히 슬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기뻐서 울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그 곳. 교도소. 보통 여성분들은 보면서 체감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저는 저 분위기가 기억이 납니다. 교도소는 아니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군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비슷하지요. 자유가 억압당하고,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 물론 그저 비슷할 뿐. 같은 건 아니지만...

한가지 더 드는 생각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기만 할지... 누구나 세상을 살다가 한 발 실수로 잘못 디디면 가게 되는곳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제 주위에도 몇 사람 다녀온 사람이 있지요. 특히 군대에서는 영창 간 사람이 왜 그리도 제 곁에 많던지... 제가 직접 유치장에 식사를 전해주기도 했고 말이죠...

알면서도 저지르는 죄라면 정말 나쁜 거지만, 영화라서인지 그녀들의 죄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버린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 역시 '죄'는 '죄'이기에 스스로 죗값을 치루어야만 하지만, 그녀들을 마치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얼굴 찌푸리며 외면하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 아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군요. 상당히 우울한 영화인데 아기때문에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돌잔치때 덥썩 수갑을 집어든모습에는 정말...


2. 김윤진의 연기는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저 연기는 정말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잘 부르는 노래를 억지로 음치인척 노래하는 거 같아서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아기는 어떻게 노래할 때마다 타이밍 좋게 우는 걸까요...?


3. 여성 교도소의 여성 제소자들이 나오는 영화니 영화 내내 남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교도소장 정도...? 대신 여성 연기자들은 각기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열연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 경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공 경위 단독으로 나온 스틸샷조차 없더군요... 이런... 꽤 오래 찾았는데 말이죠.


결국 영화 하모니 공식 페이지의 공개 스틸샷에서 부분캡쳐...
하긴 공 경위가 이정도니 그녀의 직속상관인 경감은 오죽할까요...

공 경위는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제소자인 그녀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편의를 힘껏 봐주고 성심성의껏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상관과 의견충돌이 있죠. 물론 대립할 정도의 성격이 아니어서 반대는 하지만 차마 거역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상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확실히 이 세상의 모든 삶의 무게 중 가장 무겁고 감당하기 끔찍한 기억과 상처들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들을 모두 공유하다간 결국 공 경위 스스로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 말걸요. 그녀의 상관은 아마 그 때문에 그녀들과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소자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라... 아마 제가 저 위치라면... 저는 공 경위와 그 상관... 어느쪽의 길을 걷게 될지...
하긴 답은 제게는 벌써 나와있습니다. 모두가 공 경위의 모습을 칭찬하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내겠지만, 막상 저 상황이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실제 교도소는, 영화속의 화목하고 기껏해야 머리 끄댕이만 잡고 투닥거리는 제소자들이 아닌, 사람도 죽여본, 수틀리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눈빛 살벌한 제소자들을 매일매일 감당해 내야 할텐데 말이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제 경우, 타로 카드를 10년 넘게 가지고 있다보니 가끔 주변 사람들의 점을 봐주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볍게 장난하듯이 점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너무 가벼운 장난은 곤란해서 조금은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율적인 복채를 받고 있긴 하지만요...), 그 중에는 정말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무거움에 동화된다면, 저 역시 객관적으로 카드를 읽기가 좀 어려워 거리를 좀 두려 하죠. 그래서 저는 공 경위보다는 그녀의 상관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전부 감당해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공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으면 숨을 참아보면 될까요...
앞을 보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눈을 감고 걸어본 적이 있어요.
소리가 들리는 기쁨을 느껴보려고 귀를 막고 거리에 나가본 적도 있죠.

영화를 보고 나니 평범한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제가 얼마나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겠더군요.


내일은 이대 쪽에 나가보려 합니다. 처음에 상수 역에서 좌절, 두번째 합정 역에서 좌절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대에 또 한 곳이 있다고 알려주신 분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문가든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식객 : 김치전쟁을 보았습니다. 예전 식객을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도 꽤나 기대가 되었지요. 다만, 영화에서도 나오는 대사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치이건만, 너무나 늘상 당연하게 우리의 밥상에 있던 터라, 항상 주연이 되지 못하고 조연으로 밀려나 있는 김치"가 주제라는 것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 이하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딱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식객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씨의 인기 만화입니다. 저역시 참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영화에 심각한 이야기나, 권선징악 같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예상하고 보았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스토리에 그다지 기대를 안 했다고 할까요. 지금은 연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 참 재미있게 보았던 김 에피소드나, 고등어 구이 에피소드를 보면, 은근히 음식을 소재로 서로 자존심 건 대결구도이긴 했지만, 승패가 명확히 갈려 악이 무너지는 스토리 같은 것은 식객 원작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원작의 그런 결말에 불만스러워 하는 독자들이 많았지만, 저도 상당히 공감했던 글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대표 음식만화인 '미스터 초밥왕'이 재밌다곤 해도, 주인공의 음식을 먹고 온갖 황홀한 표정들을 지어대며, 환상 속에서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며 천국의 세계를 눈앞에 보면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거나 눈썹이 곤두서고 하는 것은 솔직히 오버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은 상당히 공감이 가지요. 흑백이면서도 세심하게 묘사된 그림 하며, 특히나 '김' 에피소드의 마지막, 성찬이 구한 김을 몰래 구입해서 먹어보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김치전쟁의 마지막에 대해선 드릴 이야기가 없지만, 예전 식객 1편의 마지막은 그런 점에서 조금 충격적이더군요. 


결국 제 경우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바로, 김치전쟁이라는 부제 답게 온갖 김치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었고 이 영화에서는 정말 넘칠 정도로 생생한 김치들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대회에 나가는 김치라고 한다면 꼭 등장하는...


태극기 김치...
예고편에서 저걸 보고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만드는 장면이라던가... 먹어보는 장면이라던가... 설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다만 정작 영화에서는 그냥 슥 스쳐가더군요. 역시 저건 겉멋만 든 김치인건가...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자세히 보면 흰 부분은 무우채 같고... 건곤감리인 하늘, 땅, 물, 불은 재료가 가지일까요... 태극은 김치일테고... 그런데 저 하회탈과 각시탈은 재료가 뭘까요? 계란 노른자는 김치와는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생강은 저렇게 크지 않을 거 같은데...



영화 대결 장면의 주인공인 성찬과 장은 외에 참가자들도 분명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일류 요리사들일 텐데... 영화 상영시간의 제한 때문인지 그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작품이 순식간에 스쳐가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멋진 김치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저 태극기 김치를 포함해서.


영화 시작하자마자 일본 총리(총리였던가 뭐였던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누군가가)가 우리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야키니쿠(불고기)와 기무치는 우리 일본의 전통 음식입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 일본인이 진지하게 저런 소리를 하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짓고 말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보이는 반응이 언제나 그렇듯이) 저 소리를 그대로 믿고 있는 국가가 하나둘이 아니라죠. 그 나라의 세계지도에는 동해 East Sea라는 지명 대신 일본해 Japan Sea라고 적혀있고 말이죠.


예전에 누군가가 제게 해준 이야기가 같이 떠오르더군요. 피자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만약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정말 그 나라 고유의 전통 피자를 먹어보면 늘상 먹던 피자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고요. 늘 먹던 맛이 아닌거라죠... 결국 정작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뜨린 피자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의 요식업체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제공한 것이랍니다. 아마 피자를 유럽이 아닌 미국의 음식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지도 모릅니다. 자장면이 중국 전통 음식인줄 아는 것처럼...

결국 세계에서 김치를 먹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의 전통 김치를 먹게 되면 자신들이 늘상 먹던 김치와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이 즐기던 음식은 김치가 아닌 '기무치'였지요. 예전에야 우리처럼 땅 속에서 긴 시간 발효시키지 않고 강산 용액 등으로 짧은 시간 숙성시켜 만든 백김치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깊은 맛을 내는 김치와 비교되었지만 지금의 일본산 기무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우리의 김치가 더욱 발전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무치에게 무릎을 꿇고 말겠지요.

반면, 전 세계에서 즐기는 초밥인 스시는 누구나 일본을 인정하고 있고, 누구나 일본의 음식임을 알고 있습니다. 초밥의 세계화에 일본이 들인 노력이란 대단한 것이었고, 그만큼 결실을 맺었지요.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것은 그 대단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의 초밥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초밥을 산산히 격퇴한 주인공이 우리의 김밥이라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죠. 초밥이 이 땅에 뿌리는 내리기에는 소풍이나 기쁜 날이면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싸주신 김밥에 대한 우리의 추억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초밥보다는 김밥이 익숙하고 더 맛있더군요.

쓰다보니 영화 얘기가 많이 다른 데로 샜네요.

1. 영화 시작하고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아 정말 오프닝 스텝롤 대박이예요. 꼭 보시길.


2. 지금껏 식객은 영화가 둘, 드라마가 하나였습니다. 김강우의 1편, 김래원의 드라마, 이번 진구의 2편이네요. 그런데 원작의 성찬은 좀 통통한 체구가 아니었던가요? 세명 다 호리호리한 체구라 제게는 항상 왠지 성찬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김치전쟁에서는 성찬의 성격이 저리 우유부단했나 싶기도... 원작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과감해보였는데, 김치전쟁에서는 대체로 등 떠밀려다니는 느낌이 들더군요.



3. 김정은은 제가 '재밌는 영화'를 하도 재밌게 봐서인지... 코믹한 모습이 제게는 깊게 각인되어 있어요. 가문의 영광도 그렇고... 그런데 진지한 모습도 참 좋더군요. 그러고보니 1편에서는 임원희도 진지하게 나왔네요. 역시 '재밌는 영화'에서 온갖 오버액션을 펼쳤는데 말이죠.


4. 영화를 보고 '김치축제'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군요. 정말로 축제답게 영화속에 참 정겹게 묘사되더군요.


5. 1편에서 숯에 대응될 만한 비밀병기가 김치전쟁에서도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그 비밀병기를 위해 온몸 바쳐 고생하는 것은 장은이네요? 왠지 김치전쟁에서 성찬은 별로 고생을 안 하는 것 같았어요. 기껏해야 폭풍우 속에 배 몰고 나간 거... 정도? 이래저래 영화가 많이 압축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6. 결국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김치이기 때문에 정작 사람이 김치에게 밀려나 조연이 되었다는 느낌도 드는데(음식영화가 대부분 거의 그럴테지만), 영화에서 은근히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이 성찬의 엄마에 대한 비밀이었습니다. 원작에도 언급된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만, 성찬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기대가 되었거든요. 실제, 상당히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7.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버티던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 결국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저 사진처럼... 모두 함께 모여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8. 그나마 웃을 곳이 별로 없는 영화에서(코미디 영화는 확실히 아닙니다만), 모두에게 웃음을 주던 세번째 심사위원이 압권이었습니다. 다만... 전 영화 내내 저 심사위원의 혀를 믿을 수가 없네요. 우습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경우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이라고 하면 '미스터 초밥왕'의 그 심사위원처럼... 주인공을 마땅찮아하고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만, 막상 음식을 입에 넣으면 혀만은 정직하기 그지없는 그 심사위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있어 문제로군요...


9. 우리는 늘 김치를 먹기 때문에 김치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제목에도 썼듯이 고추장 없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어찌될지... 차승원씨가 나오던 순창고추장의 '매운 맛이 사무칠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독일인가... 에서 도저히 못먹겠는거 꾸욱 참고 치즈 잔뜩 바른 소시지 한입 입에 대보다가 진저리치며 도망가는 건데 찾기 어렵더군요.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우리 곁에 늘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기에 정작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김치이지만, 현재 김치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안도감도 듭니다. 외국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과,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음식, 그리고 지나친 냄새가 문제라고 하던데... 그 모든 단점을 보완한 김치도 이미 개발되었다고 하니 이미 알려진 세계적인 건강식품이라는 명예에 더해서 간편하고 먹기쉬운 음식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영화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길. 특히 일본에서.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추운 날씨... 그것도 밤에 어디 나다니는 것을 정말 질색하는 저였지만, 이 영화는 왠지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결국 발길을 돌리게 만들더군요. 물론 영화모임 분들과 함께 조촐히 본거였지만... 그나마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이 영화 자체가 그렇게 호응이 좀 부족해서인지 한 1/3은 텅 비어있는 좌석들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하긴 해외영화인데 뭐... 아바타보다는 전우치가 더욱 선전해주길 은근히 바래봅니다.

- 이하 영화 스크린샷은 구글 이미지 검색이며, 폴아웃은 제 컴퓨터, 이하 특별한 스포일러 없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계속해서 회색"...
뭐 어떤 이유로 멸망해버린 세계에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며 남으로 남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영화입니다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이 가득합니다...
하긴 거의 모든 세기말 영화, 정확히 말하면 대 참사 후의 모습은 모두 하나같이 음울한 회색빛이었죠.
마치 영화 촬영 내내 회색빛 필터를 통해 촬영한 것처럼... 그리고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 온통 구름으로 흐려진 하늘 아래 소용돌이치는 먼지들... 태양광선을 구름이 막고 있어선지 툭하면 차디찬 빗줄기가 떨어지는 아래, 추위에 진저리치며 작은 모닥불을 의지해 서로 끌어안고 떨고있는 모습들...


두번째는 역시 데쟈뷰입니다...
요즘 은근히 세기말 영화들이 많이 나오네요. 특히나 지구 멸망 영화말입니다. 그정도로 멸망의 전조가 널리 퍼진걸까요, 아니면 어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더이상의 이야기거리가 없는 걸까요...
나는 전설이다, 펜도럼, 아바타(지구 이야기는 안나오긴 해도 엔딩장면에 '죽어가는 지구'라고 나옵니다), 2012... 조금 지난 영화들까지 넣는다면 꽤나 많지요... 보다보면 정말 금방이라도 세계가 끝나버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광경은 조금 다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어떤 장면이 계속해서 겹쳐 보여서 못견딜 정도였거든요.


더 로드 영화 중 한 장면이고요(사실 한 장면이라 해도 영화 전반에 이런 풍경... 정말 많이 나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이네요.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밝은 편이죠. 제가 말하고자 한 건


바로... 폴아웃입니다...

'전쟁... 전쟁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라는 나레이션으로 항상 시작하는 폴아웃 FallOut(방사능 낙진)의 세계를 저는 대단히 오랫동안 헤메고 있기 때문이겠죠... 온통 회색의 폐허 속... 먹을 것이 부족해 길을 지나는 거의 모든 방사능에 변이되버린 괴물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고, 살기 위해 오염된 변기 물을 마셔야 하며, 먹을 것과 무기를 빼앗기 위해 서슴없이 황야의 강도단을 죽입니다.


이미 폐허가 되버린 집과 건물들을 헤메며 쓸만한 게 있을까 서랍이나 장을 뒤져봐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을 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개 DogMeat와 함께 오늘도 방사능에 오염된 회색빛 거친 황야를 터덜터덜 걸어야 했죠.


뭐 그러다 보니... 더 로드 영화속의 배경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버린 저를 발견하고는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거 왜 익숙해져 있는 걸까요 저...


영화상에도 이런 끔찍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미 저는 너무나도 많이 여행하면서 봐 온 광경이라 전혀 놀랍지도 않더군요. 그냥 무덤덤... 


1.  영화에서 아버지로 나오는 비고 모텐슨...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의 진정한 왕이신 아라곤... 후에 제 아이디의 모토가 된 에스텔 Estel(희망이라는 뜻의 요정어) 이자 엘레사왕 King Elessar이시지요. 다만... 반지의 제왕에서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시고... 안타까운 모습만... 특히나 중반에 목욕하려고 윗옷을 벗으시는데... 정말 앙상하시더군요...

2. 안타까운 아내의 선택... 영화를 보면 멸망의 당시 아내는 임신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멸망한 후에 아들을 낳은 것이겠지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남편과,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어린 아들과 달리 그녀는 점점 삶의 의지를 잃어갑니다... 생각해보면 멸망 후 끔찍한 세계에서, 과연 예전의 따뜻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아니면 따뜻한 옛 기억은 없는, 오로지 지금의 끔찍한 세계만을 전부로 여길 어린 세대가 더 살아가기 쉬울까요...

그녀는 '이건 사는 게 아니야!'라고 절규합니다.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3. 남아있는 것은 단지 두 발의 총탄... 평생 사람 한 번 죽여본 적이 없는 남자가 어린 아들을 보호하며 마주치는 생존자로부터 자신의 목숨과, 어린 아들과, 얼마 안 되는 식량과 의복과 기름을 지켜내기는 너무나 열악한 무기입니다...


스스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스러운 자들을 모두 피하고만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은 사람을 믿고 싶어하고, 또한 아빠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들의 앞에서 아버지는 매순간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4. 영화상에서는 세계가 멸망한 이유가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거대한 불이 모든 곳을 휩쓸었다는 것과, 더이상 햇빛이 내리쬐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두텁게 덮인 회색빛 하늘과,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차디찬 비, 그리고 수시로 일어나는 지진과 대지의 갈라짐을 보여 줄 뿐... 아마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나마 영화 도중 만나는 한 노인이 '자연의 대 재앙'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면 역시 자연 재해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5. 세계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 살아나간다는 것은... 역시 그저 희망일 뿐일까요. 아니면 그나마도 식량이 충분할 때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먹을 것이 부족한 현실 앞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가 적일 뿐입니다. 당연히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광경도 나오지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3대 욕구... 그 중에 수면욕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욕구는 어쩔 수 없이 투쟁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인간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의 문명 사회는... 물자와 법으로, 겨우 그 투쟁을 억누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6. 영화 도중 간간히 따스했던 시절의 꿈을 꿉니다. 지금의 끔찍한 현실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그리운 그 기억. 그저 소박하고 평범하며 지금의 시간을 사는 제게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소비해버리는 반복적인 오늘의 일상을... 그는 너무나도 그리워 사무쳐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나를 절망의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 기도 - NoDance


공기가 없어져봐야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처럼...
저역시 영화를 보면서야 나는 지금 행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하루 세끼 어렵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말이죠... 그리고 원하면 언제든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따뜻한 집에서 쉬며 잠을 자고, 죽임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나설 수 있으니까요...


특히나 영화 도중, 콜라 한 캔을 발견하고는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버지는 콜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아들은 처음으로 맛본 것이겠지요.


7. 두 사람이 왜 저렇게 고생해가며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걸까 하고 궁금해 했는데, 영화 중반쯤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희망이라... 부디 결실을 맺기 바라며...

8. 강풀 원작의 웹툰 '바보',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불치병에 괴로워하던 '풀빵 엄마'... 그리고 이 영화...
험한 세상에 어린 아들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전해주려 애씁니다. 스스로 죽어가면서도 말이죠...


스스로를 지키는 법... 필요한 것을 구하는 법... 그리고 불씨를 전해주지요. 그러면서도 자결하는 방법까지도 아들에게 알려줍니다...


아들을 지킬 수 없다면 자신의 손으로...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간절한 소망을 담고 아이가 부디 살아남기를 바라고,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시간, 아이를 보듬어 안고 입을 맞추며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려 애씁니다...


영화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도 참 오랫만인듯 합니다.

9. 영화는 제 경우에 중반까지는 꽤나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계속해서 똑같은 배경에(특히나 제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 힘겨운 사투, 식량을 찾고, 겨우 위기를 벗어나고... 약간은 영화라기보다 오지에서의 다큐멘터리 같았다고나 할까요(영화 내용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화 내용보다도 더 처참한 곳이 하나둘이 아니지요)...


그러한 영화의 호흡은 마지막까지 급박하지 않게 조용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닥 클라이막스가 없었다고 할까요... 영화를 보며 긴장감이나 스릴, 액션을 느끼기보단 역시 인간에 대한 생각을 조용하게 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보고나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10. 성서의 재해석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거 같은데... 어딜 말하는 걸까요? 좀 뜬금없기는 해도 영화상 기도를 하는 장면이 둘 나오는데, 모두 '여러분'으로 맺습니다. 아버지의 이름도, 아멘도 없지요. 이미 신을 버린 걸까요? 기도는 변해버린 걸까요? 성경 문구는 나오는 걸 봤는데 말이죠.


11.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영화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묘사가 있겠지요.

12. 영화를 보면서... 대체 어디서 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폐허의 규모는 꽤 큰데요. 컴퓨터 그래픽일지... 어딘가 대규모 세트를 지었을지... 분위기는 항상 똑같고 스쳐가는 그 모습이 그 모습이지만, 세세히 보면 꽤 여러 장소거든요.



덧,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기다리면서 오락실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요즘 동전오락실이 귀해서 반가웠는데... 역시나... 예전같은 다양한 게임을 볼 수는 없더군요. 그저 흔한 게임들, 아니면 최신 격투게임, 혹은 인형뽑기...
한 게임당 500원이 비싼 게임이지만 해볼만한 건 그저 비행기 슈팅게임... 첫판에 전멸해버리고 나서는 역시 제 실력도 다 죽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어제 잠결에 옆집 형이 난입해 같이 게임하자고 보챘던 기억이 나네요. 꿈이었나 했는데 정말 다녀갔더군요. 그 좋아하는 게임을 마다한 걸 보니 제가 어제 무지하게 피로하긴 피로했나봅니다. 요즘 계속 피로하네요... 쩝... 역시 겨울은 힘듭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상념 | Posted by 아스라이 2010. 1. 13. 07:27

상념0113 - 모니터가 가버렸네요.


급기야 오른쪽 CRT모니터가 삐~ 삐~ 소리를 낸지 오래입니다... 오래 썼지요... 솔직히 아직 버텨준것만해도 대단하긴 해요. 아직 쓰려면야 더 쓸 수 있지만, 높은 이명음같은 삐 소리는 곤란하더군요.


그래서 현재 TV로 쓰고있는 모니터로 교체해버렸습니다. TV가 다시 구닥다리가 되겠지만, 어짜피 TV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으니까요. 나름 괜찮군요.


이것은 교체하기 전의 TV 모니터와... 지금은 안 쓰고 묵혀두던 사은품 TV...(화면 크다는 이유로 골랐는데... 뒷면 입력 단자가 딸랑 RF랑 비디오, 오디오 딱 세개... 하긴 사은품에 뭘 바랄까마는...)


결국 사은품 TV를 다시 연결해서 TV를 보고 있습니다. 화질이 슬프군요. CRT모니터는 좀 생각해보고 처분해야겠습니다.


덧, 인천 내려갔을때 엄마의 장식장을 보고 한 컷. 취미시라고 하네요.


저와 같이 술을 잘 못드시는 분이지만 미니 술병에는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생각보다 예쁜 병들이 많아 놀랬습니다.

꼐속 날씨가 춥고, 바쁘군요... 구정은 아직 멀었고 말이죠.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나마리에~
- 이하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

평가야 어떻든, 성룡과 이연걸이 함께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꼭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막상 상영할때는 극장에 가지 못하고 VOD로 여러번 보고 있네요. 제가 80년대 홍콩액션영화에 심취했던 세대여서인지는 몰라도 이 스타일 영화는 항상 재밌더군요.


1. 스토리는 단순명쾌합니다. 서유기의 돌 원숭이 전설을 빌려, 제이드 장군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죠.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이 강대하여 선을 누르고, 선은 고전하지만, 극복해내고 악을 마침내 누른다는 정석대로의 이야기입니다. 복잡할 거 없이 선은 언제나 선이고, 악은 언제나 악이죠. 선은 악을 이겨내야 하고, 악은 선을 눌러야 합니다.


2. 주인공은... 성룡과 이연걸의 비중에 가려지긴 해도 꽤나 쿵푸 실력자인 것 같더군요. 마이클 안가라노 Michael Angarano라고 하던데... 처음에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저스틴 체트윈과 너무 닮아보여서 동일인물인줄 알았습니다. 닮지 않았어요? 하긴 서양인들도 동양인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죠...(그런데 왜 저는 같은 한국 사람들도 잘 구분이 안갈까요... ㅡ.ㅡ)


3. 오히려 원작이 너무 쟁쟁한(그래서 영화가 욕을 제대로 먹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비해 재밌게 봤습니다. 식상한 서유기 스토리도 아니었지요. 유명인사인 삼장법사나 저팔계, 사오정이 없는 걸로 봐서, 영화에서 불리듯 아직 손오공이 아닌 '돌 원숭이'인가 봅니다.


4.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성룡과 이연걸의 대결 장면인데, 정말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최고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될것 같았습니다. 영화 제작할 때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솔직히 제 경우 최후의 클라이막스보다도 둘의 대결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좀 아쉽긴 했지만요. 어쨌던 둘은 같은 편이니까요.


5. 한때 액션영화의 두 거성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요. 성룡이 액션영화에 스턴트를 쓰는 것을 뭐라 하는 사람을 봤는데... 솔직히 이제 성룡이 위험한 장면을 찍는다면 말려야 할 상황입니다(우리 할아버지가 위험한 폭파씬을 찍겠다고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지도... 아무리 한때 잘 나가셨다 해도). 게다가 성룡이 지금껏 다치고 위험한 고비를 넘긴 횟수는 셀수도 없지요.


너무 일찍 절명해버린 이소룡 부자에 비해 성룡은 정말 긴 시간 멋진 영화들을 보여주었지요.


다른 분의 말씀처럼
'성룡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에 고마워 해야할지도 모르지요.'


다만... 두 사람을 잇는 '후계자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을 꼽을 수 없는 게 아쉽지요. 개인적으로는 견자단도 대단히 좋아합니다. 특히나 제 군대 고참이 완전히 광팬이었기에 저도 얼결에 팬이 되었습니다.


6. 영화에서, 성룡과 이연걸은 불사신 도사와 묵언승 외에 한가지씩의 역을 더 해서 1인 2역씩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역인지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재미겠지요. 제 경우 이연걸의 역에 좀 충격이었고, 묵언승 이연걸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이 찡하더군요.


7. 안타까운 스패로우...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오직 '복수를 위한 살해'에 두고 있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데 말이죠.


8. 성룡의 매력이 유감없이 뿜어져 나오더군요. 성룡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유쾌해지죠. 이연걸은... 원체 엄숙한 분위기가 강해서 유머를 해도 조금 어색해보입니다. 헤벌레 웃고 까불대는 이연걸이 상상이 되십니까...?


9. 혹시 모르지만 후속편이 나온다면 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후속편이 아니라, 성룡과 이연걸이 한번 더 뭉친다면... 만사 제치고 가서 봐야죠.

10. 그래서인가 국내에서 류승완 감독과 동생인 류승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하죠. 액션의 대가인 정두홍 액션감독도... '아라한 장풍대작전'같은 조금 황당한 액션도, '짝패'같은 리얼하고 소름끼치는 액션도 일품이지요.


포비든 킹덤이었습니다.
영상 | Posted by 아스라이 2009. 12. 20. 14:26

아바타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입니다.

- 영화 리뷰에 쓰인 이미지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1. 드디어 카메론 감독이 기나긴 침묵끝에 완성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스파이더맨도, 엑스맨도 고사하고 제작했던 영화라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역시나 카메론 감독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 '아바타' 고대 인도에서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을 말합니다, 달리 말해 '화신'을 말하죠. 저희처럼 울티마에 각별한 추억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아바타'라는 단어는 그리운 의미로 다가오지요. 이 영화를 내심 기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고 나니 '아바타'라는 단어가 더 각별해지네요.


3.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인간들이 우주의 한 행성인 '판도라'행성의 '나비'족들과 접촉하게 되고... 과학자들이 인간의 정신을 '나비'족 육체에 연결시켜, 그들과 소통하고, 영어도 가르치며 판도라 행성을 조사합니다.


하지만 판도라 행성을 지원하는 기업의 목적은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판도라의 자원을 갈취하는 것이었고, 자연에 순응하며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나비'족으로서는 인간들의 음모를 막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제 막 사고로 죽은 형을 대신해 쌍동이 형의 '아바타'를 사용해 '나비'족들에게 다가가는 지난 전쟁에서 하반신 마비가 된 퇴역군인 '제이크 설리'가 있습니다.

4. 카메론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자연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갈취하고 결과적으로 지구를 고사시켜버리는 인간과 대비되는 '나비'족은, 자연에 순응하고, 식량으로서 필요한 짐승을 사냥하며 죽여야 할 때도 감사의 인사를 하며, 식물과 동물과 모든 것과 교감하는 모습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보면서 내내, 북아메리카의 인디언과 아마존 정글의 원주민들, 아프리카의 토착민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저 '나비'족의 자연친화적인 삶은, 우리가 눈 돌려보면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이기도 하죠.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문명인들에 의해 고통받고, 학대받으며, 빼앗기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영화보며 가장 가슴속에 와닿았던 대사가 있습니다. '나비'족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도중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들 중 하나인데,

'우리가 받는 모든 에너지는 그저 잠시 빌린 것일 뿐,
때가 되면 우리는 받은 모든 것을 되돌려 줘야 한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문명인이겠지요. 그리고 지구촌 오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미개인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과연 물질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문명인이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이 모든 것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자연을 업신여기기 쉽상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영화를 보기 직전 본 기사가 있었는데 '피와 맞바꾼 석유, 레드오일(
http://j.mp/7qQZbD)이라는 기사를 본 뒤라 더욱 그 생각이 나더군요. 기사를 보시면 참혹한 진실을 아실 수 있겠지만, 기사 내용 중 한부분을 인용해보면


'끊임없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힘 없고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원주민들에게 타르샌드로 인한 석유채취개발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이게 만드는 문제라면, 미국인들에게 석유는 무슨 의미일까. 아마 편안함과 불편함의 차이 정도 아닐까.'

영화내에서 '돈이 되는 광석' 때문에 '나비'족을 'Blue monkey'라고 부르며 죽이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을 보면서, 역시 저 기사가 한없이 교차되더군요.


5. 영화 중에서, 제가 인간인데도 인간들이 박살나는 게 통쾌한 영화는 처음 같네요... 모든 인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의 대명사로 대부분의 인간을 묘사한 영화라서 그런게 아닌 가 합니다.


6. 남자주인공이 터미네이터 4에서 주연이었군요. 그 영화에서는 상당히 풍채가 좋았었는데, 여기서는 반신불수의 퇴역군인이라서인지 상당히 왜소하게 나와서 못알아봤어요. 역시나 반가운 얼굴로 에얼리언의 여전시 리플리, 시그니 위버가 나오네요. 역시나 긴가민가 했습니다.


7. 영화보기 전에 예고편만 보았을때는 진짜 사람들의 비중은 턱없이 적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80%이상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거의 실사와 그래픽이 반반의 비율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그래픽 역시 실제의 배우들이 온몸에 센서를 달고 하나하나 모션캡쳐를 한 것이라니 컴퓨터 그래픽에도 배우들의 노고가 서려있는 거군요. 다만, 이럴 때 당연한 거겠지만, 당당히 여주인공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실제 얼굴은 전혀 볼수없는 나비족 여전사의 실제 배우에겐 안타까움이...(영화를 다 보고서도 주인공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로는 '스폰'이 있지요. 극초반에만 실제 얼굴이 나올뿐 영화내내 불타버린 얼굴로만 나와버리는...) 


8. 영화는 긴 러닝타임이 어느 순간 홀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베가본드님에게도 후회없으실 선택입니다만...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3D영화는 처음이었지만, 기술이 좋아서인지 꽤나 효과가 멋지더군요. 안경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보다가 조금 눈이 어지럽거나 하시지만 않다면 이왕이면 3D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어두워서 잘 안찍혔는데,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제공되었던 3D안경입니다. -

9. 다만 뭐랄까... 영화가 참 담백하고 일관적으로 진행되고 완결되어서, 영화 끝나고서도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에서만 할 이야기가 있을 뿐, 스토리나 그런 것에는 별다른 궁금한 점도, 논란거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딱히... 스토리에 대해 곱씹어 볼 만한 건 없어요(영화 보고 난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에얼리언 2나 터미네이터 1, 2에 비하면 조금단촐한 느낌...?).


10. 과학이 발달한 인간보다 '나비'족이 돋보였던 가장 큰 점은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더군요. 그들은 몸에 인간에게는 없는 또하나의 감각기(어찌보면 촉수...?)가 있어 판도라 행성의 모든 것과 교감합니다(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큰 힘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동물들, 식물들... 심지어 대지와도 교감하지요. 인간들로선 참 부러운 점입니다. 잠깐 생각한 거지만 나비족끼리 교감하게 되면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못하겠지요.


11. 역시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에얼리언이나 터미네이터의 후속작을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솔직히 이미 완성된 영화에 (영화사의 압력 때문이라 해도) 자꾸 후속편을 만들어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공들여 쌓은 명성에 먹칠만 하는 꼴이겠지요. 그의 다음 영화는 뭐가 될지 참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동대문 메가 박스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덜컥 동대문에서 내렸던 저는 참 뭐였는지... 하아... 이놈의 방향치는 정말 구제불능인가 봅니다. 처음 가본 것도 아니고 두번째인데 말이죠... ㅡ.ㅡ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나마리에~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영화였습니다. 예전 에반게리온 - 서 -를 보고서 맨 끝에 이 파에 관한 예고편이 있었고 그 예고편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하게 만들만한 이미지들이 있었지요. 혹시나 잔뜩 굴려놓기만 했던 궁금증이 풀리려나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섬뜩군이 같이 볼 사람을 모집하자 마자 예약을 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극장전경 이미지 외 모든 이미지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하 심각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전편인 에반게리온 - 서 - 의 경우 극장판이라기 보다는 TV판의 재상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TV판과 다를 게 없었거든요. 물론 모든 원화는 새로이 그려졌고, 마지막의 사도 라미엘과의 전투는 TV판과 다르게 진행되지만, 극장판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정하고 대부분의 상영시간이 TV판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진행에 조금은 상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4각(脚) 에반게리온의 등장!!! 아머드 코어닷!

하지만 이번 에반게리온 - 파 -는 다릅니다!!!
이전 에반게리온 - 서 -가 TV판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달라지는 진행으로 앞으로 이어지는 극장판은 TV판과 달라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이군요. 제가 보기로 TV판의 진행을 거의 따라가긴 해도 80%이상이 전혀 달라진 진행을 보여줍니다. 정말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TV판을 모두 알고계시는 분들도,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 전작에는 사도 라미엘까지 진행되었지요. 이번에는 사도 제르엘까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아니 벌써?


TV판으로 따지자면 전체 26화의 분량 중에 23화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거군요. 전체 4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결말이 극장판 2화 분량이라면 확실히 이야기는 달라져 버리는 듯 합니다.

3. 그러다보니 전작과 같이 생략되버리는 사도가 생겨버리는군요.  하긴 극장판의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모든 사도를 다 선보이는 것은 무리죠. 그래도 한가지 재밌는 것은 이번 파에 등장하는 사도들이 조금씩은 여러 사도들의 이미지를 함축해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사도들의 생김새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도가 등장하면 이 사도는 이거인 것도 같고, 저거인 것도 같고... 하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지요. TV판에서도 각각의 사도가 특징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습격이라던가, 바이러스 수준의 초 미세한 군체의 공격이라던가, 코어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던가... 그런데 그런 세세한 특징들을 이번 사도에게서 모두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 노린 거라고 밖에는... 때문에 사도의 이미지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되겠더군요. 사도를 보다 보면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부분도 나옵니다.

4. TV판과 달리 주인공들이 강력합니다!!!


사도 하나하나에 정말 고전하고 위험해지며, 겨우겨우 승리를 뽑아내던 TV판과 달리, 익숙하다는 듯이 한순간에 아작나는 사도에게 그저 안타까움이... 이번 극장판의 테마는 아마 주인공 소년 소녀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왠지 사도는 들러리가 되버린 거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5. 달라진 건 내용뿐 아니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저번 극장판에서 안타깝게 나오지 못하고 이번 극장판에서 새로이 등장했던 아스카의 경우, '소류 아스카 랑그레'가 아닌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로서 새로이 성이 바뀌어 나온만큼, 상당한 박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에반게리온 2호기는 디자인마저 새롭게 바뀌었지요. 그 '뿔'이란...


게다가 가장 엄청난 변화를 겪는 이번 영화의 주된 두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스카와 에반게리온 2호기... 꼭 감상해야 될 부분입니다.


6. 무엇보다도 '아야나미 레이'의 변화가 가장 와닿습니다. 원작의 무표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이는 그녀는... 드디어 눈을 뜬 듯 합니다. 신지와 겐도우 사령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손에 온통 상처를 입을 만큼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기도 하고, '신지가 더이상 에바에 안타도 되도록 만들거야!'라며 처절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한차원 그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7. 정작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소위 말하는 찌질남의 대표를 달리던 그 역시, 이번엔 다르네요. 스스로의 의지가 한차원 강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뭐랄까, TV판의 답답스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좀 해보란 말이야 신지!'라는 염원에 보답을 하고있달까... 그래서인지 마지막의 반전은 조금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8. 그럼 우리의 '마리'양은? 에반게리온 - 서 -에서 스텝롤 후의 차회 예고편에서의 단 한 컷 등장만으로 수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녀...


들리는 이야기로는 원래는 그냥 '지나가는 선택받은 아이' 수준의 비중에서, 갑자기 너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게 되자 부랴부랴 비중을 확 늘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긴 TV판에서 단 한 에피소드에서만 나왔던 '나기사 카오루'같은 경우, 그 짧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단숨의 주역의 위치까지 올라간 경우가 있으니 굳이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역시나 궁금증만을 잔뜩 불러일으키기만 하네요.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역시 다음 극장판을 기다려야 할거 같았습니다.

콘솔 게임이던 에반게리온 - 강철의 걸프렌드 - 에서의 영향이 다분해보이는 안경 미소녀

9. 정작 나올 타이밍도 아닌데 에반게리온 - 서 -부터 얼굴을 비추며 잔뜩 설레발치게 만든 '나기사 카오루'군은? 


당신들!!! 사기쳤어!!!
(여러 의미로 말야)
플러그 슈트를 입고 엔트리 플러그에서 조종하는 카오루군이라니 인정할수 없다구!!!
역시 카오루 정도면 얼굴 위에서 둥둥 떠서 다녀야...

10.  결국 세명의 소녀들에 비중이 높아진 탓에 글격히 엑스트라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진 (사도보다도 비중 못 받는) 네르프 중심요원들의 슬픔... 미사토와 켄지도, 겐도우와 리츠코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가 없더군요...


11. 그래도 상당히 맘에 들었던 것은 TV판에서 거의 출동한 에반게리온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네르프 안에서는 통신으로 지령만 내려가며 서포트하던, 일단 그전에 씨알도 안 먹힐 군사무기 몽땅 쏟아부어 가며 처절하게 박살나던 사령부가...


이번엔 정말로 서포트를 합니다.

확실히 에반게리온의 모든 것을 돕는다는 느낌... 그리고 사도와 함께 싸우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신지가 달려갈 때 도와주기 위해 급커브 코스나 발 디딜 발판을 만들어 주는 데서는 감동적일 정도입니다.


12. 음악은 이번에도 정말 장관이더군요. 정말 OST를 반드시 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점이 극장에서 볼 때의 상당한 장점이 되죠.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다만... 심각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해맑은 분위기의 동요는... 여러 의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더군요.

13. 전작에서 온천펭귄 펜펜과 신지의 첫 대면 장면... 이번에도 그 장면을 활용한 멋진 신이 있다고 들어서 '흐음.. 그래?'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반드시 보시길 추천합니다(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14. 솔직히 가기 전에는 초글러들의 횡포(?)가 두려워 시간대를 맨 첫시간이나 맨 마지막으로 하려 했지만, 다행히 1시 상영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거의가 남자들...(하긴 이런 영화 보러올 여자가 누가 있을까마는...)

그런데 영화 시작하고 조금 후 저희 앞자리에 올망졸망 앉는 귀여운 소년들(망했다!!!) 다행히 녀석들... 그나마 얌전히 봤습니다(넌 이거 보면서 졸수 있단 말이냐... 대단한넘...) 그나저나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게 충격입니다... 사지절단에 피가 난무하고 알몸이 예사로 보이는 영화인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렇게 흥분하며 봤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입니다. 영화본 후의 이 리뷰에도 제가 흥분한 게 구석구석 보일 정도로... 다음 극장판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입니다. 후우...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극장판도 연작시리즈가 유행이 되버린 나머지, 대체로 한번에 완결되어주길 바라는 저로서는 몇년간에 걸친 이야기는 기다리기 고통스럽단 말입니다(반지의 제왕이 가장 큰 원흉일지도).

P.S 노고를 무릅쓰고 이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섬뜩군에게 감사를...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에 안습...


강변 CGV 하늘공원의 전경입니다. 눈도 날리던 날씨였던 지라 대단히 추웠어요. 담배피는 사람들은 힘들겠더군요. 흡연가능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그때마다 제가 담배를 못피운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철권6에 빠져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는 군과 프라모델이 개틀링 건을 들고 있으면 환장해버리는 군은 추위에 덜덜 떨었다는 후문이...


섬뜩군의 가방에 매달려 있는 앙증맞은 노이에질... 허... 저렇게 매달고 다닐 용기가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튼튼하게 만들어진 완구가 아니거늘... 프라모델이란... 결국 하나 둘 부품이 떨어지더니 막판엔 치마가 벗겨져버린... (어쩔거야)


철권6에 빠져버린 섬뜩군... 집에서 매일 맹연습을 하는 실력 답게 상당한 실력이더군요. 저도 한번 붙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3:0의 퍼펙트로 참패해버린...

그러나 오락실에는 인간도 아닌 고수들이 넘쳐나는 법. 결국 섬뜩군도 물러나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던 여자분이 기억에 남더군요(스틱과 버튼 다루는 솜씨... 엄청난 내공이었습니다!)

그나저나... 한판에 500원이나 하는데... 얼마나 쏟아부었을지...

오늘도 포근한 밤 좋은 꿈을 꾸시길 빌며...
나마리에~
영화사진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검색입니다. 스포일러는 딱히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비의 '닌자 어세신'을 보았습니다. 실상 비의 출연작이었던 전 영화인 '스피드 레이서'도 아직 안 봤을 정도로 비에 관해 별다른 감흥도,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없지만, 이 영화에 특별히 기대를 했던 것은 제가 우마 서먼 주연의 '킬빌'을 워낙에 재미있게 보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어 개봉해야 할 정도로 상영시간이 길어졌으나 액션과 스토리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느낌이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하다가 드디어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그럼 이 영화는 제게 어땠을까요...


1.  예상은 했지만, 정말 잔혹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영화 배경이 거의 암흑 속이라 자세한 내용물(?)까지는 안 보인다 해도 영화 전체에 피바다 투성이일 정도입니다. 그것때문에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아무리 끔찍한 장면들이 나와도 덤덤한 걸 보니

"끔찍하다고? 이봐,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장실 물이라도 퍼마셔야 하는게 우리네 이 세상이야."

아무래도 이런 사지절단 게임에 익숙해져서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 영화는 '소우'처럼 밝은 빛 아래에서 고어의 극을 달리는 '내용물 소개(?)'같은 장면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뭔가 잘린 사람은 바로 쓰러져 퇴장하니까 말이죠.

2. 가장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게 비의 무술 액션과 더불어 몸매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액션신은 자동차에 던져지는 것 같은 위험한 장면 외에는 거의 다 스스로 소화해 냈고, 그의 근육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단련했더군요.

다만... 저도 저런 몸매를 가진다면 어떨까 생각은 해봣지만 비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저런 몸을 만들기 위해 몇년간 순수 영양식품(조미료나 첨가물이나 몸매에 도움 안되는 요리 재료가 안 들어간 음식)만 먹고 소스나 양념도 절대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세상에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보디빌더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음식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제명에 못살 텐데 말이죠.

그나마 세끼 꼭 챙겨먹고 식사량 줄이고 탄산수 줄인 것만 해도 지금 많이 노력하는 중이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3. 아무래도 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았나 합니다. 매트릭스를 만들었기도 하고 10년간 준비해왔다는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지요. 그냥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납득할 수준이었는지 몰라도 너무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갔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매트릭스를 만든 그 감독이 맞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이야기가 참으로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가 여주인공에게 나타나 한두차례 전투를 벌이니 벌써 클라이막스더군요. 하긴 뭐 질질 끄는 것도 문제지만 후다다닥~ 싸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보스더라...

몰입해서라는 느낌보다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너무 길었어요. 주인공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위해서 과거사를 그린 것은 당연하지만, 영화 전체 중 지난 과거사가 절반을 차지한다면 그것도 좀...


게다가 과거의 비의 모습을 연기한 저 배우... 영화의 1/3이상 출연한 능히 조연감인데 이 영화, 저 친구든 여주인공이든 존재감 없어요... '비 멋지더라~' 말은 많은데 그밖에 다른 출연자는 '그사람 누구?'하는 정도.

5. 안타깝기로 따지자면 이 처자도 그야말로 안습...


후에 비랑 뭔가라도 되어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6. 뭐 이런저런 아쉬움 다 제치고, 감독이 원하는 대로 시원하고 박력있고 호쾌한 액션을 감상해보자면, 최고입니다. 쉴새없이 휘둘러지는 검광과 총알처럼 쏟아지는 수리검 세례, 그리고 어둠 속에 녹아드는 닌자들의 액션까지...


거기다 사슬낫은 보기 드물었고 다루기도 쉽지 않은 무기인데 참 멋지게 표현되었더군요. 거기다 주인공이 실력이 워낙 뛰어납니다. 분명 같은 수련을 받았을텐데(중간에 시력 박탈수련을 혼자 받는 게 나오긴 하지만), 동급 닌자 수십명이 달려들어도 한사람을 못 당해내내요. 개인적으로 살인기계로 키워진 주인공이 인간성을 되찾는 장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7. 킬빌에서는 마지막 보스가 조금은 허탈했지요. 매트릭스에서는 제대로 승부를 펼쳤습니다.


닌자 어세신에서의 마지막 보스는 정말로 보스답습니다! 이 영화는 서양인들이 보는 닌자의 대한 황당무계한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느낌이 보이는데요. 분신술, 연막술, 변신술, 은신술 같은 황당한 인술 같은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원래 일본의 닌자란게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싸고 어둠속에 숨어들어 족을 암살하는 몸집 작은 암살자였으니 여기서의 닌자에 대한 묘사가 더욱 그럴듯해 보입니다. 주인공이 속한 가문에 전해지는, 그래서 주인공이 전수받은 인술 하나를 제외하곤 말이죠.

특히나, 영화 보실분들은 마지막 대결에서 비가 펼치는 초필살기(?)를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정말 말그대로 핀치 상태에서 일발역전을 위한 초필살기로군요...

8. 근래들어 이상하게도 한국인이 연기하는 닌자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셋이나 되는군요.


우리나라에도 일지매나 전우치, 홍길동 같은 영웅들이 있지만 칼을 들고 스피디하게 싸우면 그게 외국인들의 눈에는 전부 닌자로 보일 정도로 인지도가 없으니 좀 안타깝네요.

생각해보니 닌자에 버금갈만한 국내 영웅이란 게 전무한 실정입니다(하긴 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대놓고 암살조직을 키워낼 만큼 삭막한 곳이 아니었지요)

9. 아 그리고 전 이 영화에서 유머가 삽입 된 곳 단 한곳 찾았습니다. 더 많이 찾으신 분 계신가요? 진지해도 너무 진지해... 어떻게 유머가 딱 하나냐...

10. 비의 연기력 논란이 말이 많습니다만, 솔직히 비가 연기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 싶습니다. 거의 다 액션신이고... 그나마 진지한 연기는 어린시절 배우가 다 하더군요...

11. 이 포스팅 제목에도 썼지만 닌자와 싸운다면 일단 불이 필수입니다.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겁니다.

12. 이런 영화가 대체로 그렇지만 액션과 스토리의 둘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 화려한 액션이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